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UP 2019

갤러리 그리다 기획공모展   2020_0318 ▶ 2020_0412 / 월요일 휴관

이올_첫돌기념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5.5×112.1cm_2020

1부 / 2020_0318 ▶ 2020_0329 2부 / 2020_0401 ▶ 2020_0412

참여작가 1부 / 이올_임윤묵_정보라 2부 / 장동욱_조미예_최은혜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그리다 GALLERY GRIDA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2길 21(창성동 108-12번지) B1 Tel. +82.(0)2.720.6167 www.gallerygrida.com

지난 2019년으로 일곱 번째 진행된 갤러리 그리다의 신진작가 공모전은 이올(in the name of love, 5월 22일-6월2일), 정보라(그 후, 남겨진 것과 남겨질 것들, 6월5일-16일), 장동욱(사물의 기억, 10월18일-30일), 최은혜(미지림; 의식의 중정中庭 part 2, 11월5일-11월16일), 임윤묵(Curtain Call, 11월20일-12월1일), 조미예(Molecular Portraits of life, 12월6일-12월18일)의 순으로 개인전이 진행되었습니다. 개인전이 개별적인 작가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면 이번의 전시는 그들의 단체전으로 2019년 공모전을 총괄하는 형태로 모두를 일별하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전시 공간의 특성상 전시는 1,2부로 진행합니다.

예술이라는 표현방식으로 나는 사육됐다라고 고백하는 이올 작가의 작업은 안주하는 현실에 때로 만족하며 때로는 뛰쳐나가고 싶어하는 우리 모두에게 공명하는 작업이 아닐까 합니다. 뚜렷한 표현으로 말하는 작업을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물론 뚜렷한 표현 자체만으로 가치있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표현이 지나쳐 정제되지 않은 날것같은 느낌이 도리어 낯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포위하고 있는 세상과 그것의 질서라는 것, 사회적 규범을 포함하는 그 모든 것들은 언제나 정제되어 있고 한없이 차분한 것들입니다. 때로는 억압적이고 때로는 그 속에서 보호를 구하는 것이 일상적 삶이라면 하얀 사각형의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작업들에서 역시 같은 것을 구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임윤묵_Checks and Stripes_캔버스에 유채_72.7×50.0cm_2019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숲 속 한 가운데서 그 교훈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인지 가능한 범주에서 부분부분 확인된 것들을 조심스럽게 머리 속에서 그럴듯하게 재조합하고 그려낸 것을 총체성이라 믿어 보기로 합니다. 현대의 일상이란 것은 별로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지나치게 세밀한 정보를 끊임없이 책상 위로 올려 보냅니다. 임윤묵 작가의 작업에서 우리는 우연히 마주하는 행위나 현상, 사물에 대한 소소한 집착을 만나게 됩니다. 못자국이나 작은 상처와 같은, 보통으로 생각하면 주된 대상이 아닌 오히려 객체에 가까운 조연들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 작업에서 나타나는 주객전도의 양상은 기묘한 낯설음과 모호한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정보라_후에 남겨진 것들 그후 210122_장지에 혼합재료_45.5×53cm_2019

낡은 나무판자를 하나씩 교체헤 가던 테세우스의 배가 어느 지점에서부터 고유성을 상실했는지, 그것은 지금도 여전히 영웅 테세우스의 배인지 하는 문제는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온 정체성의 문제입니다. 장강의 물결이 계속 흘러가는 것처럼 인간의 세포는 불과 반년이면 모두 새로운 것으로 대체됩니다.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장강은 여전히 장강이고 인간은 반년 전과 같은 인간입니다. 정보라 작가는 흔적으로 남은 기억을 형상화하는 것으로 자신의 작업을 설명합니다. 기억이라고 말한다면 단순하지만 기억은 다수의 복합적인 층위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람이 인생을 살아오며 켜켜이 쌓아 온 기억의 층위들이 자신을 인지하고 확신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한지 위에 층층이 겹쳐지는 막과 때로 집중되고 때로 비어 있는 붓의 묘사는 마치 마모되어가는 기억처럼 성글어진 풍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장동욱_공터_캔버스에 유채_112×162.0cm_2019

장동욱 작가의 작업에서 보여지는 풍경은 언뜻 보통의 풍경이라고 여겼지만 곰곰 살펴보면 전혀 일상적이지 않은 풍경으로, 그 자신이 설명하듯 새롭게 재구성된 기억을 그려낸 것입니다. 화면에 포착된 이미지는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지만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을 것임에 틀림없을 그런 것들입니다. 풍경이라고 하는 것은 특별한 명경이 아닌 이상 삶 속에서 부대끼며 만들어지는 기억들의 조각 속에서 의미있는 기억들을 찾아내기 위한 키워드로 자리매김됩니다. 우리의 기억은 정확하지 않으며 때로 지워지고 때로 다른 기억이 덧씌워져 전혀 다른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불완전한 기억을 토대로 세계를 인식하고 지각하고 있습니다. 작가 자신이 살아왔던 풍경-공간과 시간을 재현해 내는 작업은 스스로를 지각하고자 하는 끊임없는 노력의 경주입니다.

조미예_Inner component_실크에 아크릴채색_90.5×72.5cm_2018

밤하늘에 떠 있는 숱한 별들을 바라보며 그것이 무한한 우주의 일부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우리의 존재가 덧없는 것임을 원치 않더라도 상기하게 됩니다. 그러나 시선을 돌려 자신을 바라본다면 이 덧없는 존재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깨닫고 조금 위안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조미예 작가에게 있어 세포란 생의 근원을 탐구하는 시작점과 같습니다. 근원적 존재로서의 세포는 삶의 사용 설명서이며 안내자라고 말하는 작가의 설치 작업은 공간에서 거대한 세포들을 펼쳐 보였고, 적절한 조명 계획을 통해 마치 인간이 작아져 다른 인간의 체내 속에 침투해 세포의 세부적인 모습을 관찰하는 듯한 체험을 관객들에게 전했습니다.

최은혜_서로 다른 것들_종이에 먹, 연필_21×29cm_2019

어느 시대이건, 인간은 잘 짜여진 틀에 갇혀져 보이지 않는 궤도 위를 달려가고 있을 뿐이 아닌가 하는 성찰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저런 소소한 일탈 정도가 그나마 누릴 수 있는 궤도 밖의 여정일 테지만 독립독행하지 않는 이상 원래의 위치로 돌아오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모두살이에서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일지는 모릅니다. 최은혜 작가는 자신이 긋고 있는 선이 경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이탈하려는 움직임의 흔적이라고 말합니다. 화면에 선으로 구축되어진 이미지는 대체로 식물의 모습-아니 식물의 군체들로 이루어진 공간입니다. 경계의 틈을 찾고, 그 틈을 선으로써 공간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참호전을 연상시키는 작업입니다. 이렇게 생산된 이미지들이 어떻게 작용하며 공간을 변화시키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 갤러리 그리다

Vol.20200318d | 앞 UP 2019-갤러리 그리다 기획공모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