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본 프로젝트는 2018 경기문화재단 기획형예술프로젝트(뉴콜렉티브&뉴체인지) 공모지원사업을 통해 제작되었습니다.
후원 / 경기도_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 / 경기문화재단 주관 / 백남준아트센터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백남준아트센터 NAM JUNE PAIK ART CENTER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백남준로 10 Tel. +82.(0)31.201.8500 www.njpartcenter.kr
대중 문화, 그 중에서도 특히 SF 장르는 인류 문명을 종말로 이끄는 온갖 상상 가능한 재난과 재앙의 상황을 그린다. 예컨대 운석 충돌, 외계생명체의 지구 침공, 전염병 창궐, 자연 재해, 식량 및 자원 고갈, 세계 전쟁, AI와의 대결 등 영화 산업의 부흥 이후 숱하게 반복해 묘사되어왔던 디스토피아 소재들의 일부는 현실화하여 어느덧 현대인의 일상과 근접한 실재로서 분명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상기후에 의한 변덕스러운 날씨, 나날이 혼탁해지는 대기, 지구 반대편에서 인공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전쟁과 테러에 관한 뉴스 등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딥 러닝(Deep Learning)에 의해 개발된 인공지능은 인간의 두뇌와 지식체계를 압도했으며, 우리는 여전히 이 모든 정보를 확인하는 스마트폰 액정 이면의 기술적 매커니즘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정보까지는 구매할 수 없다. 이는 결국 일상의 미시적 영역에서 균열을 내며 현대인의 공포와 불안의 감정을 조장한다. 이 작은 균열은 액정 내부의 뉴스 장면을 상기시키며 이어 거대한 파국의 상황을 상상케 하고, 액정을 뚫고 들어가 해당 사건에 대해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음을, 우주의 미립자에 불과한 스스로를 발견하게끔 한다. 그저 여전한 일상의 미시적 영역에서 이에 대한 반응으로써 새롭거나 익숙했던 행동만을 반복할 뿐이다. 뉴스를 더욱 열심히 챙겨보거나, 나무 한 그루를 심거나, 점쟁이를 찾아가 해답이나 위로 따위를 구하기도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자신과 세계의 구원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이 가느다란 희망의 가닥을 잡아채 보려는 것이다.
『( ) 관둬라』는 SF 장르에서 '디스토피아'로 묘사되었던 상황을 참조하여 재앙에 의한 인류 문명의 종말과 그 이후를 상상한다. 구체적으로는, 어쩌면 디스토피아 이전의 인류가 완전한 멸망으로부터 스스로를 구원해내기 위해 일종의 메시지나 경고를 미래로 보낼지도(보내 놓았을 지도) 모른다는 가상의 상황을 설정한다. 그것들은 파국 이후 살아남은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필히 가닿아야 할 메시지일 수도 있으며, 동시에 결코 그에게 전달되지 않아야만 하는 종말 이전의 어떤 것들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발견한 누군가 혹은 무언가는 마치 신화 속 '판도라'처럼 그것들의 봉인을 해제하여 이를 온 세상에 널리 퍼트리거나, 숨겨 놓거나, 이를 통해 또 다른 욕망을 꿈꾼다. 다시 말해 전시는 디스토피아적 상상을 실제 세계로 소환하면서 이에 '판도라'의 서사를 덧입혀, 즉 미래적 상황과 과거의 신화 서사를 교차시키면서 현재의 '공포와 불안'을 가시화한다. 상상된 '파국적 미래'에는 동시대 인류 문명의 공포가 내재하고 있다. 기술 발전이나 국제 정세 등에 의해 우리의 현실세계가 재편되는 형국을 바라보면, 오히려 현실세계가 SF장르에서 묘사되었던 상상적 미래를 충실히 구현해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근작으로 올수록 이러한 현실태를 재반영하여 더욱 구체적이고 미시적으로 디스토피아를 그려내고 있다. 또한 '판도라'와 같은 신화 또한 과거의 시공에서 출현했던 공포와 불안을 신적 존재가 등장하는 이야기로 재구성하여 인류가 스스로를 향한 경고를 던진 것에 다름 아니다. 신화에 의하면 프로메테우스로부터 불과 지혜를 얻은 인간은 이전에는 쟁취할 수 없었던 욕망들을 하나씩 충족해나가기 시작했고, 제우스는 이에 대한 심판의 목적으로 판도라를 탄생시켰다. 분명한 것은 이 서사를 통해 당대의 인류는 문명 확장을 목적으로 이것들을 살육과 전쟁에 동원하는 일을 멈추지 않으면 파국만이 도래할 것이라는 공포를 소거함과 동시에 스스로에게 강력한 경고를 남기고자 했다는 점이다.
가장 복잡하고 빠른 속도로 갱신하는 세계를 살아가는 현 인류는 그만큼 예측불가능하고 비가시적인 공포와 불안을 일상적으로 경험한다. 그것은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도 아니며,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우리와 상관없는 일도 아니며, 신의 심판에 의해 벌어진 비극도 아니다. 한편 신화 속에서 판도라가 항아리를 열어버리는 바람에 모든 죽음과 병, 시기와 증오가 세상을 뒤덮어버렸지만, 마지막으로 항아리에 남아 있던 유일한 것은 '희망'이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말라는 금기는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고 그 속에서 희망을 구출해내려는 모든 시도와 행위를 유예하고 '관둬라'며 조언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도 '가만히 있으라'는 방기와 유예로부터 벌어진 재난에 대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시에 등장하는 '상자'는 마치 봉인된 채로 방치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시는 이것을 발견한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등장하듯 관객들로 하여금 서사 내부로 진입하여 스스로 그 누군가 혹은 무언가, 즉 또 다른 '판도라'가 되어 상자를 열어보기를 요청한다. 또한 이를 통해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는 ( )하는 것 마저 관둬야 할 것인가. ■ 불량선인(조현대)
콜렉티브에 참여하는 김정모, 이정우, 불량선인(곽노원,조현대)은 사전 설문 조사 등을 공동으로 기획·진행한 바 있다. 또한 전시에서는 각자의 방식을 통해 서사를 구성하거나 개입하며 보충한다. ● 김정모는 가상의 미래로/미래로부터 보내져 봉인된 '판도라의 상자'를 「수집된 희망Collected hopes」와 「감시Surveillance」를 통해 구현한다. 「수집된 희망Collected hopes」는 컨테이너 공간의 내외에 미래로/미래로부터 보내져 봉인된 '판도라의 상자'를 물리적으로 재현한다. 해당 공간은 임의적으로 (미)봉인되어 있으며 관객으로 하여금 이 상자에 입장/차단시키면서 전시가 구성한 '미래적 상황'에 참여하기를 유도한다. 「감시Surveillance」는 메자닌 공간에 설치된 2채널 영상 작업으로, 감시자의 시선으로 판도라의 상자 내·외부를 실시간으로 내보내는 듯 편집된 영상들은 (미)봉인되어 실제 육안으로 확인이 (불)가능한 판도라의 상자에 담겨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이었는지/무엇이어야만 하는지 제시한다. 작가가 현실로부터 추출한 '희망'과 관련한 일상적인 사물과 표식 등의 이미지를 제시하는데, 해당 이미지들은 '희망'을 상투적으로 상징하고 열거한다. 이를 통해 '희망'을 작동시키는 심리와 이를 현실세계로 투사하는 인간 행위에 대한 동시대적 해석의 전형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 이정우는 「My name is Pandora」를 통해 전시 서사에 등장하는 '판도라'의 인격체를 분열시켜 서사와 세계관을 구체화한다. 우선 AI라는 정체성을 부여받은 각각의 인격체는 발견 이후, 흔히 SF 장르에서 등장하는 순교자, 적대자, 중립자 역할 등으로 분한다. 이들은 또한 마치 인류 문명의 종말 이후 인간의 언어마저 사라졌을 지도 모르는 세계에서 '비언어적' 의사 전달을 행한다. 「Equality」는 '판도라의 상자'와 '미래로 보내진-'이라는 시간의 축을 설명함과 동시에 서사의 외부로 탈주하는데, 디지털 이미지로 재현한 아날로그 시계가 점차 가속하여 종국에는 시간의 흐름이 아닌 분절로써 인식된다는 점에서 시간성과 시각성에 대한 동시적 재고를 요청한다. 「Die Resistenz」은 영상 촬영 과정 자체에 접근하는데, 영상 촬영용 드론이 오작동으로 인해 마치 기계가 스스로 인간의 통제를 거역하고 이에 저항하는 듯 보이는 상황을 반복 제시하며 디지털 문명의 가속화와 통제 불가능성에 대한 일상적인 불안을 가시화한다. ● 불량선인(곽노원,조현대)은 급격한 속도로 기술적 전환이 이뤄지는 동시대적 특성에 의해 발생하는 공포와 불안이라는 심리적 현상에 주목하는 심포지움 『인간들이여, 무엇을 두려워하십니까?(Human, what are you afraid for?)_21세기 기술적 전환과 공포』를 개최한다. 이를 통해 순수 문학과 구분되는 흥미 위주의 장르 문학으로써 혹은 영화 산업의 프레임 안에서 대규모 자본 투자와 현란한 시각 효과로 무장해 소위 블록버스터로써 소비되는 현상 이면에 시대의 공포와 불안을 증폭시키는 'SF 장르'에 대한 비평적 접근을 시도한다. 이어 이러한 '공포와 불안'의 원인인 기술에 대한 일반적 무지와 비관론을 확인하고, 기술 담론과 동시대 예술에서의 기술과의 결합의 사례를 진단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한다. 마지막으로 매체 이론을 경유하여 인간과 기계 혹은 인공물 간의 상보적 관계의 흐름과 급격한 기술 전환의 시대를 관통하는 존재론적 인식을 재고한다. ■ 백남준아트센터
□ 전시 연계 심포지움 『인간들이여, 무엇을 두려워하십니까?(Human, what are you afraid for?)_21세기 기술적 전환과 공포』 - 장 소 : 백남준아트센터 2층 세미나룸 - 일 시 : 2019년 1월 26일(토), 14:00-18:00 - 인 원 : 약 30명 - 기 획 : 불량선인(곽노원, 조현대) * 세부 강연 내용 및 일정은 추후 공지 예정입니다.
Vol.20181222b | ( ) 관둬라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