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8_1114_수요일_06:00pm
서울문화재단 문래예술공장 「2018 문래창작촌 지원사업 MEET」 선정사업
후원 / 서울문화재단 문래예술공장_GS SHOP
관람시간 / 02:00pm~07:00pm
위켄드 2/W WEEKEND 2/W 서울 영등포구 경인로 823-2 1층 weekend-seoul.com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부터 인류와 역사를 함께해 온 콘크리트 건축물은 폭발적인 성장이 이루어진 근대화를 거치며 완전히 현대 사회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무수히 증식된 도시 속 콘크리트 덩어리들은 이제는 풀이나 나무와 같은 자연물보다 더 익숙하게 우리의 주변에 존재한다. 이들은 서로 다르지만 비슷한 직사각형 형태로 어떠한 시스템에 따라 규칙적으로 나열되어 도시의 견고한 회색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신이피, 곽인탄의 2인전 "콘크리트 산책"은 이러한 콘크리트 숲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불안정한 내면이 그를 둘러싼 환경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관찰하고, 이에 대응하는 방법의 하나로 산책이라는 행위를 제시하고 있다.
신이피는 동명의 영상 「콘크리트 산책」(2016)을 통해 그동안 수집해 온 이미지들을 작가의 상상과 결합한 비일상적인 화면을 선보인다. 찢어질듯한 날카로운 현악 4중주의 발랄하면서도 위협적인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텅 빈 배경에는 익숙한 도시의 건물들과 정장을 입은 한 인물의 모습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건축물은 부분적으로 확대되어 이내 화면을 꽉 채운 다면체로 나타난다. 그 꼭짓점 위에 위태롭게 서있는 인물은 뜀박질을 하거나, 회전하거나, 머리를 쥐어뜯는 등 불안하고 답답한 감정을 눈에 띄게 드러내고 있다. 이때 괴로워하는 인물의 모습은 마치 배경음악의 리듬에 맞추어 춤을 추는 몸짓처럼 나타나 온도 없이 무미건조한 장면에 애잔함을 더한다. 반복적으로 솟아오르는 건물들이 선사하는 압도적인 경관은 짙은 스트레스를 담은 사운드와 어우러져 계속해서 팽팽한 긴장감을 이끌어내고, 가상의 시공간에 갇힌 도시의 거주민은 끝내 도약하지 못한 채 혼돈 속에서 고립된 모습으로 남겨진다. 또 다른 영상 「달팽이관의 침몰」(2017)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 이전 전성기였던 문래동이라는 특정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기계가 작동하는 모습을 비추는 화면과 여기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소음을 담담한 묘사로 이루어진 자막과 대비시켜 보여준다. 금속이 긁히는 날카로운 소리는 크게 내지르지 못하는 비명과 같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묵직한 소음은 무거운 굴레와 같이 반복되며 점차 보는 이의 감각을 무뎌지게 만든다.
곽인탄의 조각들은 도시 속에서 객체화되는 현대인의 내적 심리에 초점을 맞춘다. 작가는 막연한 '불안'이라는 감각에 대한 실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먼저 개인의 내면에 존재하는 깊은 덩어리를 꺼내어 살펴보려 시도했다. 무엇이라 정확히 정의하기 어려운 내부의 덩어리는 현대 도시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기초 건축자재인 콘크리트를 재료로 삼아 작가가 진행 중인 인체 조각의 내부에 구현되었다. 콘크리트는 자갈, 모래와 같은 골재와 시멘트 등 여러 가지를 배합해 만드는 혼합물로 물의 양이나 재료의 종류에 따라 그 강도나 내구성이 달라진다. 작가는 이러한 콘크리트의 기본적인 특징을 응용하여, 기존의 작업들을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잔여물들이나 붓과 같은 작업에 사용된 물품을 함께 섞은 콘크리트 혼합물을 제작했다. 내부의 덩어리를 가시화한 혼합물은 일부가 벗겨진 조각의 표면에서 노출되어 보이는 독특한 텍스쳐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작업실에 방치되어 있던 다양한 신체 부위의 조각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재탄생되었다. 기존 구조에서 이탈한 해체된 신체는 각기 다른 움직임을 품고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내외부가 동시에 드러나는 두상들의 민낯은 오래되어 내부 구조가 훤히 보이는 2/W의 벽과 공명하며 매끈한 표면 뒤에 자리하는 실체를 드러낸다. 공중에 떠 있는 여러 개의 다리들은 자유롭게 공간을 도시를 거니는 현대인의 움직임을 전시장 내에 펼쳐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실험의 흔적들이 그대로 진열되어 있는 「Sculpture Table」(2018)은 이곳의 콘크리트 풍경에 한 획을 더한다. ● 관람객은 두 작가가 각각 영상과 조각을 통해 펼쳐놓은 움직임 사이를 거니는 산보객이 되어 거친 콘크리트 구조로 이루어진 2/W라는 전시장을 둘러보게 된다. 이윽고 관람을 마친 후 문을 열고 길가로 나간 후에도 여전히, 영등포 거리에 위치한 수많은 콘크리트 덩어리들 사이를 거니는 행위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전시장의 공간 속을 부유하며 한 발자국씩 내딛던 움직임들이 곧 당신이 내미는 발걸음들로 치환되는 순간이다. ■ 김연우
Vol.20181128j | 콘크리트 산책 Promenade en béton-신이피_곽인탄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