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즈 TIMES

박아람 작가는 회화,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식을 사용하여 가상과 실재가 혼재하는 동시대의 환경 속에서 유효한 이미지와 회화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타임즈』는 그동안 작가가 여러 매체를 통해 탐구해 온 회화성에 대한 고민을 다시 회화의 형태로 종합함으로써, 다양한 레이어가 중첩된 오늘날의 시공간을 표상하는 조형 언어를 완성하고 이후의 연구로 이행하는 전시이다. 작가의 작업은 디지털 환경에 대한 동시대의 감각적 속성을 회화 매체로 풀어내는 일련의 작가군과 함께 분류될 수 있지만, 그 예술 형식의 성립에 있어 여타의 작가들과는 다른 방향성을 취하고 있다. 박아람 작가는 디지털상의 감각이나 질감, 특정한 현상을 재현하기보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구성하고 있는 형식 언어와 체계를 전통적 예술 형식인 회화 속으로 들여오는 방법을 탐색한다.

박아람_댐_리넨에 페인트_194×154×4.7cm_2019~20 / 이미지_박아람 박아람_아이-핑거_ 나무 공에 페인트_⌀ 10cm_2019~20 / 이미지_박아람

작가는 회화를 하나의 상징 언어 체계이자 소통의 도구로써 이해하고, 동시대의 테크놀로지 환경을 작동하게 하는 연산의 작용을 내면화시켜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의 셀(cell)이 각각의 행과 열에 대응하는 행렬(matrix)의 구조를 가진 것에 착안하여, 회화의 '색'이 행렬의 색인(index)으로 기능함으로써 작동하는 일종의 조형 언어를 고안한다. 각각의 색면은 또 다른 색면을 지시하고 참조함으로써 시각의 운동을 발생시키는 임의적 상징체계로 기능한다. 전시 전체는 이러한 참조의 연쇄로부터 비물리적인 동력을 얻어 움직이는 가상의 기계장치로서 제안된다.

박아람_무한 동력_캔버스에 페인트_각 97×194×4cm×6_2019~20 / 이미지_박아람 박아람_아이-핑거_나무 공에 페인트_⌀ 10cm_2019~20 / 이미지_박아람

작가는 작업에 앞서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디지털 드로잉을 수행한다. 스프레드시트 속 각각의 셀에 색을 채워가며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이렇게 소프트웨어상에서 도안된 이미지를 다양한 크기와 비율의 캔버스 위에 구현한다. 표준화된 색상의 페인트를 안료로 한 회화는 모듈 구조의 형태로 전시실 벽면을 구성한다. 스텐실 붓을 사용한 색면의 그라데이션은 각각의 색을 색인으로 가진 행렬의 셀을 지시하고 참조하면서, 무한히 하나의 소실점으로 수렴하거나, 운동 에너지를 생산하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발생시킨다. 크기를 달리하여 위치한 두 개의 파란 공, 「아이-핑거」(2019-2020)는 눈과 손이 하나의 기관처럼 연동되는 동시대의 지각 경험을 형상화하고 있다. 「아이-핑거」는 공간을 늘리거나 줄이는 일종의 축척처럼 기능하며 관람자가 바깥 전시장에서 안쪽 전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줌 업하여 들어가도록 이끌고, 또 다른 장소에 위치하는 파랑의 행과 열을 지시하며 시공간을 이동시킨다.

박아람_계단_리넨에 페인트_194×194×4.7cm_2019~20 / 이미지_박아람 박아람_아이-핑거_PVC 공에 페인트_⌀ 150cm_2019~20 / 이미지_박아람

박아람_타임즈_캔버스에 페인트_각 139×139×4cm×8_2019~20 / 이미지_박아람 박아람_아이-핑거_PVC 공에 페인트_⌀ 150cm_2019~20 / 이미지_박아람

박아람_타임즈_캔버스에 페인트_각 139×139×4cm×8_2019~20 / 이미지_박아람

박아람_타임즈_캔버스에 페인트_각 139×139×4cm×8_2019~20_부분 / 이미지_박아람

여덟 개의 캔버스로 거대한 화면을 만들어낸 작업 「타임즈」(2019-2020)는 가상의 시계와도 같이 시계 방향의 시각 운동을 발생시킨다. 소프트웨어상의 이미지를 캔버스 위의 물리적 결정체로 옮겨낸 작품은 기계적인 정보 처리를 거친 도식 체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정한 입력과 출력을 처리하는 규칙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작가가 제시하는 회화는 자유로운 이미지의 운동을 제안하고 유도하는 장치로서 작동하며 단단한 전시 공간의 벽면, 나아가 견고한 시간과 공간을 심상의 차원에서 유연하게 늘리거나 접고, 펼치면서, 재구성한다. 하나의 색면은 그 색상이 위치하는 또 다른 시공간의 좌표를 지시함으로써 시선의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작가는 이렇듯 가상의 이미지를 창출함으로써 관람자에게 그 심상의 운동을 추적하고 따라가는 유희에 참여할 것을 권유한다. 전체 모듈을 구성하는 동시에 다른 형식으로의 재배치 가능성을 내포하는 각각의 캔버스 유닛들은, 또 다른 배열의 구조를 암시하는 한편 가상의 좌표점을 지시하고 있다. ■ 금호미술관

□ 박아람 작가 개인전 『타임즈 TIMES』 PDF 카탈로그 - 도록 제작 및 발행 : 박아람 - 전시 주최 및 주관 : 금호미술관 - 링크 : https://drive.google.com/file/d/1-jnfEiJvvhvjbIOUZwnRit3rZbdiwgI7/view?usp=sharing

Vol.20200404d | 박아람展 / PARCRAHM / 朴아람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