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orithm of Serenity(평온의 알고리즘)

전유탁展 / JEONYUTAK / 田侑卓 / painting   2020_0514 ▶ 2020_0520

전유탁_Algorithm of Serenity_캔버스에 혼합재료_33×53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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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유탁 블로그_jeonyutak.tistory.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7:00pm

아트스페이스 퀄리아 ART SPACE QUALIA 서울 종로구 평창11길 41(평창동 365-3번지) Tel. +82.(0)2.379.4648 soo333so4.wixsite.com/qualia

감각, 또는 상념의 유리알이 맺히는 자리-전유탁의 세계 ● 알록달록한 방울들이 다양한 자체의 색깔과 크기를 가지고 허공에 맺혀 있다. 언뜻 자유롭게 흩어져 있는 듯한 방울들은 송이송이 모여 전체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일정한 형상을 이루기도 한다. 마치 풀이나 나뭇가지에 맺혀 있는 영롱한 이슬방울들이 스스로 독립된 형상을 가지고 존재하면서도 은연중에 자신이 자리하는 곳의 골격을 노출시키듯, 방울의 덩어리들은 자신의 형태를 드러냄과 동시에 자신의 존재를 지탱해주는 토대의 형상을 드러낸다. 외부세계의 골격과 거기에 맺혀 있는 이슬들의 관계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며, 외부의 골격을 드러내는 이슬의 집합은 어떤 의미를 숨기고 있을까? 이슬은 스스로 맺혀서 공간 속에 부유하다가 다른 사물의 외형(外形)을 따라 선형(線形)을 이루며 달라붙기도 한다. 이슬은 언제나 내려앉을 자리를 필요로 한다. 이슬의 자리는 어디일까? 사물은 자체의 인력으로 주위를 끌어들인다. 이슬을 달라붙게 하는 사물이 가진 인력은 세계 안에서 일어나는 삶의 욕망이자 들끓는 에너지와 같다.

전유탁_Algorithm of Serenity_캔버스에 혼합재료_50×65cm_2020

작가 전유탁이 빚어내는 색방울들은 포도송이처럼 전체적인 덩어리를 이루면서 그 안에 어렴풋한 인물들의 윤곽을 그려낸다. 색방울이라는 조형단위와 그것이 이루는 구체적인 형상이라는 두 가지 요소의 만남은 그의 그림에서 정수(精髓)와 정수를 드러내는 외물(外物)의 관계로 양립하며 하나를 이룬다. 정수는 뼈 속에 있는 골수라는 의미로 사물의 핵심이 되는 요소이다. 모름지기 예술은 형식이라는 틀을 통해 알게 모르게 핵심을 드러낸다. 세계는 밖으로 보이는 외부 형상을 따라 이슬방울 같은 내면의 정수를 드러내고, 그것은 서로 하나의 관계로 융합되어 나타난다. ● 색방울이 서로 모여 이루는 인물들의 실루엣 이미지는 작가를 둘러싼 삶의 환경이자 세계의 욕망, 또는 에너지로서 늘 외부에 포진되어 있다. 그는 자신과 알게 모르게 여러 겹의 관계로 설정된 주변 인물들을 미지의 인물이나 지인의 경우처럼 여러 환경에서 접촉하게 되는 타자(他者)의 그림자로 붙잡는다. 타자는 자아에 맺히는 여러 상념의 색방울들을 끌어들여 자아의 외부에 모호하면서도 구체적인 테두리를 형성한다. 구체적인 관계들이 유보된 타자들은 그의 내면에 감각적인 상(像)으로 맺혀 일정한 모양으로 터를 잡는다. 그리하여 외부세계의 타자들은 작가의 내면에서 비누방울처럼 일어나는 상념의 자리가 되어준다. 그럼으로써 순수한 공(球)과 같은 결정체로서의 색방울들은 외부를 받아들이거나 외물에 달라붙어 융합함으로써 작가에게 새로이 상대적인 생각의 화두를 일으키는 대자적(對自的) 의미의 역할을 띤다. 그것들이 그의 작업에서 어렴풋하나마 구체화시켜내는 인물의 형상들은 대개 눈을 감고 있는 표정을 하고 있다. 그것은 인물들이 상념에 잠겨 있음을 보여준다. 생각하는 표정은 대개 삶의 고뇌를 직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작가는 이러한 형상을 염체(念體)라는 말로 설명함으로써 그의 작업이 정신활동의 많은 부분을 알레고리화(化)하고 있음을 추정케 한다. 그에게 색방울은 하나하나의 염체(念體)이고, 염체는 시간이 흐르면서 무의식 속에서 선택되고, 반복되고, 겹겹이 중첩되어 쌓여서 무수한 교집합과 총체적 합집합을 이루면서 자아의 윤곽을 형성한다.

전유탁_Algorithm of Serenity_캔버스에 혼합재료_53×65cm_2020

작가는 이슬방울 같은 '색공(color ball)'을 '포름(forme)'이라는 불어를 사용하여 표현한다. '포름'은 모양, 즉 형상이나 형태를 나타내는 말이지만 작가가 굳이 그 용어로 나타내려는 핵심은 그의 색방울이 가진 독립적 성격을 함축한다. 그것은 복잡한 세계의 본질을 방울로 응집시켜 드러내는 감각적 상념이기 때문이다. 색방울은 동그란 구(球)의 형태로 응집되어 있으며 여러가지 색깔을 띠고 있다. 그것은 일반적인 의미의 형태이기 보다 '포름'이라 일컬어지는 일정한 모양을 가진 단위 조형요소로서 그의 작품에서 전체적 특성을 이루어 가는데 있어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 작가에 따르면, 그에게 '포름'은 그것 자체로 하나의 인지(認知)이다. 또한 인지한다는 것을 그는 무엇인가를 형태적으로 파악하는 행위이자 에너지로 해석한다. 공간에 부유하는 '포름'은 자율적 존재로서 스스로의 형태를 자신 안의 에너지로 끌어들여 내적이고 독자적인 형상을 굳게 유지하고 통합하려 한다. 그것은 반복의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더 어떤 하나의 형태로 수렴되고, 그것은 또한 끊임없이 분열과 융합의 과정을 거쳐 하나로 몰입되는 연결성을 갖는다. 작가는 이를 이원성과 비이원성 사이를 갈등한다는 말로 표현한다. 작가에게 이원성이란 본질적인 것과 현상적인 것, 또는 융합적이기도 하고 분열적이기도 한 양가적(兩價的) 의미를 가진다. 이는 작가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계를 물리적인 변화 속에서도 정신적 요체를 유지하는 것으로 파악한다는 말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작가는 세계의 핵심을 감각적 '포름'으로서 포착하면서도, 동시에 그 내면에 흐르는 정신성으로서 통찰하려 한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상념이면서도 시각이라는 구체적인 감각을 통해 파악되는 세계이다. 이는 프랑스의 미학자 앙리 포시용(Henri Focillon)의 말처럼, 형태(forme)는 공간과 질료를 통해서 살지만 그보다도 우선 정신 속에서 산다는 문맥과도 상통한다.

전유탁_Algorithm of Serenity_캔버스에 혼합재료_73×53cm_2020

사실 그의 작업은 어딘가 이시하라 색맹검사표를 떠올리게 하는데 그 검사표에서 극히 일부의 사람들은 특정한 색깔을 인지하지 못함으로써 그 색깔의 색점으로 산포된 숫자를 읽지 못한다. 그러나 그 숫자 자체는 잠시 보이지 않는 것일 뿐, 사라진 것이 아니고 잠재되어 있다. 이는 드러나지 않는 실체의 가시성(可視性)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예이다. 이런 점에서 겉으로 보이는 다양한 색의 크고 작은 알갱이들 안에 숨어있는 이미지를 잠재적으로 흩뿌리는 그의 작업은, 비누방울처럼 가볍게 부유하는 현대의 감각적 세계로부터 출발하여, 요즘 시대에 잃기 쉬운 정신적 실체에 대한 맥락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게 된다.

전유탁_Algorithm of Serenity_캔버스에 혼합재료_73×100cm_2020

색방울들은 아크릴 물감을 에어 브러쉬를 사용하여 정신적 집중을 통해 비어 있는 캔버스 공간 위에 순간적으로 쏘아서 그려지는데, 이들은 반투명한 색감으로 서로 오버랩 되어 쌓여서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단순하지 않은 복합적 형상을 이룬다. 색구(色球)들이 모이거나 겹쳐서 어렴풋한 윤곽으로 그려내는 형상들은 더러 우연한 계기로 주목하게 된 유명인의 아이콘도 있지만, 대개는 작가 주변의 지인이거나 일상 속에 마주치는 익명의 인물들이다. 그의 그림은 의도적으로 어떤 형상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다소 즉흥적이고 즉각적인 색방울들의 배치와 그것들의 색감의 상호작용에 의한 효과들이 어우러져 결구(結構)하는, 구상도 비구상도 아닌 그 둘 사이의 경계에 위치한다. 작업의 최종적인 결과는 불완전하고 모호한 효과를 나타내며 보다 더 심층적인 차원으로 마무리된다. 불완전함 속에서 작가는 많은 상념들의 염체(念體)를 받아들이거나 포기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작업을 해왔고, 그러한 작업은 내면의 파란을 거쳐온 작가의 삶과 같은 궤적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그의 작업은 그런 고뇌와 염(念)으로 가득한 내면의 우주와 만나는 과정이다. 최근의 작업에서 화면에 나타나기 시작한 순수 도형의 연속적인 알고리즘은 그런 불완전한 내면의 아련한 느낌을 파고드는 심리적인 과정을 시각적으로 좀더 드러내려는 듯하다. 이러한 과정들이 작가에게는 진지하면서 가볍고, 혼란스러우면서도 흥미로운 자아의 정결의식이 되어주고 있는 것 같다. 그러한 의식으로서 평온에 이르는 그의 작업(Work)은 어딘가 순수한 정신의 결정체를 추구하는 유리알 유희를 떠올리게 한다. ■ 서길헌

Vol.20200514d | 전유탁展 / JEONYUTAK / 田侑卓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