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주의 stairism

서리풀 청년아트갤러리 개관展   2018_1128 ▶ 2018_1229 / 일,월,공휴일 휴관

초대일시 / 2018_1128_수요일_11:00am

참여작가 / 고사리_이규환_이지연

후원 / 서초구청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월,공휴일 휴관

서리풀 청년아트갤러리 seoripul gallery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323길 1 Tel. +82.(0)2.2155.6235 blog.naver.com/seoripulgallery

청년이 화두다. 한 작가의 일생을 보더라도 청년 시기는 가장 왕성한 상상력과 창의력, 열정, 의지, 지적 역동성 등을 보여준다. 한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이끄는 것도 청년들의 이러한 힘이다.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어 가면서 청년들은 한 국가나 사회에만 묶여 있지 않고 세계시민으로 또는 앙드레 말로가 말했듯 인류의 공무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세기 이후 예술적 경험은 가장 현대적이며 가장 동시대적인 감각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현대미술계에서는 매우 익숙한 전통이 되었고, 우리미술계는 국내와 해외를 구별할 수 없이 글로벌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 자신의 예술적 재능과 노력, 비전을 서로 대화하고 교류하고 경쟁하며 협력하는 세계에 들어섰다. ● 서리풀 청년아트갤러리의 지정학적 위치는 상징적이다. 바로 예술의 전당을 들어가는 진입로였던 지하보도였으니 말이다. 말 그대로 예술의 전당을 들어서려면 이 길을 통과해야 했다.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통로. 그것이 우리가 서리풀 청년아트갤러리의 의미와 비전을 생각하게 하는 첫 단추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전시로 청년미술가 3인을 초대 했다. 관객은 3인 설치하고 표현한 다양한 공간과 오브제를 접촉하고 경험하며 그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고사리_무제_비닐_16㎡_2017

"무한 소비와 소유의 현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나에게 있어 가장 큰 화두는 '가지지 않는 것을 가지는 방법'이다. 대상의 물리적인 무게와 부피는 심리적인 무게와 부피와 함께 사람의 감정과 기억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지 않을까? 진귀한 물건을 값을 주고 내 손에 쥔다 한들 그것은 절대 내 것이 아니다. 대상은 대상으로 존재할 뿐, 그것을 가지려는 마음을 지불한 내가 거기에 서 있는 것이라 지금의 나는 세계를 그리 이해한다. - 고사리 작업노트"

고사리_무제_비닐_16㎡_2017

고사리 작가는 우리 사회에서 버려지거나 잊히는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다양한 형식으로 작업해왔다. 이러한 작업은 삶에 뿌리 깊게 박혀 진화하는 개인의 역사와 사회, 문화와의 관계들을 수용하고, 노출되는 것들을 추적하는 것이다. 물론 작업 과정과 결과는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의 형식도 있고 또는 다소 기괴한 방법도 사용되었다. 작가는 성장과정에 여인숙을 운영하던 부모님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 울산 시내에서 떨어진 지금은 쇠락한 유흥가에 위치한 여인숙은 어린 시절 작가에게는 비밀의 성이었다. 낮에는 긴 복도마다 이어지는 작은 방들을 오가며 놀았고, 밤이면 각 방의 낯선 주인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다락방에는 아버지가 버리지 않고 모아둔 각종 물건들이 가득했다. 작가에게 집이란, 날마다 다른 여러 개인의 공유 공간, 기능을 상실한 오브제들의 저장 공간이었다. 작가의 경험은 사물이나 대상에 대해 남다른 감각을 갖게 되었고, 적어도 평균적인 사회성과는 다른 경험을 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 개관전의 연출은 그러한 경험을 되새김질하며 관객들이 저마다 경험한 물건과 장소의 접촉의 경험을 반추하도록 한다. 그러면 우리는 새로운 사물과 관계의 의미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규환_존재하지 않는 자의 탑_붉은 A4용지 파쇄지_60×30×30cm_2018

"사라짐이란 단어에 끌리는데 사라짐에는 죽음이 연상된다. 어린 시절 만약 부모님이 돌아가신다면 사라진 공백은 무엇으로 채워지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현재와 과거, 죽음과 사라짐 사이의 미래에는 무엇이 남는가에 대하여 고민한다. 우리가 살면서 일어나는 사건들. 지금은 있지만 사라져 가는 것,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별 후 마음이 비어있는 추상적인 공간의 이미지에서 작업이 시작된다. 미술관의 보유 기간이 지난 많은 작가의 포트폴리오를 파쇄하며 작가들이 아직 활동하는지 인터넷 검색을 해본 적이 있다. 이제는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을 알고 현실에 짓눌린 감정이 들었다. 무명 작가는 포트폴리오만 세상에 남기고, 인터넷상에서 흔적 없이 사라진 그들에게 느꼈던 감정이 파쇄지 작업의 시작이었다. - 이규환 작업노트"

이규환_Twitter_열전사 프린터, 감열지, 프로그램 된 pc_가변설치_2016

이규환 작가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파쇄지, 알루미늄 호일, 영수증 용지 등을 재료로 사용해 시간이 지나며, 부서지거나 재료의 흔적이 흔적에 가려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작품으로 쓰인 재료가 부서져 사라짐으로써, 존재와 부재를 드러내는 실험이기도 하다. 작가는 자신이 근무했던 갤러리에서 파쇄한 문서를 수집해서 설치작품으로 전환시켰다. 그런데 이 파쇄된 문서는 갤러리에 포트폴리오로 작가들이 제출했던 자료들로 특히 청년 예술가들의 아이디어와 노력이 결합된 산물이었다. 작가는 갤러리가 보유기간이 지난 작가들의 포트폴리오를 파쇄하는 독특한 경험을 통해 예술작품의 생로병사, 또는 존재하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인상을 담았다. 파쇄 할 문서는 공개되지 않고 그렇다고 가지고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분명 존재하지만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문서이다. 이번 전시에서 우리는 작가가 제공하는 파쇄된 자료들을 밟고 만지고 주무를 수 있다. 그리고 이것들은 모두 예술가들의 아이디어들이 파쇄된 것들이기도 하다. 태어나자마자 유폐되었다. 경험할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린 어떤 예술적 사건들. 작가의 작업은 예술작품의 생로병사에 대한 성찰로 우리를 이끈다.

이지연_Color of the Wind_설치_ CLAYARCH GIMHAE Museum 어린이미술관 키움, Gimhae_2017~8

"어릴 적 길 건너편에서 어두운 지하보도를 건너 예술의 전당으로 가던 기억이 있다. 길고 어두운 지하의 공간을 지나가던 기억이 남아 있었는데...이번 전시를 위해 공사 중인 현장을 다시 가보며 무심코 그냥 사라졌으리라 생각했던 곳을 만나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기억 속 지하보도보다 크게 느껴지는 것이 보통 어린 시절의 공간을 다시 보게 될 때와 다른 경험이었다. 지하보도의 규모보다는 깊고 어두웠던 느낌만이 남아있었던 것 같다. 어둠을 걷어내고 하얗게 드러난 기억 속 공간에 드로잉을 하는 기분이다. 그 당시에는 꼭 지나야했던 길이자 오랫동안 닫혀있던 통로가 열린다. - 이지연 작업노트"

이지연_curious mapping_벽면에 테이프 외_가변설치

이지연 작가는 미술관 또는 일상의 공간을 다양한 형식으로 해석하고 표현하는 작업을 해왔다. 설치, 오브제, 드로잉 등. 작가는 '호기심'이란 키워들 가지고 실제 공간과 상상의 공간을 칼라테이프를 활용한 테이핑으로 연출해왔다. 이번 작업은 어리시절 깊고 어두운 공간 또는 통로로 기억하는 경험, 그리고 한 동안 잊고 있었던 공간을 떠올리고 생생하게 느끼며 살아있는 공간으로서 작동하도록 활력을 주입하려는 작업이다. 그것은 상상의 작업이며 동시에 현실 속의 공간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관객은 재빨리 통과해가야 할 통로로서 지하보도를 기억한다. 그러나 이번 전시를 통해 지하 통로는 작품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이러한 미적이며 화학적인 공간의 변이는 설치미술가들의 중요한 주제이며 이지연 작가의 작업 또한 매우 흥미로운 장소 특정적 프로젝트로 기대할 수 있다.

나오며 ● 오래전부터 지금과 별 다르지 않겠지만, 우리미술계는 청년작가들의 창작활동과 그에 따른 어려움을 지원하는데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아마도 우리 사회는 1997년과 2008년 두 번의 거대한 경제위기 겪은 이후 현재와 미래의 우리 사회를 이끌 청년들을 키우고 그들이 자신들의 재능과 노력에 부합하는 역량을 발휘하고 성과를 얻길 희망했다. 이미 많은 청년미술가들이 등단하였고 현재도 청년미술가들이 속속 사회 현실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우리가 기대하는 청년미술가의 상은 매 시대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시간을 가로질러 공통적인 또는 본질적인 부분이 있다. 진취적이며 용기 있는 모습, 당당하고 자존감이 넘친다. 그리고 이러한 자질을 통해 개인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위축되지 않고 극대화되어 표출될 수 있다. 지금은 작고한 나혜석, 백남준, 문신, 오윤과 같은 작가들, 김구림, 이승택, 박서보, 김창렬, 이승택, 성능경, 이건용, 김정헌 등 고령의 원로 작가들. 이들도 청년시절 어려운 조건과 환경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것을 관통하며 혁신적이며 진취적인 창작활동으로 본인의 성취는 물론 사회에 공헌해왔다. ● 서리풀 청년아트갤러리의 개관전에 초대된 고사리, 이규환, 이지연 작가 3인은 우리 미술계에서 동시대 또래 청년작가들 가운데 독특한 시각과 개성, 집요한 창작과 표현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들은 서리풀 청년아트갤러리의 운영위원회의 다수의 운영회의를 통해 개관전을 위한 초대작가로 거의 10대 1의 경쟁을 뚫고 선정된 작가들이다. 이번 초대전을 통해 이들 3인의 예술적 여정에는 어떤 극적인 변화가 생길까? 서초구청이 서울시와 함께 만든 서리풀 청년아트갤러리는 이번 개관전을 비롯해 앞으로 많은 청년미술인들과 협업을 통해 과거 선배세대의 비전과 의지를 이어 현재와 미래의 우리미술문화 발전의 도약대가 되리라 기대한다. ■ 김노암

Vol.20181128b | 계단주의 stairism-서리풀 청년아트갤러리 개관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