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갤러리 유진목공소 기획 / 반이정(미술평론가, 갤러리 유진목공소 디렉터)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사전예약시 휴관일이나 시간 무관하게 관람가능
갤러리 유진목공소 GALLERY EUGENE CARPENTERSHOP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89-2번지 1층 www.facebook.com/gallery.eugene.carpentershop
갤러리 유진목공소는 『분홍』에서 미술 작품을 구성하는 기본 가운데 색에 집중한 김지예·한수정·황소영의 3인전을 올해 2월에 개최한 바 있다. 그 전시는 미술작품이나 전시회에 과유불급의 해석을 매다는 미술판의 통념을 벗어나, 작품의 완성도를 작품의 표면을 접하는 순간 직감하는 우리의 오랜 경험칙을 기획으로 옮긴 전시였다. ● 올해 1월말경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미술판 전체가 예정에 잡힌 전시를 무기한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일이 연쇄적으로 일어났고, 이미 전시를 개최한 경우라도 유동인구의 감소로 불이익을 피하기 어려웠다. 2월 중순 오픈한 『분홍』 역시 코로나19가 가파른 기세로 확산되면서, 전시 기간이 코로나19의 터널을 통과해야했다. 전시 개최 초반에 감지된 외부의 호응을 이어가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 갤러리 유진목공소는 후속 전시 『분홍 플러스』의 기획을 결정했다. ● 미술 전시 기획은 관념적인 화두나 공인된 인문학의 수사를 제목으로 걸고, 제목과 직간접으로 연관짓기 까다로운 작품들을 한데 모으는 것이 하나의 공식처럼 굳었다. 갤러리 유진목공소의 기획전 『분홍 플러스』 는 시각적으로 단번에 각인되는 분홍색을 공유하는 세 작가의 작업들로부터 미술의 촉각성, 인체 감각의 연장, 성애주의性愛主義, 장식 가치 등이 어림짐작할 만한 교집합을 형성하는 모양새를 보여주려 한다. 비중의 차이는 있어도 전시를 구성하는 이 네가지 키워드는 세 작가에게 고르게 배어있고, 그것을 분홍빛이 직감적으로 연결시킨다. ● 『분홍 플러스』는 앞선 『분홍』의 연장이되, 초대작가 셋의 출품작 80% 이상을 교체하여 재구성한 신작 전시회다. 때문에 주요 관전 포인트는 세 작가가 앞서 선보인 작품들의 훨씬 전에 제작된 구작(김지예의 경우)과, 전시 이후에 새로 완성된 신작(한수정. 황소영)을 통해 변화 과정과 차이점을 확인하는 데 있겠다.
부서질 듯 가녀리지만 만지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김지예의 도예품은 『분홍』 전시 때 높은 호응을 받았다. 끈적임과 견고함을 함께 담은 무정형 도자의 표면에서, 그것을 만든 이의 신경질적 민감성이 충분히 짐작되기도 했다. 유약으로 반들반들한 도자의 단단한 표면이 생물체의 점액질 내장을 연상시키기도 했고, 깨질 듯 아슬아슬한 도예품의 외형이 하나같이 에로티즘으로 귀결되는 듯한 외형을 해서 도예품의 일반적 미감을 넘어서는 영역에 있었다. ● 『분홍 플러스』에선 뮤트톤mute-tone으로 완성한 김지예의 초기 회화를 만날 수 있다. 초기 회화 작업들은 입체처럼 보이기도 하는 회화다. 또 새 두 마리의 짝짓기 체위를 균질된 패턴을 올린 전작을, 올해 소형으로 다시 제작한 신작 회화도 소개된다.
완성된 외형이 아닌, 최소한의 구성요소로 꽃의 모양새를 재현하는 한수정의 꽃 그림은 2005년부터 시작되었다. 불완전하게 구성된 꽃 그림에서 관객은 완성된 꽃을 지각한다. 불완전한 구성으로 완성된 꽃을 재현하는 한수정의 재현법은 계속 변화해왔다. 2017년 전후로 꽃의 '형태'가 아닌 '색'에 집중해서 꽃을 완성하면서, 색으로 대상을 완성시키는 대안을 발견했다. ● 『분홍 플러스』에선 꽃잎 일부를 여백으로 처리했던 종래 꽃그림 구성에서 더 나아가, 화면의 전경에는 밝은 톤으로 개화한 꽃의 주름진 앞모습 중 일부를 담았고, 후경에는 어둡고 평평하게 처리된 배경을 배치해서 화면 안에서 대비감을 만들어진다.
요가 강사를 부업으로 할 만큼 황소영은 요가 생활로 내면화된 미술가다. 요가를 통한 인체 체험을 평면 회화로 연결시키는 작업을 하며, 미술의 촉각성과 인체 감각의 회화로의 연장이라는 주제와 연결된다. 앞 전시에선 빨간색과 흰색이 뒤엉켜 분홍색으로 전면화된 그림들이 지배적이었다면, 『분홍 플러스』에선 대폭 변화한 황소영 신작이 소개된다. 분홍색 화면 속에 푸른색 계열 색점들이 듬성듬성 긴장감을 만들고, 대형 화면들 속에 구체적인 형상보다 풍부한 색감들이 모여 어렴풋하게 산세를 형성시키는데, 이 균질한 화면에서 다채로운 색점들이 모여 연못을 완성하는 모네의 「수련」이 떠오르기도 한다. ■ 반이정
황소영의 요가 클래스가 전시 기간 중에 일반인의 신청을 접수 받아 갤러리 내부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목 11:30~12:30)
1. 갤러리 유진목공소는 30년째 운영 중인 유진목공소 옆에 자리한 화랑으로, '유진목공소'라 적힌 대형 간판 아래 나란히 있다. 이곳은 원래 수도와 보일러를 수리하던 설비업체가 있던 자리로, 화이트큐브의 백색 벽이 아닌 설비업체가 철수하며 남긴 흔적/인테리어를 전시장 벽으로 그대로 사용한다.
2. 14세부터 55년간 줄곧 목수로 일한 윤대오 사장이 아들 윤종현과 운영 중인 유진목공소는 KBS-TV 교양프로 「낭독의 발견」 2010년 방송 등 대중매체에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3. 목공소로 유명했던 홍은동 문짝거리에 재개발 바람이 일면서 목공소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는 와중에 현재 남은 목공소 두 곳 중 한곳이 유진목공소다. 이곳은 '전통창호'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목공소다. 2019년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방한한 첫날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배경으로 선 만찬장 상춘재의 전통 문창살 99짝의 교체를 담당한 목공소가 유진목공소다.
4. 갤러리 유진목공소는 분야가 다른 세 사람이 운영한다. 반이정(1970) 디렉터/공동대표 ● 미술평론가. 「중앙일보」 「시사IN」 「씨네21」 「한겨레21」 「한겨레」 「경향신문」등에 미술 칼럼과 시사 칼럼을 연재했다. 「교통방송」 「교육방송」 「KBS」 라디오에 미술 고정 패널로 출연했다. 중앙미술대전 동아미술제 송은미술상 등의 미술상 심사위원과 많은 미술 창작스튜디오의 입주작가 선발 심사위원을 지냈다. 『한국 동시대 미술 1998-2009』 『예술판독기』 『사물판독기』 외에 여러 책을 썼다. 유튜브 채널 '반이정의 예술판독기'를 운영하며, 네이버 파워블로거에 선정됐다. 이민재(1967) 매니저/공동대표 ● 청운 중학교 과학 교사. 대학원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했고 『현대미술의 이해』 『모마 포토그래피』같은 시각예술 전문서적과, 물리학자 리사 랜들의 『숨겨진 우주』 같은 과학서를 번역했다. 윤종현(1983) 공동대표 ●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 5년여를 충무로 영화계에서 『얼굴 없는 미녀』 『효자동 이발사』『거울 속으로』등에 조명팀으로 참여했고, 그후 수행자가 되기 위해 해인사와 불국사에서 1년 반여 행자 생활을 하다가 하산했고, 2010년부터 현재까지 아버지 목수 윤대오 사장과 유진목공소에서 목수로 일하면서 평생 미술 작가로 존재하길 꿈꾼다.
5. 갤러리 유진목공소가 기획하는 전시의 지향점은 왕성한 전성기를 누렸으나 어느덧 잊힌 듯한 중년작가를 재조명하고 재평가하는 일과, 진가를 온전히 평가받지 못한 미술가를 발견하고 소개하는 것이다. 갤러리의 지정학적 위치에 걸맞게 목공의 미학과 홍은동 목공거리의 역사를 주목하는 전시도 계획 중이다. ■ 갤러리 유진목공소
Vol.20200513e | 분홍 플러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