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아마도애뉴얼날레_목하진행중

변해가는 시간 속에 우리는 ● 2013년 아마도예술공간의 개관전으로 시작해 연례행사로 진행하는『아마도애뉴얼날레_목하진행중』은 젊은 작가와 큐레이터의 매칭, 기성 미술인과 함께 하는 토론과정을 통해 작품의 창작 및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담론에 주목해왔다. 작가와 작품의 비평부터 전시가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비평의 장으로 끌어내고 기존 미술비평에 대한 대안을 도모하고자 하였으며, 이는 전시에 수반되는 과정의 중시, 새로운 담론을 통한 비평의 활성화를 위한 시도이다. ● 『제7회 아마도 애뉴얼날레_목하진행중』에서도 이 같은 취지는 이어지며, 네 팀의 작가×기획자들, 곽이브×이선미, 신광×이아영, 예술근육강화×조주리, 이소의×장혜정은 서로의 포지티브/네거티브로 역할한다. 이들은 필연적으로 변화를 동반하는 세상과 마주하는 객체로서 '변하면서도 계속 존재하는 세계'를 "과거=있었다"가 아니라 "지금=있다"이며, "언제까지=있는" 모습의 작품으로 시사한다. 전시장에서 작업들은 살아 온 사람들이 쌓아 올린 시간, 생성과 순환, 그리고 소멸하는 대상과 기억을 포착하여 회화, 조각, 퍼포먼스, 영상의 모습으로 현상된다. ● 이는 총체로서 과거에 존재했던 것의 흔적을 전해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단순히 대상의 삶을 동결시킨다거나 현재를 과거화하는 행위에 멈추어 있지 않다. 또한 "그것은=과거=있었던" 찰나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며 순간적으로 응고된 이미지들과 달리 정지하지 않고 늘 변화를 동반한다. 그렇기에 지난 시간, 기억은 모두 현실의 공기와 만나 서서히 옅어지며 승화하지만 실제로는 소멸되지 않고 각기 다른 시공간으로 확장된다. 변해가는 시간 속에 형태만 바꿀 뿐 다시 결정화하며 새로운 형태로 연결되어 가기에 그것은 '영원의 시간'이라고도 바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은 세계와 함께 영원의 시간 속에 있으며 작품을 포함한 세계가 변모하면서 영속해 갈 것을 본 전시는 조용히 말하고 있다. ■ 박성환

제7회 아마도애뉴얼날레_목하진행중展_아마도예술공간 곽이브 섹션_2020

곽이브_쿠키-창창11, 쿠키-창창1_캔버스에 유채_162×131cm×2_2018

곽이브는 일상적으로 주변을 이루는 구축적 환경의 모습을 관찰하고 평면에 담아 공간에 재-재현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바라보는 방식과 그려내는 방식, 보여지는 방식과 지속되는 방식을 실험하며 그려지는 것에 대한 가능성과 호기심을 마주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그간의 작업 성격과 다소 다른 태도로 남는 것과 그림이 되는 것, 작품의 시간을 연구한다. 신작 「쿠키Cookie」는 작가가 과거에 그렸던 그림들과 사용하고 남은 물감으로 대상과 기억, 물질을 그려내는 설치 회화이다. 마치 쿠키 부스러기처럼 남아 자동 저장되는 웹사이트 방문 기록 같이 흩뿌려진 작가의 시간을 기록하고 다음을 예측한다. 물감은 그림이 되고 그림은 다시 지난 작업들과 연결되어 또 다른 기억이 된다. 언젠가는 가정집이었을 빈 전시장에 창을 그리고 창문을 설치하여 과거의 조각을 상상한다. 마르지 않은 물감은 창이 되어 지난 시간을 조형하고, 이탈리아 지방의 토양과 해바라기와 하늘의 구조를 기억해낸다. ■ 이선미

신광_역사가 기억되는 방식_나프탈렌 조각, 천, 조명_가변설치_2020

신광_다리_단채널 영상_00:03:24_2016

신광은 '역사가 기억되는 방식'을 주제로 전시를 구성한다. 유년 시절 자주 오갔던 '다리'에 관한 기억을 풀어낸 「다리」에서 민족-국가 공동체의 공인된 기억이 배제한 개개인의 기억이 형성해내는 다른 서사와 역사 인식을 드러낸다. 「역사가 기억되는 방식」은 어떤 대상을 기리는 지가 모호한 연변의 기념비들을 6.25전쟁 기념비로 인식한 작업이다. 작가는 남˙북한 양국 체제가 '경계'의 구축을 목적으로 건립한 기념비(현충탑-무명용사탑(국립 서울 현충원)과 인민군 열사 추모탑(평양 조국 해방 전쟁 참전 열사묘))를 불쾌한 향을 내며 기체로 사라지는 나프탈렌으로 재현한다. 이 작업은 한민족이라는 틀에 속할 수 없도록 '경계'를 만드는 '힘'을 비판하고 '민족-국가' 서사가 담지 못한 개개인의 기억을 소환하고자 한다. ■ 이아영

예술근육강화_금강산 멀리 있는 조각의 머리를 자른 망나니의 엉덩이_퍼포먼스_00:25:00_2020

예술근육강화_금강산 멀리 있는 조각의 머리를 자른 망나니의 엉덩이_퍼포먼스_00:25:00_2020

예술근육강화_금강산 멀리 있는 조각의 머리를 자른 망나니의 엉덩이_퍼포먼스_00:25:00_2020

예술근육강화는 2018년 봄, 무른 근육을 단단하게 단련하듯 꾸준히 발화하는 훈련에 착수했다. 매주 규칙적인 훈련의 시간(각자 1시간의 준비 시간과 6분의 발표 시간)을 가지고, 관찰 일지로 기록하며, 때로는 관객을 전제한 공동 퍼포먼스로 재구성 한다. 퍼포먼스 「금강산 멀리 있는 조각에 머리를 자른 망나니의 엉덩이」는 예술근육강화의 멤버인 김찬우, 엄지은, 정경빈, 정윤영 네 작가가 지금까지 시도해본 작업 중에서 자주 회자하였던 작업을 서로가 뽑은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가령, 금강산, 눈과 구름, 멀리 있는 조각, 망나니 등은 각 작가를 대표하는 작업 키워드로 이러한 개념적 요소들은 아마도예술공간의 계단, 지붕, 사다리, 굴뚝 등과 같은 물리적 요소들과 만나게 된다. 전시장에는 이 작업의 구성 방식과 과정 중에 파생된 이미지들이 현수막에 담겨 배치되고 기존의 훈련법들이 함께 전시된다. ■ 조주리

이소의_네 번째 나팔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0

이소의_네 번째 나팔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0

이미지가 영영 진실을 대리할 수 없음은 절망일 만큼 명료하지만, 여전히 놓을 수 없는 축복의 자락이다. 이소의는 2017년 친구와의 유럽 여행 중 방문한 프랑스의 한 성당에서 기념품으로 요한묵시록의 '네 번째 나팔을 부는 천사'의 이미지가 담긴 엽서를 사 왔다. 그는 그 엽서를 믿음으로 가꾸어 온 오래된 정원의 성스러운 복제품처럼 소중히 여기며 볕이 잘 드는 곳에 놓아두었다. 하루 중 빛이 스며드는 틈에 아름답게 그려지는 찰나의 이미지는 그 여행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지금은 세상을 떠난 친구의 존재에 대한 증거처럼 또는 위로처럼 빛난다. 작가는 '네 번째 나팔' 이미지를 보며 믿음에 대해 생각한다. 눈에 보이는 사물을 통해 보이지 않는 존재가 존재한다고 느끼는 마음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하여 점점 아득해 지는 순간을 붙잡으려 한다. ■ 장혜정

Vol.20200612h | 제7회 아마도애뉴얼날레_목하진행중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