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명성_김하준_남궁민상_염인화_이규성 최종학_Mathichai Dechdee_Wasachon_Wirittipol
후원 /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월,화요일 휴관
플레이스막1 PLACEMAK1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198 동진시장 내 Tel. +82.(0)17.219.8185 www.placemak.com
인지과학에서 이야기하는 행위주체감(Sense of Agency, SoA)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인간이 자신이 한 행동으로 인해 촉발된 외부환경의 변화가 자신의 행동으로부터 실제로 연유하였다고 느끼는 주관적 정도이다. 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의 행위주체감은 인간이 자신이 수행한 행동의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과정에서 그 예측과 더 가까운 변화가 외부환경에 발생할수록 높아진다. 이 전시에서 9명의 작가들은 자신들이 작성한 코드를 컴퓨터가 실행했을 때 생성되는 이미지들을 선보인다. 그 이미지들을 부호화한 주체는 작가 본인이지만 그 이미지들을 물질적 대상으로 출력한 주체는 컴퓨터다. 결국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한 생성적 예술작업 과정에서 작가의 행위주체감은 작가가 작업의 물질화 과정 일부를 컴퓨터와 분담함으로써 필연적으로 낮아진다.
작가들은 컴퓨터 코드를 작성하면서 그것이 물질화되는 과정을 종이에 인쇄하기 이전에 스크린을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함으로써 자신이 작성한 텍스트 (혹은 코드)에 내재된 물질적 본체를 정제해 나간다. 기존 회화의 작업과정과 달리 이러한 정제과정은 비동기적이며 간헐적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결과물을 출력하는 과정에서 컴퓨터는 작가가 작성한 코드 이상의 새로운 것을 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드가 실행되기 이전에 이미 그것으로부터 생성될 이미지는 결정되어있다. 그렇지만 프로그램 코드를 반복적으로 고쳐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컴퓨터의 출력은 작가가 코딩을 통해 상상했고 약속했던 것 그 이상의 어떤 것을 보여주는 듯 보여 작가는 놀라게 된다. 이는 결정론적 시스템에서 예측 불가능한 비결정론적 현상이 창발되는 흔히 나비효과로 알려진 혼돈 현상과 비슷하다. 그 때 작가가 지각하는 작가로서의 행위주체감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한편 인간의 뇌가 베이즈 추론을 수행한다는 사실 역시 널리 알려져있다. 베이즈 추론이란 어떤 대상을 추정하고자 할 때 그 대상에 대해 알려진 사전 정보와 새롭게 알게 된 정보 중 어느 한쪽을 취사선택하지 않고 그 둘의 통계적 통합으로서 대상에 대한 추론을 시도함으로써 그 신뢰도를 극대화하는 추론 방법이다. 이때 베이즈 추론으로부터 얻어진 대상에 대한 정보와 사전에 알고 있던 정보 사이의 차이를 우리는 그 추론으로부터 인간이 지각하는 놀라움의 양으로 정의할 수 있다. 최근 인지과학의 주요 담론은 인간이 그러한 놀라움의 양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지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정신은 놀라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새롭게 받아들인 정보에 기반하여 우리의 사전 정보를 수정하기를 요구한다. 그리고 우리의 정신은 주변 환경으로부터 주어질 수 있는 놀라움을 행동을 통해 최소화하기를 요구한다.
하지만 이 전시에서 작가들은 인간정신의 그러한 내재적 욕구에 반하여서 그들이 만든 생성적 이미지들이 그 이미지들을 잉태한 사전 정보, 즉 컴퓨터 코드로부터 예상되는 결과에서 가능한한 벗어나게되기를 요청받았다. 결과적으로 이 전시에서 선보이는 이미지들은 작가들이 자신의 행위주체감을 잃은 대가로 얻어낸 통계적 놀라움이라고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 플레이스막1
Vol.20200610g | 생성적 이미지들_Generative Images-미학계산 vol.4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