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쿤2020 : 스쳐 지나간다

COCOON2020 : Everything passes by展   2020_0402 ▶ 2020_0515 / 주말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이소_이재석_이창운_임희재

주최 / 코오롱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 휴관

스페이스K_과천 SPACE K_Gwacheon 경기도 과천시 코오롱로 11 (별양동 1-23번지) 코오롱타워 1층 Tel. +82.(0)2.3677.3119 www.spacek.co.kr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_과천에서 신진작가 기획전 '코쿤2020: 스쳐 지나간다'를 개최한다. 해마다 역량 있는 신진 작가들을 발굴해온 코쿤전은 올해 9회를 맞이하여 이소, 이재석, 이창운, 임희재 등 네 명의 작가를 선보인다.

코쿤2020 : 스쳐 지나간다展_스페이스K_2020
코쿤2020 : 스쳐 지나간다展_스페이스K_2020

이소는 보편의 일상을 배경으로 사실적 묘사를 배제한 우회적인 수법을 통해 어디선가 본 듯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가능적 존재를 탐험하며, 이재석은 군대에서 겪었던 경험을 통해 발견한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의 질서들을 화폭에 소환한다. 그리고 이창운은 집단적인 사회 시스템 속 현대인의 무감각한 일상과 물리적인 이동을 대형 설치작품으로 시각화 하며, 마지막으로 임희재는 자연사박물관의 박제된 동물이나 동물 다큐멘터리의 긴박한 순간을 그린 회화 작업을 통해 틀에 갇혀 있는 이미지를 해방시킨다.

이소_둘 사이_캔버스에 유채, 피그먼트_181.3×227.3cm_2020
이소_Sleeping beauty_세라믹_44×175×114cm_2018

이소 ● 우리나라와 일본을 오가며 작업하는 화가 이소에게 캔버스는 자기 표현의 수단이다. 아무리 거창한 철학적 메시지나 복잡한 사회적 의미를 담은 작품이라도 결국 작가 자신의 목소리로 귀결된다고 생각하는 그는 일상과 자아가 만나는 지점과 그 순간들을 꾸준히 화폭에 담아왔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그를 매료시켜왔던 용(龍)은 작품의 중요한 모티브이자 작가 자신을 대신하는 페르소나로 역할해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옛날부터 지금까지 용에 부여된 풍부한 은유와 상징 그리고 시각적 상상에 천착해온 작가는 이 초자연의 신비하고 환상적인 존재에 자신의 감정과 감상을 투영하며 이를 또 다른 존재에 대한 하나의 가능성으로 상정한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도 황색 혹은 흑색의 단일한 주조색으로 전달되는 정서를 배경으로 각각 다르게 존재하는 용을 표현한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봄의 환상이라든가 홀로 맞이하는 밤의 정적, 혹은 인적 없는 밤 바다의 정취에 이르기까지 소소한 일상에서 작가 자신이 마주하는 서정의 순간을 담는다. 보편의 일상을 배경으로 하지만 사실적 묘사를 배제한 우회적인 수법을 통해 작가는 어디선가 본 듯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가능적 존재를 탐험한다.

이재석_부품들의 정렬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27.3×181.8cm_2020
이재석_중첩된 정렬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30cm_2020

이재석 ● 이재석은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사회의 질서들을 화폭에 담는다. 그는 군 복무 중 예기치 않게 받게 된 수술에서 작업의 영감을 얻었다. 자신의 몸에 나사가 박히는 경험은 스스로의 신체를 새삼 낯설게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그는 군대에서 사용했던 총기와 신체의 구조, 사회를 모두 하나의 맥락 속에 연결하여 회화적으로 표현하기에 이른다. 마치 몸 속 장기처럼 보이는 빨간색 부품들은 각각의 역할에 따라 작동하지만, 자칫 그 중 하나라도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으면 다른 부분들도 리듬을 잃게 된다. 작은 부품들의 구조적 완결이 총의 기능을 강화하고 여러 장기의 정상적인 작동이 건강한 신체를 강화하듯이, 현실의 자유로움 속 불가피한 정렬이 이른바 숭고한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고전적 회화의 견고함이 엿보이는 기법은 깊이 있는 색감을 획득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한 화면에 등장하는 파편화된 이미지들을 동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의 회화 속에서 서로 무관해 보이는 이미지들의 병치로 구성된 현실의 풍경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연결되어 있는 우리 세계의 일면을 응시한다.

이창운_편도여행_스테인리스 스틸, 감속모터, 스피드 컨트롤러, 스테인리스 볼_400×500×240cm_2020

이창운 ● 이창운은 현대인의 무감각한 일상과 물리적인 이동을 시각화한 설치작품 <편도여행>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획일화되고 집단적인 사회 시스템에 대해 '왜 우리가 이런 반복적인 삶을 살고 있는가' 라는 의문을 품으면서 시작한다. 일방 통행만 가능한 구조로 구축된 거대한 레일은 그의 눈에 비춰진 우리 사회의 모습을 은유한다. 컨베이어 벨트 조립 라인 시스템을 연상시키는 이 한정된 구조 안에서 달그락거리며 배회하는 캡슐은 일견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낙오할 수 있는 현대인의 불안한 상태와 닮았다. 비록 획일화된 움직임일지라도 그것이 만들어 내는 리듬만큼은 보는 이에게 생기를 부여하고 주변의 삶에 작은 위안을 건네기도 한다. 작가는 반복과 긴장의 상황 속에 우리 삶의 단편적인 현실과 그 현실의 문제를 조심스레 일깨운다. 복잡하게 얽힌 레일과 기계적으로 작동되는 그의 작품은 반복되는 삶 속에서도 각기 다른 일상, 즉 관객 자신의 '지금'을 환기시킨다.

임희재_Untitled_캔버스에 유채_162.2×260.6cm_2020
임희재_HLN301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9

임희재 ● 임희재는 시각적 대상과 이를 바라보는 응시자 사이에 존재하는 물리적 틀에 주목한다. 특히 박제 동물이나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동물 영상처럼 살아있는 생명체의 대상화에 집중한다. 자연사박물관의 박제품은 생명체에 대한 사실적인 경험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기능하지만 유리 상자에 갇힌 동물 사체의 환영에 불과하다. 진열대를 가로막은 투명한 유리 벽은 살생과 폭력, 비명, 죽음 같은 불편한 사실들이 세상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도록 차단한다. 그는 박제된 이미지를 회화로 옮겨와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박제'함으로써 그 희미해진 이야기들을 더듬는다. 동물들의 생명력 넘치는 순간을 포착한 다큐멘터리도 그에겐 다를 바 없다. TV라는 현대적 기계 매체 속 패널로 둔갑한 유리벽 너머 가공된 영상에서 박제와 동일한 기제를 발견한 작가는 이를 의도적으로 파편화하여 다큐멘터리의 문맥으로부터 도주를 시도한다. 캔버스 위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그의 붓질은 이들 유리벽의 안팎을 넘나들며 불완전하게 흩어진 환영을 연결시켜 온전한 하나에 이르기를 소망한다. 짧게 스쳐 지나가는 듯 강렬한 그의 화법은 경계를 무력화시켜 유리에 갇혀 대상화된 이미지를 해방시킨다.

코쿤2020 : 스쳐 지나간다展_스페이스K_2020

이렇듯 기성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실험 정신으로 무장한 이들 네 명의 작가는 저마다의 주제 의식을 예술세계 속에서 깊이 있게 통찰하며 독특한 시각언어를 구사한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시각상을 발견할 수 있는 이번 '코쿤2020 :스쳐 지나간다'에서 이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역량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스페이스K_과천

Vol.20200403j | 코쿤2020 : 스쳐 지나간다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