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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인천아트플랫폼 Incheon Art Platform 인천시 중구 제물량로218번길 3 창고갤러리 Tel. +82.(0)32.760.1000 www.inartplatform.kr
memo1 ● 휴일 아침... 나는 약속도, 그닥 가고 싶은 곳도 없다. 잘만큼 잤으니 이제 그만 눈을 떠본다. 밤사이 방바닥에 무심히 떨어진 머리카락 몇 올이 폐허의 잔해 속 철근처럼 중량물로 느껴져 한참을 응시하며 그대로 둔다. 수습되지 않은 마음처럼 어지러워진 방이다. 곧 어떤 시선을 느끼며 조용히 숨죽이면... 방안 가득 숭고하면서 비루한 축축한 공기. 지상과 지하의 어디선가 파열된 녹슨 배관으로 졸졸 새어 나와 땅을 조금씩 적시고 있을 물과 그 익명의 시간들을 생각해본다. 불쾌함과 불명확함... 환기가 필요하다. 몸을 일으켜 창을 연다. 햇빛이 버겁다. 나는 숙취에 무거운 머리를 저으며 기력을 회복할 양으로 뭘 좀 먹을까 하고 침대를 빠져나와 먼저 물을 마셔본다. 돌연 물맛이 비리다. 그것은 본래 그러했다는 듯... 나는 그 이유를 물을 수 없다.
memo2 ● 배고픈 나는 냉장고 문을 연다. 다소곳이 앉은 계란 몇 알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저것은 살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온 가장 완벽한 형태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연약하고 깨지기 쉬운 우리 삶의 완벽한 은유가 아닌가! 예측불허의 부조리한 삶이 생의 길목 곳곳에 무심히 깔아놓은 작은 모서리도 쉬이 넘기 힘든 저 연약하고 동그란 씨앗이 수정과 부화의 단계를 거쳐 몸이 되고나면 척박한 땅을 밟고 내달리거나 좁쌀 몇 개의 먹이로도 하늘을 거뜬히 나는 새가 된다니 도무지 믿겨지지가 않는다. 붓을 든 내 하얗고 작은 손 안에 놓인, 문명 이전의 태고의 몸 속을 상상하게 하는 알... 곧 피가 되고 뼈와 살이 될, 묵직한 듯 조심스럽고 관능적인 저 탐욕스럽고 비릿한 둥근 알... 이것은 사소한 하나의 생명으로서의 의지와 투쟁, 불안의 완벽한 교집합인 것이다. 그 명확한듯 모호한 잠재태가 어둡고 둥근 내 손 안에 지금 있다. 욕되게 혹은 복되게 그리고 고요히...
memo3 ● 늑골까지 물이 차오르면 검게 그을린 나무배를 수평선 위에 띄우고 나는 내가 모르는 내 몸의 나라로 건너가는 꿈을 꾼다. 풍문에 따르면 그곳은 붉게 녹슨 총칼을 깨우는 악몽과 송곳처럼 어둠을 찌르는 촛불이 되레 환하고 편안한 나라... 모두가 생년월일이 같은 고아로 태어나며 모두가 유죄여서 무죄인... 무죄여서 유죄인 나라... 유기견과 함께하는 길 위의 식사와 노숙이 일상인 나라... 그리하여 반역이 주식이자 상식인 나라... 어머니, 그러니 새벽에 제가 없더라도 저를 찾지 마세요.
memo4 ● 어쩌면 소멸에 대한 예감의 반작용과 강박이 나로 하여금 계속 털을... 살을... 그리게 하는 것이 아닐까, 근데 뻔한 얘기다. 영원한 건 없지 않은가... 뻔하고 흔한 것이 지독하다. ■ 박훈
Vol.20200523a | 박훈展 / PARKHUN / 朴薰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