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소제창작촌
관람시간 / 12:00pm~05:00pm / 월요일 휴관
재생공간 293 Recycling Space 293 대전시 동구 시울2길 25(소제동 299-293번지) Tel. +82.(0)10.9727.4677 tarzan9.blog.me
올여름, 계절의 매서운 폭풍을 견디지 못하고 도로가 담장 옆의 커다란 나무는 번개에 맞아 두 동강 났다. 대충 눈가늠으로 보아도 나이가 꽤 많다. 이제 그 나무는 그늘을 만들어 줄 수도, 골목길의 싱그러운 풍경을 만들어 줄 수도 없다. 흉측하게 잘린 밑동 부분은 섬뜩함 때문인지 이 삼일 만에 흔적도 없이 치워져 버렸다. 마치 이곳의 미래를 예견하듯.
역세권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낙후된 동네 소제동. 역사의 기록이 뒤섞인 골목 곳곳은 소란스러웠던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특히나 담벼락 너머 자그마한 마당 한켠에 수호신과 같은 수십년된 과실 나무들은 한참이나 잊고 있던 옛 기억들을 떠올려 준다. 계절이 바뀜에 따라 화사한 꽃을 피우고 풍성한 열매를 맺고, 이곳을 터전삼아 살았을 이들과 함께 시간을 공유했을 것이다. 어쩌면 아낌없이 자신을 내어주며 묵묵히 변화의 모습을 지켜보았을 그들이다.
나는 시간의 기록이 담겼을 그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자연의 이치에 자신을 맡기고, 도시개발이란 이름 앞에 생을 직면한 이들의 운명에 숙연해졌다. 시간에 따라 퇴색 되어지는 식물 유제를 사용해 어쩌면 마지막이 될, 그리고 담담히 미래를 받아들이는 그들을 담아 내고자 한다. 과거 위에 지금의 시간이 덧대어져 이러한 기록마저도 그들의 미래와 함께할 것이다. ● 도로공사의 기계음 소리가 유난스런 날이면 나지막한 속삭임은 소제동 골목길을 감고 돈다. "우리는 밑둥이 잘려 뿌리만 땅에 박힌채 축축히 썩어가거나, 아예 깊숙이 파내어져 어딘가에 버려질거야" ● 다시 볼 수 없을 생명의 끝장은 슬프다. ■ 이정민
Vol.20191206d | 이정민展 / LEEJEONGMIN / 李貞敏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