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공간을 찾아서 ● 어둠 속에서 빛에 의해 생기는 공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빛이 없는 어두운 공간에서 한 줄기 빛에 의해 생기는 공간감적 경험은 나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빛에 의해 공간이 만들어지고, 특정한 장소에 또 다른 형태의 빛과 만남으로써 공간이 왜곡되거나 변형, 축소, 확대되는 현상에 집중했다. 시간에 의해 빛은 변화하고 장소의 형태도 변화한다. 빛, 공간, 시간은 따로 분리된 것이 아닌 서로간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하나의 의미를 전달한다. 그 이면에는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함축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빛은 이처럼 만져지거나 형태가 없는데 어떻게 공간감을 느끼게 하는가에 대한 의문점을 가지게 했고, 그 의문점에 대한 실마리를 작업을 통해 풀어보고자 한다. ● 작업을 진행할 때 특정한 형식이나 매체를 규정하지 않고 다양한 방식을 통해 연구, 실험하고 있다. 다만 익숙하지만 낯설고, 사용 방법이 쉽고 편리하나 시간과 노력(노동)의 산물인 매체를 사용함으로써 형식과 의미를 재발견하여 전달한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홀로그램은 빛, 공간, 시간을 깊이감 있게 표현해 낼 수 있다. 홀로그램은 평면의 사진이면서 3차원의 공간을 가진 입체 사진이다. 홀로그램은 정지돼 있는 빛, 공간, 시간을 기록한다. 홀로그램의 표면은 단순한 사진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신비롭고 깊이감 있는, 때로는 공허함이 가득 찬 공간감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이처럼 빛, 공간, 시간을 작업으로 표현함에 있어 홀로그램, 설치,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여 시각화하고 있다.

모은미_어둠 속에 내려앉은 빛 스케치 #2_종이에 아크릴채색_21×30cm_2019

모은미_어둠 속에 내려앉은 빛 스케치 #1_종이에 아크릴채색_21×30cm_2019

모은미_Shadow of light #1_종이에 아크릴채색 후 스템핑포일 열처리_43×30cm_2019

모은미_Shadow of light #2_종이에 아크릴채색 후 스템핑포일 열처리_43×30cm_2019

기존의 작업은 홀로그램과 설치를 주매체로 입체적인 공간에서 관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형태였다면 본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은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빛의 공간을 찾아 종이에 빠르고 간결하게 기록하는 형태를 띤 드로잉 작업을 선보인다. 거주 지역 내 재건축 지역을 면밀히 들여다봄으로써 작업의 주제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가까운 곳, 일상 속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작업이 개인의 사적인 차원의 영역에서 지역과 사회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첫 시도이다. 재건축 지역의 이미지를 수집, 기록하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 찬란했던 지역의 정체성과 장소성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 소멸되어짐을 보게 된다. 과거 이야기로만 남게 될 재건축 지역의 흔적을 빛그림자 드로잉으로 기록하고자 한다. 드로잉 작업을 통해 빛의 주체(빛을 통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와 객체(빛의 그림자)가 뒤바뀌어 버린 풍경을 스템핑포일(홀로그램박)을 사용하여 시각화한다. 현대 사회에서 어두운 이면을 빛의 그림자로 비유하지만 본 전시에서 스템핑포일로 표현된(밝고 화려하게 표현된) 그림자는 더 이상의 어두운 그림자가 아니다. 오히려 빛의 주체보다 객체인 그림자에 집중하면서 우리가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얼마나 관심 있게 관찰하여 보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 모은미

Vol.20200128a | 모은미展 / MOEUNMI / 牟恩美 / holography.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