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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아트레온 신진작가 후원展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아트레온 갤러리 Artreon Gallery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 129 (창천동 20-25번지) 아트레온 B1 Tel. +82.(0)2.364.8900 www.artreon.co.kr
#1 걸어간다 ● 우리가 걸어가며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풍경에는 그것이 지닌 과거와 현재, 미래가 모두 담겨있다. 멈추어 서서 바라보는 풍경에는 시간의 어느 한 시점 만이 담기지만, 걸어가는 행위를 통해 연속된 시간이라는 리듬감이 부여되는 것이다. 박보영 작가는 그간의 작업을 통해 공간의 틀 안에서 그 역사의 위상을 추적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의 작업은 공간의 역사를 탐구함과 동시에 공간과 인간에 대한 불가분의 관계를 고전 산수의 필법으로 명확히 표현해 내는 작업이었다. 그는 이번 '걸어간다:이 순간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작업을 준비하면서 시간의 흐름 혹은 인식과 지각이 변해가는 과정에 집중했다면서 현재를 그리는 산수 작업의 형태가 과거와 현재 그 사이를 관념적으로 건너뛰는 게 아닌가 하는 내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음을 고백했다. ● '걸어간다'는 여러 개념이 혼재된 공간에 대한 일종의 서사를 다루는 작업이다. 그의 작품 속 공간이 보여주는 긴장은 변천을 거듭해온 물질 공간과 정신 공간의 개념에 기반한다. 그리고 그 개념은 우리의 무의식처럼 관념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 든다. 이를테면, 한쪽 벽을 가득 매운 '비어진 일상(2020)'은 물질과 정신의 공간에 대한 작가의 기억 투쟁으로 보인다. 작업의 스케일을 뒤로 미뤄두고 구성요소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생략법이 두드러진 단색조의 작품들이 보여주는 시간성과 역사성을 마주하게 된다. 끊임없이 비우고 지운 끝에 결국 드러난 작가의 주체 영역은 결국 같은 삶의 공간을 공유하는 우리들의 연대의식을 진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그것은 수직과 수평으로 확장해 나가다가도 작가에 의해 경계의 선이라 명명된 노란 선에 의해 다양한 연결점들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 그리하여 마침내 노란선들은 규범과 질서가 오류와 변칙을 만나는 우리네 삶의 정직한 투영이 되는 것이다.
#2 이 순간 존재하지만 ●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자연은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경계 안에서 제한된다. '가산위수1/2(2020)'에서 박보영 작가는 전통 산수화 속 자연이 주었던 위로를 인공의 공간에 그대로 재연해 냈다. 가산위수라는 제목처럼 그는 원경과 근경, 높고 낮음, 투명함과 불투명의 경계를 새로이 규정하고 또 상상하여 무한대로 확장함으로써 기억을 담아내고 시간을 쌓으며 분절된 공간을 연결해 냈다. 우리 삶의 공간 기억을 담아내는 작업을 통해 시공간의 경계를 함께 넘어내고 집단의 기억을 조각내어 한 곳으로 모아내는 작업을 해 온 것이다. 작가는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의 모습을 통해 사회에 대한 질문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그 질문은 사람들이 겪는 일상의 피곤함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한다. 다양한 집들이 속에 품고 있는 삶의 편린은 사회의 틀 안에서 규범과 질서에 의해 지워진 책임감을 감내하는 우리네 삶에 대한 작가의 응원 메시지처럼 보인다. ● 긴 시간을 버텨온 건물들 사이에는 새로운 자연이 태어난다. 작가는 산수의 앞에 각각 가(假)와 위(僞)를 붙여 전통 산수와의 분리를 의도하지만(혹은 반어법일 수도), 오래된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택의 안과 밖을 통해 시각적 비정형의 충돌이 빚어내는 새로운 산수의 서사를 만들어 냈다. 낡은 풍경 속, 각각의 공간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분명 미래를 상상하고 그곳을 만들어 냈을 터,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은 어쩌면 당시에 조금 앞선 미래를 경험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당시의 그 미래를 한참이나 지나온 현재의 모습은 많은 개념들이 혼재되어 있다. 미래의 시간이 현재로 들어와 끊임없이 과거화되는 과정 속에서 도시 공간의 역사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3 존재하지 않는 ● 우리는 각자의 세계에서 각자의 경험만큼 세상을 해석한다. 같은 것을 보았어도 사람은 모두 다른 눈과 기억을 가졌으며, 사고의 규칙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모두 다른 규칙을 배려하듯 작가는 일종의 안내선을 가지고 무규칙으로 펼쳐진 서사에 집중력을 만들어낸다. 작품에 그어진 노란 선은 작가의 설명처럼 경계의 선이자 연결의 선이고 이야기의 선이자 이미지의 시작과 끝선이 된다. 이곳과 저곳을 나누면서 동시에 연결하는 선이며, 나와 타자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안내자의 선이다. 더 나아가 내가 선 안에 있는 것인지 선 너머에 있는 것인가와 같은 모든 내적 사유에 대한 근원적 질문의 선이기도 하다. 신비하게도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이 공존하는 하나의 장면은 이 노란선으로 인해 다른 양상으로 대상을 지각하게 만드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궁극적으로는 나에게 존재하지만 동시에 아무에게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 되며, 경계선으로 인해 경계가 사라진 시공의 공존을 경험하게 된다.
#4 다시 걸어간다 ● 인식과 반응, 그리고 재인식으로 이어지는 의식 흐름의 순환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하지만 이 사이에도 분명 간극은 존재한다. 이 간극의 틈이 벌어질수록 우리의 사고는 불완전해진다. 하지만 박보영 작가는 끊임없이 걸어가며 간극을 메꾸거나 잠시 멈춰 서서 응시를 통해 오히려 간극의 불안함을 전면적으로 드러낸다. 과거 동양화의 긴 횡권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은 삼척 정도의 서안(책상)에 앉아 오른손으로 말고 왼손으로 풀어가며 한 척씩 감상하는 식이었다. 그의 작업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공을 작가의 리듬으로 또각또각 걸으며 그 걸음의 보폭만큼 분절해 냈다. 그 분절된 시공은 수평으로 수직으로 때로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확장에 확장을 거듭한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물질과 정신 공간에 대한 기억 투쟁을 멈추지 않는다. 마침내 그 과정에서 우리네 삶을 규정짓던 경계의 선을 재위치 시키다 허물어내는 경험을 얻는 것이다. 그 시공에 초대된 이들은 일종의 정서적 환상을 경험하며 그 환상의 기억은 다시 우리의 세계를 비정형으로 확장하게 될 것이다. ■ 장지남
Vol.20200210c | 박보영展 / PARKBOYOUNG / 朴寶英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