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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9_0517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11:00pm
프로젝트 스페이스 공공연희 PROJECT SPACE 00 YEONHUI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25길 98 Tel. +82.(0)2.337.5805 www.musosoklab.com www.facebook.com/00yeonhui
네 번째 '무소속연구소 공간지원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공모를 통해 처음 만난 진귀원 작가는 이번이 두 번째 개인전이지만 예전의 작업 스타일을 완전히 바꾸고 오랫동안 준비기간을 거친 뒤 선보이는 전시인 만큼 모든 작품이 어느 누구에게도 공개되지 않은 '신상'으로 가득하다. 어렸을 때부터 흙작업을 좋아하던 작가는 졸업한 뒤 팝아트 스타일의 구상작업을 해왔지만 1년에 한두 달 전시를 위해 제작된 작품은 전시 후 포장되어 작업실에 자리를 차지하고, 결국 그 작품 때문에 작업할 공간이 없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에 지쳐 새로운 작업 방식을 발견했다고 한다. 6여년의 시간동안 꾸준히 실험하고 시도하여 2019년 이제 선별된 작품들로 무소속연구소에서 최초로 선보이게 되었다.
조용한 성격의 진귀원 작가는 죽음을 이야기하며 동시에 삶의 의지를 표현한다. 뜨거운 여름 햇빛으로 자란 관상용 꽃을 불도저로 밀어버리기 직전에 가져온 7개의 해바라기, 공기 중에 서서히 말라 부서지기 직전의 꽃과 곤충들을 레진으로 고정하여 작가는 죽음 직전의 순간을 영원히 가두었다. 그는 작가활동을 하면서 아주 모순적인 상황을 경험하곤 했다. 고급 취향을 전시하는 현대미술관, 갤러리에서 깔끔한 옷을 입고 자신의 작업을 컬렉터와 예술 향유층에 설명하는 하루를 지내다가 그 다음날은 작업복을 입고 조형물 회사로 출근해 하루종일 시멘트 가루와 씨름하는 경험을 할 때 괴리감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극과 극의 삶을 반복하는 청년예술가의 삶이 죽음을 바라보며 삶을 상상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는 죽음을 상상할 수 있는 오브제를 수집하고 그 것을 이용하여 작품을 만든다. 마치 바로크 시대가 vanitas 정물화에서 단단한 상징성으로 이미지를 고정시킨 것 같이 진귀원 작가는 레진으로 그 이미지를 영원히 고정시켰다. ●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는 레진이라는 재료를 활용해 손에 잡히지 않은 유동적인 물성들-빛, 물감, 식물, 그리고 시대마다 의미가 변하는 우상들-을 고체화하는 다양한 실험작품을 1층 갤러리 공간과 2층 카페 전체에 전시하였다. 오랫동안 혼자 준비한 작품인 만큼 하고 싶은 말도 생각도 많은 전시인 듯 하여 작가노트를 덧붙인다. ● 앞으로 작가가 작업을 계속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도록 많은 관심과 격려를,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당부 드린다. ■ 임성연
'견고한 모든 것은 대기 속으로 사라진다(All that is solid melts into air)'는 '공산당 선언'의 한 구절로 마르크스는 자본주 시스템을 추동하는 '창조적 파괴'의 위력 앞에 전통적 신분 질서와 가치 체계, 종교의 세계 또한 필연적으로 붕괴될 수밖에 없음을 예견했다. ● 지그문트 바우만은 예측가능하고 통제가능한 '고체 근대'에서 이동성과 불확실성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단계인 '액체 근대'로 변화하고 있으며 '유동성'과 '액체성'이 오늘날의 속성으로 파악했다. 견고한 것을 녹이는 것melting the solids'은 전통적 정치, 도덕, 문화적 난맥상에 묶여있던 경제를 점진적으로 풀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물렁해진 기반 위에 세계가 유동성으로 흔들리면서 '사회'는 점점 '구조'라기 보다는 하나의 '네트워크' - 즉 연속성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아무렇게나 뒤섞여 본질상 무한정 다시 짜맞출 수 있는 매트릭스로 인식되고 또 그런 것으로 취급되었다. 개인들의 삶 역시 불확실성과 불확정성의 영역으로 떠밀리고 있다. 그 결과는 바로 바로 공동체에서 벗어나 홀로 떠돌고 방황하는 유목민적인 개인이다. 그래서 바우만은 "지금 우리는 '개인들의 사회'라는 최초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규정한다.
나는 이런 액체의 양상을 닮은 투명 레진을 통해 세계를 반영하는 표면과 그 아래의 심층, 그리고 공간을 차지하고 시간을 속에 머무는 고체와 공간을 차지하지만 한순간 머무를 뿐 시간 속에 붙잡아 둘 수 없는 액체의 속성을 통해 새로운 공간에 열린 다면적 표현의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물은 투명하지만 바다나 강의 수면은 표면을 반사시켜 그 이면은 가리워진다. 인간의 운명은 빛나는 표면과 같은 이상에 이끌려 살아가면서도 심연으로 가라앉는 죽음으로 종결된다. 물은 표면과 깊이의 대립을 통한 인간의 실존적 삶을 잘 보여주는 존재다. 인간의 삶이 가능하지 않은 곳이고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침묵의 공간이다. 반면 물속의 유영은 모태로부터 기억되는 편한함의 공간이자 생명 발원의 근본이지만 깊이의 물의 상상력은 어두운 죽음의 명상으로 나타난다. ● 역사상 최초로 우리는 변화 자체를 인간 삶의 영구한 조건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사태에 직면했다. 고체들의 용해성이 근대성을 결정하는 결정적 속성이지만 액체는 자신의 형체를 오랫동안 보전하지 못하고 약한 힘에도 쉽게 변화하기 때문에 새로운 고체성을 확보하려한다. 우리는 어떠한 주형틀 안에서 머무르게 될지가 새로운 삶의 양식을 규정할 것이다. ■ 진귀원
Vol.20190517f | 진귀원展 / JINGUIONE / 陳貴元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