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50809c | 이매리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휴관기간동안은 온라인 전시로 대체됨 무안군오승우미술관 온라인 전시 youtu.be/5NTYQmj95Tw
무안군오승우미술관 MUAN SEUNGWOO OH MUSEUM OF ART 전남 무안군 삼향읍 초의길 7 Tel. +82.(0)61.450.5482~6 www.muan.go.kr/museum
이매리는 미니멀리즘적인 구조물에 텍스트, 설치, 영상 등의 개념미술이 혼합된 독특한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작가이다. 이번 '시 배달 2020'에서 이매리는 원초적 언어인 '시'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개인의 기억에서부터 시작하여 인간의 존재, 투쟁, 사회 문명, 민족과 국가의 흥망성쇠 등 인류 문명에 대한 진지한 성찰로 나아간다. 고고학적 유물들과 지층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현재의 시간으로 소통하기 위해 작가는 세계의 다른 공간들을 잇는 영상, 흙으로 된 지층, 금분으로 기록한 거대한 크기의 성서나 동양의 경전 등으로 물질화한다. 고고학적 지층에서부터 6.25전쟁과 여순 반란사건, 광주민주화운동, 이 땅의 이민 노동자 등 타자들에 관한 동시대의 역사를 잇는 그녀의 작업은 수직적이고 함축적인 시공을 훑으며 시적 수사를 통해 베를 짜듯 직조된다. 그러므로 작가가 배달하는 '시'는 예술가의 상상을 통해 건축된 '인류의 기억 저장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2015년부터 5년째 지속되고 있는 작가의 '시 배달'은 결국 장구한 역사를 남기며 기록의 문화를 누리고 있는 우리에게 특별히 어떤 '인간의 기억'에 관한 윤리를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베트남,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건너온 다양한 이주민들이 자신들의 모국어로 민족시를 읊는 영상이다. 이 영상은 뉴욕과 우리나라에서 촬영되어 두 개의 채널로 보여주고 있으며, 이 영상 옆 벽면에는 각 나라의 언어로 된 50개국의 민족시가 읽을 수 없도록(읽혀지지 않도록) 뒤집혀진 텍스트로 배열되어 있다.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 갑자기 사라져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도 가족의 품 안으로 돌아오지 못한 441명의 잃어버린 40년을 상징한 작품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몇 년 전부터 지금까지 몇 차례에 걸쳐 이들의 유골을 찾기 위해 5.18 당시의 암매장 터로 의심되는 광주의 주남 마을 터, 교도소 터, 상무대 터, 옛 기무사 터의 4군데 장소를 발굴하였다. 서류봉투에 담겨져 있는 흙은 바로 5․18 행불자 441명의 유해를 찾기 위해 발굴한 현장 다섯 군데의 흙을 담은 것이다. 이 서류봉투에는 발굴현장 흙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 백기환의 시, 고재덕이라는 행불자 한사람의 묘비명, 그리고 에즈라 파운드의 1차 세계대전 이후 참담함을 담은 내용의 시가 들어있다.
월남사 발굴 사진 위로 금분으로 쓰여진 창세기 그리고 블랙으로 페인팅 된 캔버스를 볼 수 있다. 모든 색을 섞으면 블랙이 되듯 블랙은 모든 것을 담고 있으며 또한 이 어둠, 암흑으로부터 모든 것이 생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작가는 그의 고향 집들이 대대로 터를 잡았던 월남사 터에 대한 발굴이 시작되면서 천 년 전의 지층과 마주하게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월남사 터는 고향집의 터이자 왜란의 참화로 사라진 고려시대 사찰의 터이고 6·25 전쟁과 수많은 역사가 지나갔던 곳이다. 작가는 '인간의 존재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에 대하여, '인간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등의 고민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으며, '나(우리)는 지금 갑자기 떨어진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너의 생각을 씨앗하라'라는 작품 제목은 단테 신곡 중 한 문장을 차용하였으며, 『Poetry Delivery』 에서의 주요 내용인 인간의 삶과 죽음, 민족의 생성과 소멸의 문제를 문학적 시선으로 다룬 또 다른 형식의 작품 중의 하나이다. 이 작품에 사용된 사진은 임시정부 수립과 관련된 사진이며 금분으로 된 텍스트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흑인 인권운동에 길을 만든 연설문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하나의 영상은 작가가 태어난 강진의 월남사에서 출발하여 광주를 지나 임진각으로 향하는 서울의 고속도로를, 다른 하나의 영상은 분쟁과 전쟁 지역의 이민노동자들이 민족시를 읊는 영상이다. 자동차 도로를 따라가면서 작가의 시선, 타인의 시선들을 결합하였고 광주라는 도시의 특수한 역사적 사건과 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풍경들을 시낭송과 연결시키고 있다. 작가가 임의로 선정한 50개 국가의 영혼을 담은 시들은 인류학적 고통으로 해석되고 있다.
작품 제목에서 '캔토스'는 종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에즈라 파운드의 시에 등장한다. 황야에서 방황하고 약속된 땅을 발견하고, 잃고, 도시를 건설하고 또 잃고,,, 이렇게 소멸이 확실할 것 같다가도 항상 남은 사람들에 의해 구재되는 종족의 이야기이다. 작가가 말하는 캔토스의 공간은 새로이 구현된 시의 공간적 의미로 과거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드나드는 동시에 신화적 공간을 재해석한 작가의 시선으로 만든 추상적인 공간을 가리키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and 라는 단어는 과거와 현재의 연결로서 쓰이고 있다.
금분으로 된 텍스트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예루살렘』이라는 시의 한 부분을 작품의 오브제로 넣은 것이다. 『예루살렘』이라는 시는 처음에는 잉글랜드의 복된 과거를 그 다음은 산업혁명으로 파괴된 자연과 훼손된 인간성을 마지막으로 그 모두를 극복한 복지번영의 영국을 표현한 시이다. 작가는 발굴된 유물로써 해골 위에 고대의 역사를 금분으로 씌여진 시 형식으로 현재의 시간으로 우리 앞에 배달 해 주고 있다.
91개의 캔버스로 거대한 지층의 형상을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의 재료는 석탄, 금분, 흑연 등 모두 땅에서 나오는 것으로 구성되었으며, 마치 발굴 현장처럼 설치된 모습이 인상적이다. 히브리어나 라틴어, 영어로 패널 위에 빼곡이 씌여진 텍스트에는 구약성서의 제네시스(창세기전), 금강경, 에즈라 파운드의 시, 밥 딜런의 노래 'Blowin' in the Wind'(불어오는 바람속에) 등을 담고 있어 마치 인류문명의 대서사시를 펼쳐놓은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이를 통하여 스스로를 '인류의 탄생, 인간의 삶과 죽음, 민족과 국가의 생성과 소멸에 관한 이야기를 시형식으로 배달하는 자'로 명명하고 있다. ■ 무안군오승우미술관
Vol.20200407e | 이매리展 / LEEMAELEE / 李梅利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