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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1:00pm~07:00pm / 주말_01:00pm~06:00pm / 월,화요일 휴관
상업화랑 Sangup gallery 서울 중구 을지로3가 143번지 Tel. +82.(0)10.9430.3585 www.facebook.com/sahngupgallery
"제주 4.3 사건 당시 군은 신문을 통해 포고령을 내린다. 해안으로부터 5km 이상의 중산간 지방을 통행하는 자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폭도배로 간주 발포, 사살하겠다는 내용이다. 5km는 그 어떤 지형학적 논리와 적법절차 없이 극단적으로 기준 되었다. 대다수의 중산간 마을이 포함되는 이 경계로 인해 4.3 사건 당시 가장 많은 희생자가 이때 발생하였고 제주는 그렇게 초토화되었다. 지금은 평화롭기만 한 이 중산간의 길목들은 70년 전 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넘어 다녔을 그 지점들이며 죽음을 각오한 한계선(Red line) 이다. 이 선은 현재까지 끊어지지 않은 채 보이지 않는 검열의 선이 되었고 억압과 통제의 수단으로 오늘날 존재한다. 언젠가 나의 두려움이 저 붉은 지점을 넘어 설 수 있을 때 그들의 공포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내 검열로부터 자유로운 용기를 가지게 될까?" (제주 2018. 작가노트)
이재욱은 2017년 3월부터 1년 간 제주에서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첫 방문이었던 제주에 대해 알아가던 중, 제주 4.3 사건을 접하게 되었고 이후 박물관과 현장을 방문하며 문헌과 생존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자세한 리서치를 한다. 작가는 최근까지 독일에서 10여년을 거주하다 귀국하여 새롭게 알게 된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적 역사인 제주 4.3 사건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아름다운 섬이라는 제주의 첫 인상에 가려진 4.3 사건을 주제로 작업을 실행한다. 카메라를 들고 여러 차례 현장을 탐방하고, 네비게이션과 측정도구를 통해 해안선으로부터 5킬로미터 지점을 측정하여 지금은 보이지 않는 그 경계선을 재현한 Red Line 시리즈를 시작하였다. ● 작품의 중심에 수평의 붉은색 발광은 장시간 긴 노출로 인한 축적된 광도이다. 사진 매체를 통해 개인적 기억이든, 인류의 기억이든 약 70여 년 전의 그 순간으로 돌아가 사건의 결정적 순간을 함축해 보여준다. 70여 년 전에 죽음을 피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슬프고 비극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화면에는 레드라인으로 나누어진 공간으로 담겨 있다. 레드라인을 중심으로 공간을 나누고 동시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부동의 정적인 레이저 빛은 새벽 어스름과 선명한 붉은색으로 번쩍이는 밝음의 콘트라스트로 삶과 죽음의 경계만큼이나 극적이다. 현무암으로 쌓아 올린 돌담과 제주 특유의 환경들이 보이지만, 우리가 어디 즈음에 서 있었는지, 어느 시간대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시공간의 화면을 마주한다. 여명인지 석양인지 알 수 없는 미묘한 빛의 분위기는 비범하고 불안정한 느낌으로, 삶의 흔적을 느낄 수 없는 적막한 풍경과 과거를 기억할 수 없는 멈춰진 화면에서 초자연적인 화면을 재현한다. 시간은 언제나 '이전'과 '이후'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과 '더 이상' 이기도 하다.
1948년, 불가사의하고 지울 수 없는 경계선을 전후로 30,000명이 넘는 생명이 사라졌다. 이재욱의 사진에서 극도의 긴장감을 담아내는 강렬한 레드 라인은 1948년 당시에는 그 선의 존재와 의미를 알 수 없는 양민들의 수 많은 희생이 따랐다. 미군정과 한국정부의 대량학살계획(Programm of mass slaughter)은 그 후 오랜 기간 동안 한국정부의 통제 때문에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레드 라인 시리즈는 시대비판에 앞서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과 오랜 기간 가려진 진실에 대한 증언이고자 한다. 아티피셜한 레드라인은 감정 없이 정적인 불빛이지만, 주변을 태워 버릴 정도로 강력한 레이저 광선이며 작가의 감정이 녹아있는 언어이다. 작가는 사회적, 정치적 이슈를 넘어 인간으로서 그 사건에 대해 어떻게든 개입될 수밖에 없었음을 고백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인권에 대한 핵심적 질문이다. 개인의 자각에서 출발하는 행동과 언어는 더 넒은 사회 사이의 상호 작용을 형성해낸다. 우리가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할 때 우리는 인간의 본질적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 지금도 계속되는 세계 곳곳의 비극적인 사건들을 무감각하게 접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그 날의 제주를 망각하며 살고 있는지 모른다. 인간의 조건, 인간으로서의 권리, 삶에 대한 존중과 열정이라는 근원적인 문제만으로도 이재욱의 시간은 오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 상업화랑
Vol.20190424j | 이재욱展 / LEEJAEUK / 李宰旭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