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深 풍경

권인경_김정란_박능생_박영길展   2018_1212 ▶ 2018_1218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6:00pm

갤러리밈 GALLERY MEME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3 제1,2,3,4 전시실 Tel. +82.(0)2.733.8877 www.gallerymeme.com

마침내 드러난 기억(Revisited memories At last) ● 아버지의 작업장에 불이 났다. 그 동안의 세월과 시간은 까만 재로 사라지며 보이지 않았던 원래의 골조가 의도치 않게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었다. 늘 마주하던 장소 본래의 모습을 직면하는 그 순간의 경험은 당황스러움 그 자체였다. 마치 감춰져 있던 본래 사물의 민낯과 마주하듯 알고는 있으나 잊고 있었던, 잊고자 했던 기억이 드러나며 의도치 않은 상황에 직면하게 하였다. 피할 곳이 없이 드러난 맨 얼굴의 그것들은 몹시도 불편하고 낯선 것들이었다.

권인경_또한 이 곳에 존재하는 그 곳_ 한지에 고서꼴라쥬, 수묵, 아크릴채색_각 73×140.9cm_2018

저 밑에 묻혀있던 기억이 어떤 상황에 의해 의도치 않게 드러나며 불현 듯 잊었던 기억이 떠오르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그것은 현재의 괴로운 상황과 대치되는 좋았던 기억을 소환하며 잠시 현실을 잊게 만들기도 하고, 감춰진 경험의 기억들을 돌연 드러내며 괴로움에 직면하게 한다. ● 어떤 대상과 상황이 갑자기 그런 기억들을 들춰내면 우리는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하고 상상의 공간에 빨려 들어가기도 한다. ● 피하고 있던 일들과 감춰진 것들이 드러나는 경험은 때로는 매우 아프고 쓰리다. 그냥 넘어갔던 일의 본 모습을 알며 실망을 하게도 되고 차라리 몰랐었다면 좋았을 거라는 탄식을 하게 하기도 한다. ● 또는 내가 그렇게 원래 알았던 것이 사실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는 경험을 하며 완전한 생각의 탈바꿈을 경험하고 당황하기도 한다. '오만과 편견' 처럼 내가 원래 알던, 오만했다고 느꼈던 그 대상자에 대한 평가는 사실 사람들의 시선에 맞춰진 의견이 포장해 버린 형태였을 뿐 그 사람의 본 모습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의 주인공과 같은 느낌의 경험을 하는 것이다. ● 감춰진 기억들이 드러나는 경험은 당혹감을, 또는 불쾌감을, 또 다른 상상을, 깨달음을 느끼게 한다. 촉감, 냄새, 소리, 공간의 어떤 상황 경험을 통해 원래 있었지만 피하고 있었던, 혹은 잊고 있었던, 또는 잊고자 했던 기억들이 소환되며 나만의 시간과 상황에 오롯이 대면하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평범한 장소와 상황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큰 충격과 공포의 기억을 소환시키기도 하고 행복했던 상황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 우리는 마침내 드러난 기억들을 통해 본래 그것의 모습, 그리고 나의 민낯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씁쓸함과 고통을 때로는 유발하기도 하지만 이는 오히려 현실을 직면하게 하고 나아가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의 진정한 해방을 가져다준다. ■ 권인경

김정란_still-life-2_한지에 채색, 선묘_65×46cm_2018

한국화는 무엇을 원하는가? ● 예술은 예술가 개인의 것만이 아니라 그가 속해 있는 사회 전체의 소산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파우스트』를 창조하는 자가 괴테가 아니라 괴테를 창조하는 것이 『파우스트』이다." 라고 한 C.G. 융의 말은 『파우스트』는 독일인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어떤 것이고 괴테는 그것의 탄생을 도왔을 따름이라는 것이다. ● 한국의 예술작품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한국인의 마음속에 어떤 원형이 있고 한국의 그림은 그것을 표현하고 있었다. 유난히 복을 바라는 한국인의 정서는 그림 마다 의미를 부여하고 소원을 담았다. 신선과 같은 삶을 추구했던 선비들은 산수 좋은 곳에 유유자적하는 그들의 이상을 표현하였는가 하면, 사방위신을 그려 악귀를 물리치려 하고, 열 가지 장생하는 동식물들을 그려 무병장수를 염원하였으며, 혼인한 신부의 방에 어린아이 그림을 장식하여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기도 했다. 새벽녘 정안수(井華水), 집안마다 신주단지, 마을의 당산나무 등 역시 악귀를 물리치고 복을 기원하고자 하는 마음은 한국 민족 저변에 흐르고 있는 원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란_2018 동자도_비단에 채색, 프린팅 배접_160×127cm×3_2018_부분

이번 작업 "吉하고 祥서로운"은 이러한 한국인 의식의 줄기에 있는 작품이다. 한국의 초상화, 한국의 전통의상, 한국적 배경 등의 작품에서 줄곧 다루어 졌듯이 한국적 이미지, 한국적 정서, 한국적 모티브는 나의 작업 전반을 꿰뚫는 큰 흐름이다. 그림에서 복을 찾고자 원하는 마음(吉祥)에서 상징적 의미들 역시 한국화의 중요한 소재 이다. 다산을 상징하는 토끼·석류·포도·수국, 입신과 출세, 벼슬을 상징하는 잉어·수탉, 화목을 상징하는 어미닭과 병아리, 부를 상징하는 모란, 성스러움과 군자의 덕을 상징하는 연꽃 등 예부터 한국화에서 주로 다루어 왔던 소재들을 그림에 차용함으로써 한국화에서 원하는 바를 모색하려는 것이다. ● W.J.T. 미첼은 저서 『그림을 무엇을 원하는가』에서 그림에 대한 정의는 물론 이미지와 그 환경에 대해 깊이 통찰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한국화는 무엇을 원하는가'를 질문하면서 한국화에 대해 모호할 뿐이다. 단지 내가 경험하고 알고 있는 한국화에 대한 이야기만을 할 수 있을 따름이다. 한국화의 정체성 이라는 큰 명제가 아니더라도 한국화 작가라고 하는 명찰은 나의 신분이자 의무이다. 한국화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되는 서양화와 달리 한국화가 말해야 하는 무엇이 있다면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 숙제가 된 것이다. 나는 이러한 과정에 놓여 있고 기복을 추구하는 한국의 샤머니즘 정서의 원형을 과거로부터 의미부여 된 상징 이미지들을 통해 표현 하려 한다. ■ 김정란

박능생_Spain Madrid_종이에 먹, 아크릴채색_36×53cm_2018
박능생_Spain Toledo_종이에 먹, 붉은 잉크_36×53cm_2018

나의 작품은 현대미술의 다양한 변화 속에 도시와 자연의 두 존재의 풍경에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나의 그림은 다양한 시점을 강조하는 구도를 구사하고 있다. 원근이 아닌 이동시점과 다양한 시점이 공존하는 화면이다. 한 화면에 풍경의 여러 측면이 공존하고 다양한 시점이 개입되고 있다. 고정 시점, 특정 시각에서 바라다본 대상의 리얼리티가 아니라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시각에서 느끼는 정신적 재현이라는 얘기다. 그것은 눈으로써 사물을 관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심안으로서 관조'하는 것이자 정신적인 활력을 자극해 실 세계를 지각하고 그림 너머의 세계로 몸과 정신을 유인해주는 것이다. 그림을 보면서 실재하는 자연을 소요하는 체험(정신적 활력)을 맛보게 하고자 한 나의 작품은 관람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동참시키며 보는 이의 상상력과 지각작용을 독려하고자 한다. ■ 박능생

박영길_Wind-road Williams_한지에 수간채색_65.2×90.9cm_2018
박영길_Wind-road Williams_한지에 수간채색_65.2×90.9cm_2018

다른 바람이 분다..........반복적인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바람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가깝거나 먼 거리의 문제가 아닌 풍경과 호흡하는 공간이면 된다. 어느 곳이든 시간과 바람 그리고 다양한 새로운 변화의 흔적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 많은 시간과 바람의 흔적들을 알 수는 없겠지만 왠지 모를 느낌의 순간들을 기대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 새로운 시각적인 풍광을 보고 있을 때 마다 생각나는 것은 내가 보고 있었던 것들이 지극히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음을 다시금 환기 시키게 한다. 내가 경험하고 느꼈던 머릿속의 기억들은 다시 지워지고 채우기를 반복한다. 풍경은 한 번도 똑같은 형태로 보여 지지 않기에 내가 할 수 있는 태도는 드로잉이나 사진을 통해 바람과 길의 기억을 저장할 뿐이다. ● 끊임없이 변화하는 대자연 앞에서 어떻게 작업으로 재현하는가? 의 문제는 계속 될 것이다. ■ 박영길

Vol.20181212e | 心-深 풍경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