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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월요일 휴관
킴스아트필드 미술관 KIMS ART FIELD MUSEUM 부산시 금정구 죽전1길 29(금성동 285번지) 제1전시관 Tel. +82.(0)51.517.6800
상처에대하여 ● 우리는 끊임없이 말한다. 세상은 결코 조용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말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 모든 말들이 특정한 의도와 목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혼잣말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즐거움이나 기쁨, 슬픔, 놀라움과 같은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말을 하기도 한다. 상대방과의 어색한 시간을 견디지 못해서 아무 말이나 하기도 하고, 질문을 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 최근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발달로 인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의 영향력이 커졌다. 오늘 무엇을 먹었고, 어디에 갔고, 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사람들은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불특정 다수가 보는 공간에 쏘아 올린다. 그 중에는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고, 따뜻하고 훈훈한 미담도 있으며, 혐오 표현도 있다. 우리는 이런 말들 속에서 살고 있고, 영향을 주고 받는다. 말 때문에 어떤 이는 직장을 잃기도, 법정 공방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떤 말들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필자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말들을 쓰레기 같다고 생각해왔다. 필자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고, 혐오감을 주는 것을 '쓰레기'라 부른다. 분리 수거도 되지 않고, 거름도 될 수 없는, 썩지도 않아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는 그런 쓰레기 말이다.
그렇기에 박영선 작가의 작품 「Trash Talk」와 「Trash Memory」를 본 순간 '쓰레기 같은 말들'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소녀가 입에서 쓰레기를 뱉아 내고 있다. 말은 종이 위에 쓰여지면 글이 된다. 말과 글은 속성을 같이 한다. 자기 표현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감정이나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쓰레기 같은 말이 종이에 쓰여지면 쓰레기 같은 글이 된다. 소녀가 입에서 쓰레기를 뱉는 것처럼, 책도 쓰레기를 뱉아 내고 있다. ● 오리 입을 가진 소녀가 있다. 「꽤-액」에서는 오리 입을 통해 '입'의 형태가 강조됨을 볼 수 있다. 소녀는 사람을 잡아 먹는 것일까 토해 내는 것일까? 토해 내는 행위라고 본다면 이는 쓰레기를 토해 내는 작품들과 의미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쓰레기 같은 말을 하는 주체는 인간이며, 이러한 인간 역시 쓰레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을 토해 내는 행위는 중의적이다. 쓰레기를 토하는 행위이기도, 쓰레기 같은 인간을 토하는 행위이기도 한 것이다. 반대로 잡아 먹는 행위로 본다면, 징벌적인 의미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입은 쓰레기 같은 말을 뱉기도 하지만, 그런 자를 벌하는 데에 사용될 수도 있다. ● 우리는 스스로 의식하지 못한 채, 말과 글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혹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일부러 나쁜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 말들은 상대방의 가슴에 화살처럼 날아가 꽂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다.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우리는 누구나 악을 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반성과 사유를 통해 그 반대편에 설 수도 있다. 박영선 작가의 소녀와 책은 쓰레기같은 말들을 토해내고 있지만, 이로 인해 상처 입은 자들을 대변하고 있기도 한다. 소녀는 비를 맞고 있는 것일까, 울고 있는 것일까? 소녀가 손에 들고 있는 'out' 은 쓰레기 같은 말로 나의 공간을 침략한, 나의 마음을 어지럽힌 공격자들에 대한 거부의 표현일까? 'caution', 즉 주의 표시를 두르고 부둥켜안고 있는 두 사람은 마치 '취급주의' 표시가 붙은 유리병처럼 보인다. 필사적으로 끌어안은 두 사람의 모습은 화산 폭발로 멸망한 폼페이 유적에서 발견된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거대한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나의 실존을 확인하기 위한 포옹이다. 틈 없이 꽉 껴안은 두 사람은 'caution' 테이프 안쪽으로 둘만의 공간, 연약하고 상처 입은 자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푸른 옷의 사람은 상처 입은 소녀를 가슴속에 품고, 기억한다. ● 작가의 작품은 마치 블랙 조크(Black Joke) 같다. '뼈있는 농담'이라고 해야 할까? 얼핏 듣기에는 재미있는 농담이지만 웃고 넘기기에는 이면에 숨겨진 의미가 있다. 작가의 작품들 역시 얼핏 보기에는 너무나 따스하기만 한 이야기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험자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전하는 위로이자 치유의 과정이며, 한편으로는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우리 자신에게 던지는 경고이기도 한 것이다. ■ 장지원
Vol.20181129l | 박영선展 / PARKYOUNGSUN / 朴暎善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