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20_0301_수요일_05:00pm
주최 / 재단법인 일심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일,월,공휴일 휴관
씨알콜렉티브 CR Collective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120 일심빌딩 2층 Tel. +82.(0)2.333.0022 cr-collective.co.kr
CR Collective 씨알콜렉티브는 2020년 첫 전시로 2019년 CR 신진작가 공모에 선정된 지원김의 개인전, 『오픈 포지션(Open Position)』을 오는 2월 11일부터 3월 28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지원김은 그 동안의 사진, 영상, 아카이브, 설치 작품들과 신작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복합매체적으로 총망라하는 결과물을 선보인다. ● 무감각하게 인간의 인종, 성별, 직업 등의 계급을 구별하는 계단을 상정할 때, '동양', '여성', '작가'Asian Woman Artist인 지원김은 모든 이유에서 계단의 가장 낮은 곳에 가까이 자리한다. 세 가지 조건은 각 구분의 다른 상황보다 여러 칸, 적어도 한 칸은 낮은 냉정한 현실을 맞닥뜨리게 한다. 10여 년간 유럽에 머물며 현실과 예술계 속에서 지원김은 그 누구도 당당히 드러내지 않지만,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제도권과 계급, 권위에서 나오는 불편함을 작은 틈으로 끈질기게 꺼내는 작업을 해왔다.
「The Hair of the Artist」는 150여점의 퍼포먼스- 다큐멘터리 사진 연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중 60여점을 선보인다. 지원김은 미술 기관에 방문해 눈에 띄지 않게 자신의 머리카락을 남기고 사진을 찍는 과정을 통해 미술계에 침투하려는 젊은 예술가의 지난한 노력을 기록하였다. 그 결과물은 실험실 현미경을 들여다본 듯이 차갑지만, 서정적인 면이 있다. 또한, 매우 정적인 이미지이지만 촬영을 하는 순간을 떠올리면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나는 양가의 느낌을 자아낸다. 그리고 어느샌가 빠져서 눈치채지도 못한 찰나에 들러붙은 머리카락이 자꾸만 손에, 옷에 엉겨서 쉽사리 떨어져 나가지 않듯이 '작가'라는 대상이 발을 들인 미술계에서 어떻게든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함을 암시한다. 몰래 놓은, 작가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가늘고 하찮은 머리카락을 찍기 위해 몸을 잔뜩 웅크리고 줌-렌즈를 단 카메라를 들이댄다. 사진에 찍혀 나온 평소에는 잘 눈에 띄지 않았던 먼지는 미술이라는 세계의 불편한 진실만큼이나 자욱하다.
모두가 같은 표현을 해서 분명한 만큼이나 애매모호해진 「One of the most-」라는 어구를 너도나도 최고임을 자랑하는 미술 기관들의 기본 강령mission statement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홍보 문구들을 모아 지원김은 소극적이지만 집요한 질문을 한다. 획일적인 표현으로 드러난 이율배반에 관한 질문은 큰 소리로 주변을 모두 주목하게 만들진 않는다. 다만 가만히 주의를 기울이면 눈치 챌 수 있는 크기로 어느새인가 다가와 있다. 동경해 마지않았던 유수의 미술 기관들이 내세우는 수사적 어구에서 마치 한 사람이 모두를 위해 대필이라도 한 것 마냥 동일한 표현을 발견하는 일은 사소하지만, 머릿속에 큰 물음표와 느낌표를 찍어 넣는다. 반복해서 발견한 관용적인 문구는 그토록 들어가고자 노력했던 대상의 허구성을 드러내며 실제와 이상 사이의 괴리감을 더욱 선명히 느끼게 한다.
대부분의 기관이 더한 수사는 불가능한 것처럼 자체를 묘사하고 있을 때 도처에 널려있는 모순된 현실과 대면하며 지원김은 자신도 가상이지만 명확한 형상을 지닌, 모순에서 비롯한 Institute of Cultural Representation이하, ICR을 설립한다. 그리고 전시공간에 자리한 ICR의 실체에서 「Seeking Curator」를 수행하며 큐레이터와 함께 실제의 기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집단이나 계급이 늘 개인보다 우위에 있었지만, 개인을 중심으로 느슨한 연대를 쉽게 묶었다 풀 수 있는 SNS와 같은 플랫폼이 여러 방식으로 확산함에 따라 개인의 존재 가치가 점차 상승하는 시점에 지원김의 작업은 그 의미를 더한다. 더 이상 현실에서 중요한 것은 괴리감 만을 느끼게 하는 기관의 거대한 규모나 실재가 아니다. 언제든 흩어지고 다시 모일 수 있는 개별 존재의 작지만 단단한 실체다. 비록 허구에서 비롯되었을지라도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지원김은 현실의 여러 괴리가 발견되는 미세한 틈을 계속해서 파고든다. 동양인, 여성이자 작가라는 사회적 지위로 인해 생각과 현실 그리고 이상의 간극은 더 분명하게 벌어진다. 벌어진 틈을 비집고 이번 개인전에서 전시 제목인 “오픈 포지션 Open Position”을 비틀어 미술계 직업구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설치-퍼포먼스가 결합된 신작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지원김은 미술계를 이루는 예술과 예술가, 미술 기관 그리고 관객 등 각각의 사이에 벌어진 '간극'에 대한 집요한 집착의 시선을 던지는 동시에 제도적인 비판Institutional Critique을 시도한다. ■ 현민혜
Vol.20200211b | 지원김展 / JIWONKIM / 金志媛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