초대일시 / 2020_0702_목요일_06:00pm
참여작가 구지은_김상우_김윤호_김재욱_박용화 손지영_신선우_양나연_윤예제&임정원_육칠팔구 이세준_임지혜_장용선_하지원_황선영
기획 / 강효연
관람시간 / 10:00am~12:00pm / 01:00pm~03:00pm 04:00pm~06:00pm / 2시간 관람 후 1시간 방역
수창청춘맨숀 대구 중구 달성로22길 27 Tel. +82.(0)53.252.2570 www.suchang.or.kr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Here we are』로 지금 우리의 이야기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 그 존재의 의미를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 지금의 시점에서 살펴보고자 했다. 2020년 연초부터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세상이 시끄러웠다. 생명을 위협하는 이번 전염병은 인간의 나약함과 이기심을 여지없이 드러냈고, 인종 간, 국가 간의 선입견을 만들어내 서로 꺼리고 혐오하는 일이 세계 각지에서 생겨났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잘 이겨내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주고받으며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통해 전염병의 확산을 최소화하고 있으나 아직 진행형이다.
미술은 그 어떤 종류의 예술보다 사회 현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지금을 이야기한다. 특히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난민 사태를 다룬 전시로 지중해에서 난파된 거대한 난민선을 등장시켜 유럽 난민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기도 했고, 2018년 영국 리버풀 비엔날레에서는 동시대의 정치적 상황과 분쟁, 난민과 디아스포라 그리고 생존과 환경문제를 부각시켰다. 이렇듯 동시대 미술의 특징은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업을 통해 혼란한 상황을 극복할 방법을 모색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국가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심각한 갈등과 위기를 이미 예술가들은 정치적 입장과는 다른 시각으로 현 상황을 다시금 바라볼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이나 개선의식, 인류애적 사고를 통한 인간적 성찰을 요구하는 예술 활동이 의미 있게 느껴지던 차에 코로나19가 터졌다. 포스트모더니즘 등장 이후, 더는 새로운 담론이 흥미롭지 못한 것처럼 느껴지던 차에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앞에서 국가별 대처와 국민적 정서를 접하면서 아직 이 세상은 담론을 통한 긍정의 변화가 절실하단 생각이다. ● 길을 잃었을 때 어떻게 방향을 찾을 수 있을까. 그 위치를 찾는 방법을 혹은 삶을 대하는 태도 등을 때론 진지하면서도 재치 있게, 혹은 해학적으로 이야기하는 미술 작가들을 만나고자 한다. 물론 작가들이 해답을 주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작가들의 시각을 조형적으로 감상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거나 공유할 수 있는 지점을 마주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 아닐까 싶다. 어린아이가 엄마를 찾을 때, 부모가 자식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그래서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거나 없으면 불안해하는 것처럼, 이번 전시의 타이틀 『Here we are』의 의미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서로를 인지하는 소통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17명의 작가는 우리가 사는 이곳의 풍경을 그려낸다. 영상, 설치, 사진,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 그들의 화법으로 소통을 꾀한다. 먼저, 수창청춘맨숀 건물 외벽 꼭대기 난간을 형형색색의 조각난 화판으로 둘러친 작품은 하지원의 것이다. 젊은이의 열정을 담은 왕관처럼 깨지고 부서져도 꼿꼿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우리네 모습을 대변한다. 이어 A동 카페를 거쳐 B동 1층에 들어서면 신선우의 풍경화가 있다. 여러 민족과 국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세상의 여러 풍경이 뒤섞여 하나의 장면을 연출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림 속에서 몇 가지 기호들을 찾아내 무언가 알아가게끔 한다. 지난해 수창청춘맨숀 레지던시 입주작가였던 김상우는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자갈마당의 철거장면을 소개한다. 이제는 부서지고 사라진 장소이지만 언젠가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질 그곳을 추억하게 한다. 이어 김재욱은 대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을 그리움과 즐거움 그리고 설렘으로 설정해 시공을 초월한 환상적인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손지영의 작품 '은신처'란 타이틀의 설치구조물이 소개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은 것'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나'와 '타인'이 마주하게 될 모호한 틈으로 간주하고, 작품(대상)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지 오히려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어 추상과 구상 때론 상징적인 이미지들이 뒤섞여 파괴와 생성,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 빛과 어둠 등 우리네 후미진 곳의 다양한 풍경을 보여주는 이세준의 회화 작품이 인상적이다.
계단을 따라 B동 2층에 도착하면 먼저 강아지풀을 이용한 장용선 작가의 설치 작품이 있다. 자연을 밀어낸 도시에 대항이라도 하듯 작가는 그 잡초들이 뿜어내는 영적 이미지이면서 가공된 풍경을 만들어내 역설적이게도 다시금 돋아나는 잡초처럼, 생명력을 부여한다. 이와는 대조되게 장희재, 이정훈으로 구성된 육칠팔구 팀은 인공적인 설치물을 선보인다. 이들은 만남, 인연, 관계에 대한 얽히고설킨 인간사를 딱딱한 철 구조물을 이용해 서로 교차하고 부딪히면서 만들어지는 형상과 소리로 구성된 풍경으로 구체화한다. 이어 임정원, 윤예제 작가는 이번에 팀을 이뤄 대구란 지역의 자연적 특성을 심리적으로 해석하고 색과 형태의 조형물로 단순화해 '해석된 풍경'이자 '상상 속의 정원'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C동을 거쳐 A동 2층에는 구지은이 먼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현대인들의 다양한 심리적 풍경을 디귿 형태의 전시 벽면에 벽화를 보듯 길게 설치해 소개한다. B동 1층에 이어 이세준의 회화 작품 다수를 감상하고 나면, 박용화의 독특한 드로잉작품을 접하게 된다. 그의 그림은 우리 안에 갇혀있는 동물들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풍경으로 우리의 삶을 반추해 바라보게 한다.
A동 3층에 이르면 김윤호의 독특한 시각이 반영된 상징적 의미를 품은 일상적인 오브제들이 변형된 형태로 서로 관계를 이루며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이어 B동 1층에서 이미 접한 김상우의 20여점의 사진을 빔 프로젝트를 통해 추가적으로 만날 수 있다. 복도를 거쳐 바로 우측 방에는 임지혜의 '데일리 뉴스레터'란 타이틀의 콜라주 작품을 통해 세상을 희화한 다큐멘터리 식 풍경을 접하게 된다. 이어, 옆방에는 양나연의 우리라는 범주의 밖에 있는 사람들 즉 이민자, 외국인 노동자에게 시선을 돌리고 탈중심적 시각에서 바라본 내용의 작품이 소개된다. 문화적, 사회적, 국가적 구분이 불특정 다수 혹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해석으로 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설치작품이다. 건너편 방에는 불안한 감정으로 형성된 내적 외적 갈등의 이미지로 만들어진 황선영의 풍경화가 소개된다. 불안정한 현대 사회에서 경험하게 되는 갈등의 요소는 바로 집착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이를 해소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마지막 방에는 수창청춘맨숀 건물 외벽 꼭대기를 장식한 하지원의 리사이클 조각 작품으로 전시는 마무리된다. 이렇듯 이번에 소개된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은 이 세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비추며, 우리를 사색의 길로 안내한다. 이 세상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이자 사회임을 공감한다면, '어떠한 역경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은 살만하다.'라고 서로에게 말해줄 수 있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통해 우리 모두 이번 바이러스를 잘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 강효연
Vol.20200706h | Here We Ar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