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named Land: Air Port City

김신욱展 / KIMSHINWOOK / 金信旭 / photography   2018_1127 ▶ 2018_1210 / 공휴일 휴관

ⓒ 김신욱_A wardrobe_2017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김신욱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8_1127_화요일_06:00pm

후원 / 미진프라자

관람시간 / 11:00am~07:00pm / 공휴일 휴관

사진·미술 대안공간 스페이스22 SPACE22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390 미진프라자 22층 Tel. +82.(0)2.3469.0822 www.space22.co.kr

공항과 그 주변의 경계는 뚜렷하면서도 모호하고, 직접적이면서도 애매하다. 공항의 활주로는 높은 담으로 둘러쳐 있지만 공항 바깥을 우회하는 길과 맞닿아 있고, 그 길가에는 공항이 소유한 거대한 장기 주차장과 렌터카 회사, 호텔 등 공항을 위해 존재하는 시설들이 도미노처럼 연결되며 펼쳐진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공항과 그 관계시설인지 정확히 정의하기 모호할 만큼 공항은 주변부를 끊임없이 잠식해 나간다. 그래서 나는 정확히 재단할 수 없는 공항과 그 주변을 통틀어 'Unnamed Land: Air Port City' 라고 명명하였다. ● 생업과 관련된 이유로 2010년부터 런던 Heathrow 공항을 2500번 이상 오갔다. 반복적으로 오간 지 일 이년 즈음 지났을 때부터 공항과 그 주변만이 갖고 있는 낯선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 공항은 필연적으로 넓은 부지와 거대한 시설물을 필요로 하며 그로 인해 공항 내, 외부에는 많은 것들이 생겨나고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간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어딘가로 떠나기 위해 공항에 간다.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할 만큼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간다는 것은 지상에서의 물리적인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이동이다. 그 이동을 위해 거쳐가는 공항은 떠나는 사람들에게 가벼운 긴장감과 설렘을 준다. 하지만 내가 공항과 그 주변을 떠올렸을 때 드는 감정과 생각은, 오가는 길이 막히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고 비행기가 연착되지 않고 예정된 시간에 도착하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 오랜 시간 반복해서 공항과 그 주변을 오가면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생계와 거주 혹은 여가를 위해 그리고 또 다른 다양한 이유들로 공항이라 명명된 공간을 오가고 있었다. 공항 주변에는 서남아시계 택시 기사가 한 시간에 만원이 넘는 비싼 공항 주차 요금을 피해 손님을 기다리면서 쿠르드인이 운영하는 케밥 트럭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알바니아와 헝가리에서 온 이민자들은 비행기가 내려오는 길목 바로 아래에 위치한 세차장에서 터번을 쓴 시크교도(Sikh) 운전기사의 차량을 청소한다. 스리랑카 전통 복장을 차려 입은 결혼을 앞둔 커플은 공항 인근 출입 금지 공터에 들어가 넓은 대지를 배경으로 영화 같은 웨딩 촬영을 하고, 동아시아에서 날아와 저녁 9시에 도착한 승무원은 수십 번의 비행 때 마다 머무는 호텔 앞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중년의 영국 남성은 매주 일요일마다 공항 활주로 담 건너편 골목에서 손 때가 묻어 고무마저 벗겨진 수십 년 된 망원경을 목에 건 채 이삼 분 마다 한대씩 착륙하는 비행기의 동체 뒷부분에 각인된 비행기 고유 번호를 기록하려 애쓴다. 그들이 공항과 그 주변을 떠올릴 때 드는 감정과 생각은 각자 다를 것이다.

ⓒ 김신욱_Great South-West Road_2016

원래는 한적한 농가였던 지역이 양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군용 비행장으로 이용되었고, 1946년 5월 31일 18개의 취항 노선을 기반으로 런던 히드로 공항이 개항하였다. 여느 현대 공공 시설들이 그러하듯 처음 예상 이상으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반세기를 지나는 동안 공항 부지가 주변으로 확장되고 제반 시설들이 늘어났다. 그로 인해 기존에 자리하고 있던 농경지와 거주지들이 사라지거나 밀려나면서 확장된 공간과 기존의 공간들이 어색하게 공존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공항 주변에서는 낯선 풍경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비행기조차 없던 시절인 1899년에 지어진 집은 뒷마당의 담장과 공항의 담장이 하나로 이어진 채로 덩그러니 남아있고, 공항 옆 공터에서는 한철 놀이공원과 서커스가 열린다. 공항으로 인해 절단되고 조각난 주변의 공간들은 인접 거주지와 공항의 완충제 같은 역할을 한다. 거주 지역과 공항 부대시설 사이의 명명되지 않은 땅들은 마치 비무장 지대처럼 공항 소유의 부지로 평소에는 출입을 금지하다가도 일정 시기에는 주민들과 일반인들을 위한 한시적인 이벤트와 축제가 열리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그럼으로써 절단되고 조각난 파편들이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긴장감과 불확실성을 일시적으로나마 희석시킨다. ● 뿐만 아니라 비행기가 내려오는 길목에 위치한 소음이 심한 집에는 타국으로 일자리를 찾아 온 다양한 국적의 이민자들이 살고, 새로운 활주로 확장을 두고 기존 거주민들의 대립과 시위가 벌어지며, 이와 관련된 환경 문제들이 대두되는 등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모습들이 공항 주변에서는 더욱 첨예하게 드러난다. 결국 여러 형태의 이주와 노동, 다양한 문화와 역사, 종교와 인종, 환경과 개발 문제, 여가 생활 및 취미 등에 대한 다양한 모습들이 공항과 그들과의 좁은 틈 사이에 압축되어 있다. 공항의 활주로는 높은 담으로 둘러쳐 있지만 공항 바깥을 우회하는 길과 맞닿아 있고, 그 길가에는 공항이 소유한 거대한 장기 주차장과 렌터카 회사, 호텔 등 공항을 위해 존재하는 시설들이 도미노처럼 연결되며 펼쳐진다. ●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공항과 그 관계시설인지 정확히 정의하기 모호할 만큼 공항은 주변부를 끊임없이 잠식해 나간다. 그래서 나는 정확히 재단할 수 없는 공항과 그 주변을 통틀어 'Unnamed Land: Air Port City' 라고 명명하였다. ● 'Unnamed Land: Air Port City' 는 필연적으로 그 주변에 낯선 풍경을 만들고 다양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오늘날 도시가 작동하기 위한 필수적인 시설이면서 멀리 떨어진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공항.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도시는 공항을 품지 못한다. 이미 자리잡은 도시가 내어줄 수 없는 넓은 부지를 필요로 하고 여러 제약과 비행기의 소음으로 인해 도시에 편입될 수 없어 외곽에 자리한다. 이로 인해 공항 주변은 도시와 외곽의 경계에 걸쳐 급조된 생경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70여년 전 이곳에 자리한 런던 히드로 공항은 여전히 살아 숨쉬고 끊임없이 그 몸집을 불려 나가고 있다. ● 'Unnamed Land: Air Port City' 시리즈를 통해 개인적으로 오랜 시간 공항 주변을 반복적으로 오가며 관찰한, 공항이 자리함으로써 생성되는 주변 모습의 특징과 특정 장소와 다층적, 다면적 관계를 맺는 여러 개인들의 군상을 통하여 공항이라는 장소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이 아닌, 주변 공간과 상황을 통하여 역설적으로 공항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장소성을 드러내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모습에 주목하고자 하였다.

ⓒ 김신욱_Hatton Cross_2017

유투버와 Spotter ● 비행기를 들고 있는 이는 세상의 모든 운송수단(Transports)에 관한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로, 비행기의 이착륙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업로드한다. 그가 들고 있는 모형 비행기는 에어버스사의 최첨단 기종 A380을 1/200로 축소한 것이다. 그냥 장난감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십 만 원이 넘는 고가의 정교한 모형이다. A380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종다양한 항공기가 이곳 히드로 공항에 착륙과 이륙을 반복한다. 공항 주변에서 만난 마틴은 스포터(Spotter)였다. 중년의 백인 남성인 그는 주말이면 하루종일 망원경으로 비행기를 관찰하며, 이착륙하는 비행기들의 동체 넘버를 수첩에 기록한다. 이처럼 비행기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취미를 지닌 이들을 스포터라 부르며, 이들을 위한 웹사이트와 가이드 북, 상점이 있다. 황량하고 썰렁한 공항 주변도 그들에겐 행복한 장소가 아닐까 싶다.

ⓒ 김신욱_33-35 Bath Road_2017

사진사 자격증 ● 길에서 우연히 손이 많이 다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건넸다. 동유럽 출신으로 공항 청소 노동자인 그는 Yarek 이라는 사나이로 양손에 피부병이 심해서 일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비행기가 내리는 길목에 자리한 집에 살고 있어 심한 소음에 시달린다고 했다. 나는 그의 집에 방문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여러 노동자들이 함께 사는 주택에서 방 한 칸을 빌려 살고 있었다. 그는 고향인 폴란드 이야기와 예전에 고향에서 살았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주섬주섬 물건들을 꺼내와 내게 보여주었다. 문득 가장 아끼는 물건이 무엇인지 궁금해 물어보자 그는 수첩 하나를 꺼내 펼쳐 보여줬다. 폴란드어라 읽을 수는 없었지만, 무슨 자격증처럼 보였다. 그에게 물어보니 사진사 자격증이라며 자신이 고향에서 사진관을 운영했다고 말했다. 타지에서 몸도 불편하고 공항 주변에서 일거리를 찾는 이방인이었던 그는 고향에서 사진관을 운영했던 지난 시간을 그리워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가볍고 일시적인 ● 작업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승무원이었다면 전 세계의 공항 주변을 촬영할 수 있을텐데. 그런데 승무원을 만나 인터뷰를 해보니 그들은 대부분 공항 주변에 관심도 없었다. 해외 체류 시 공항에 인접한 호텔 안에만 머물 때가 흔하고, 셔틀버스를 타고 시내에 외출할 때 지나쳐도 공항 주변에 뭐가 있고 어떤 모습인지 별로 궁금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항 주변에 관한 어떤 생각이나 기억도 가지지 않았다. 그들에게 공항 주변은 존재하지만 의식되지 않는 공간인 것처럼 보였다. 그런 감정 상태 또는 관계는 마치 말끔한 호텔 옷장에 걸린 한 벌의 유니폼처럼 가볍고 일시적인 것이 아닐까? ■ 김신욱

ⓒ 김신욱_Funfair_2016

공터에 투영된 실재의 풍경-김신욱의 『Unnamed Land: Air Port City』에 붙이는 글 ● 장소 없는 풍경, 주인 없는 경험이 지탱하는 시간을 생각해본다. 일상이라 이름 붙여진 시간에는 명명되지 않는 수많은 사건들이 지나간다. 신호대기 중인 차 안에서 눈에 들어온 횡단보도를 건너는 남자의 구두, 인파로 분주한 퇴근길에 내 가방을 치고 간 사람의 신경질적인 뒷모습, 스마트폰으로 이런저런 정보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시선이 멈춘 어느 휴양지의 비현실적 풍경 등, 분명하지 않은 장소에서 일어난 명명할 수 없는 경험의 연속이 매일이라는 시간을, 그 영원성을 수성한다. ● 김신욱의 일상에는 남들보다 아주 조금 더 많은 장소 없는 풍경이, 그리고 주인 없는 경험이 자리한다. 런던에 거주하는 작가는 거의 매일 공항을 오간다. 여행 등의 개인적 용무 때문은 아니다. 그 반대이다. 작가는 런던에 여행 온 사람들을 보조하는-주로 여행자들을 공항에서 픽업해 시내 어딘가에 내려주는, 또 시내에서 공항으로 데려다주는-일을 한다. 들판과 길, 그 위에 가끔 보이는 공장과 창고 등이 런던 외곽에 위치한 공항을 오가는 작가의 일상을 채우는 장면들이다.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이 일은 8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지속되었고, 작가는 몇 천 번 공항을 오갔다. 공항은 어떤 장소인가? 공항에는 여러 가지가 혼재한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심사와 검열로 위장한 무형의 폭력이, 국가 간의 이해관계에 따른 노골적 차별이 여러 행위적 지표로 드러난다. 또 멀리 떠나거나 누군가를 만나러 온 사람들의 얼굴에는 묘한 긴장과 설렘이 스치기도 한다. 공항은 이성과 비이성이, 현재와 비현재가 공존하는 기묘한 공간이다. 작가는 일종의 일터가 돼버린 공항, 그 기이한 장소에 관해 보다 많은 정보들을 습득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공항 라운지에서 주차장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 각 터미널 카페의 위치, 그 외 공항의 각종 편의시설은 물론 공항 출구에 붙어있는 광고판 이미지까지 자세히 묘사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공항의 냄새와 소리, 조명의 색깔, 바닥 카펫의 종류, 심지어 화장실 청소를 하는 인도계 영국인 아저씨의 목소리까지 하나하나 기억한다. 아니, 기억한다기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체화되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렇게 한 장소에 대해 많은 정보를 습득하게 된 작가는 자연스럽게 해당 장소에 관한 다양한 사고를 발전시킨다. 그리고 그 사고의 장면을 작업과 긴밀하게 연동시킨다.

ⓒ 김신욱_Stanwell Moor_2018

그럼, 그의 작업 속 공항은 어떤 모습일까? 선명한 드라마나 내러티브가 전달되지 않는 그의 사진은 얼핏 희미하게 느껴진다. 심지어 그의 카메라가 비추는 장소는 공항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공항 근처의 공터와 녹지, 드문드문 위치한 주택가가 대부분이다. 주로 공항 주변의 풍경을 촬영한, 공항 시리즈의 초기 작업은 거의 공백에 가까울 만큼 어떤 사건도 그려내지 않는다. 오브제와 인물로 그 대상을 넓혀 진행한 최근 작업에서도 그러한 공백의 느낌은 고스란히 유지된다. 공항을 생각할 때 흔히 떠오르는 만남과 기다림, 그 뒤의 검열과 통제의 장면은 그의 사진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공항에 관해 많은 것을, 어쩌면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작가는 이상하리만큼 공항이라는 장소의 정보가 지워진 주변에, 장소가 아닌 풍경에 집중한다. 사진을 좀 더 자세히 보자. 공항 인근으로 보이는 넓은 들판 위 불어오는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스리랑카 전통복장을 한 커플이 웨딩 촬영을 하고 있다. 역시 공항 근처로 보이는 다소 황막한 벌판에는 한철 놀이공원이 들어서 있고, 그 옆에는 아이들만의 작은 파티가 열리기도 한다. 다른 사진은 새로 장만한 신형 세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어느 사설 택시 기사를, 또 매주 공항에 나와 이착륙하는 비행기의 고유번호를 기록하는 취미를 갖고 있는 중년 남성의 일상을 덤덤하게 기록한다. 이 밖에도 승무원의 간결한 옷장, 공항 옆 텅 빈 도로, 활주로와 담 하나로 나뉜 주택, 버려지듯 존재하는 공항의 오래된 시설물 등이 그의 카메라라 포착한 대상들이다. ● 작가는 자신이 집중하는 공항 주변의 어정쩡한 장소를 명명되지 않는 땅(Unnamed Land)이라고 말한다. 그럼 명명되지 않음을 공유하는 작가의 사진은 무엇을 말하기 위한 것일까? 작가의 주 촬영지인 히드로 공항(주변)은 원래 대부분 농경지였다. 이후 세계대전과 함께 군용 비행장으로 들어섰고, 1946년 정식 공항으로 개항한다. 그리고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공항은 지속적으로 그 부지를 넓혀왔다. 몇 개의 새로운 터미널이 생기기도 했고 필요에 따라 추가 시설물이 들어서기도 했다. 확장된 공항은 이제 그 부지를 정확히 측정하기 힘들 정도로 넓은 광막의 땅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 광막의 장소는 도시로 편입되지 않는다. 다만 연동될 뿐이다. 소음, 환경 등의 문제로 도시가 품지 않은 공항, 그곳에는 도시 뒤에 가려진, 어쩌면 도시가 거부한 삶의 풍경이 자리한다. 이민자들이 모여사는 공항 주변의 작은 주택가 옆 버려지다시피 존재하는 대지에서 웨딩 촬영을 하고 있는 커플, 은퇴한 영국인의 유일한 취미생활이 돼버린 공항을 오가는 비행기의 일련번호, 공항 활주로와 담 하나로 나뉜 집에서 소음을 견디며 살고 있는 노동자들, 그리고 그들이 종종 벌이는 시위와 축제 등 얼핏 보기엔 공허한 사진의 풍경에는 실로 다양한 사회 문화적 기표들이 횡단한다. 그렇게 작가의 작업은 도시와 외곽, 이주와 노동, 종교와 인종, 환경과 개발 등의 다양한 이슈들을 희미한 이미지에 압축해 서늘하게 전달한다.

ⓒ 김신욱_Terminal 5_2015

뿐만 아니라, 사진은 공항이란 장소에서 생성된 작가 개인의 정서까지도 감지하게 한다. 얼핏 차가워 보이는 이미지에는 해당 장소를 관통한 작가의 경험이, 그 정서가 묻어난다. 차를 타고 공항을 오가는 작가의 일상을 상상해본다. 공항을 가기 전 작가는 무수히 많은 비장소들을 지날 것이다. 십 년 넘게 살았지만 여전히 낯선 타국의 도시, 그곳을 벗어나면 이어지는 고속도로, 양옆을 매우는 넓은 들판, 그 위로 중간중간 보이는 공장과 렌터카 회사의 주차장, 오래된 비지니스호텔 등 모두의 것도 누구의 것도 아닌 그 기이한 장소를 지날 것이다. 그리고 문득 만나기로 한 사람은 제시간에 도착할지, 비행기가 연착되지는 않을지, 시내로 돌아가는 길이 막히지는 않을지 등의 걱정이 스치기도 한다. 그러다 길 위에서 공항에서 만나기로 한 어떤 사람에게 아직은 수신 불가능한 문자 메세지를 보낼지도 모른다. 이처럼 작가는 도미노처럼 연결된 비장소와 비경험의 여정을 뚫고 공항에 도착한다. 하지만 도착한 그곳은 또 다른 비장소가 아닌가. 관계성, 역사성, 장소성이 부재한 시간을 관통해 마주한 공간, 공백의 시간 끝에 존재하는 공항은 마치 모든 공백의 집성체처럼 다가올지 모른다. 이와 같은 작가의 일상은, 그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사진이 비추는 공간에 스민다. 본인의 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장소를 객관적으로 관찰하려는 작업은 장소에 내재된 사회 문화적 내러티브와 작가 개인이 공간에서 감지한 내면의 정서를 세밀하게 포개 놓는 것이다. 그렇게 여러 관찰의 층위와 개인의 경험이 내려앉은 이미지는 마치 알렝 로브그리예(Alain Robbe-Grillet)의 소설처럼 객관적으로 장면을 서술하는듯하지만 그만의 기분과 감정을 불현듯 드러내곤 한다. ● 프랑스 인류학자 마크 오제(Marc Augé)는 작가의 하루, 아니 수 년을 점유한 길, 들판, 공항과 같은 비장소적 공간을 고독의 solitude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작가의 일상 대부분은 분명 고독의 공간에 존재한다. 하지만 작업에 비추어 볼 때 그 고독의 공간은 꽉 막힌 한계의 공간이 아닌 실재를 투영하는 상상의 공간으로 재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공간과 자신과의 관계성에 대해 고찰하며 비장소의 공간을, 그 안의 고독을 여러 사회 문화적 이야기가 가능한 이미지로 전환시킨다. 종일 비장소를 배회하며 명명할 수 없는 땅을 명명하기 위해 촬영한 장소 없는 풍경, 주인 없는 경험의 사진이 여러 의미와 맥락을 역설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이유는 작가 스스로 실재가 창출되는 비장소로서의 공간으로 공항을 설정하고 있어서는 아닐까. 뚜렷한 기호와 상징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대상의 개관적 접근이라는 어쩌면 불가능한 설정을 전제로 하는 그의 사진은 그렇게 작가 내면의 풍경과 장소의 사회 문화적 맥락을 동시에 드러낸다. 작가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공항이라는 비장소의 재정립이 어떤 이미지를 파생할지, 또 그것이 어떤 사회 문화적 이야기와 내적 풍경을 전달할지, 계속 그 변화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 권혁규

ⓒ 김신욱_Myrtle Avenue_2017

I have regularly travelled to and from the Heathrow airport more than 2500 times since 2010 and the many photography I have taken there formed the series Unnamed Land: Air Port City. Airports require extensive space and facilities. Consequently, there are numerous things within and around airports for the many different kinds of visitors. Travel by aeroplane is a physical movement in the air which challenges time and space on the ground. Generally, people visit airports so they can reach somewhere physically distant which often creates excitement and anxiety for travellers. Over a long period of time, I have met vast numbers of people resident nearby or visiting the area for work, leisure and various other reasons. Outside of the airport, there are small towns where expensive parking charges can be avoided, minicab drivers from Southwest Asia have a quick meal at a Kurdish kebab truck while waiting for passengers, and Albanian immigrants wash minicabs on street corners under the path of the aeroplanes. ● A couple wearing Sri Lankan traditional dress have their wedding pictures taken in a restricted access open space near the airport as if from a scene in a movie. Over the fence at the other side of the runway, with a decades-old telescope with worn out rubber, a middle-aged Englishman tries to jot down the serial numbers carved onto the rear of the aeroplanes which take off every 20~30 minutes. Heathrow Airport first opened on 13th May 1946 with 18 air routes. For half a century since then, just like other modern public facilities, the airport has expanded due to an unexpected increase in demand. What used to be agricultural and residential areas have been cleared and now there is an awkward coexistence between the existing and newly expanded areas. For this reason, you often see strange scenery around the airport. There is a big empty house over the airport fence or sometimes fun fairs being held in the open space next to the airport. Immigrants from many different cultures reside in the houses near the air paths. Furthermore, there are constant controversies over runway expansion and adverse environmental impacts on residents. Many tension of modern society can be witnessed here. The boundaries of the airport and surroundings seem clear but often they can be vague and obscure. The runway is blocked with a high fence but it is connected to a bypass slip road outside the airport, a huge long-term parking lot, rental car companies, hotels and many other airport-related facilities which are lined up like dominoes and make it hard to get through the airport boundary. The fragmented space around the airport acts as a buffer for villages neighbouring the airport. Like the Demilitarized Zone between South and North Korea, the unnamed land owned by the airport between the airport facilities and villages is normally restricted for public access but is temporarily open to the public and residents at certain times for events and festivals. At these times, the tension and uncertainty of the fragmented area temporarily fades away. ● Areas surrounding airports create strange scenery and attract diverse people. Although airports are essential elements of big cities as they connect with distant cities, ironically cities are unable to. Airports require a huge area which is not available within existing cities. Moreover, the flight noise makes it impossible for them to be located in city centres. Therefore, airports generate their own surroundings in a relatively short period of time on the outskirts of cities. ● Since its official opening 72 years ago, the airport is still relentlessly expanding. As I focus on the area which I named "AIR PORT CITY" and people surrounding the airport city rather than investigating its interior and intended purpose, paradoxically its spatiality is revealed.

YouTuber and Spotter ● The person holding an aeroplane model is a YouTuber of a channel that covers a wide range of forms of transport around the world including uploading videos of aeroplanes taking off and landing. The aircraft model he is holding is a 1/200 miniature model of an Airbus A380. Although it may seem to be just a toy it is actually a delicate model worth about £130. Not only A380 aircraft, but a wide range of aeroplanes from all around the world constantly take off and land at Heathrow airport. Martin, a middle-aged white man I met around the airport, was a spotter. He used to observe aircraft all day on every weekend with his telescope and note down a list of all the aircraft model numbers taking off and landing at the airport. People like Martin who observe and record aircraft for a hobby are called spotters. There are a few websites, guidebooks, and shops catering for spotters. The bleak and desolate land around the airport may seem like an amusement park for them.

Photographer License ● I happened to speak to a stranger, whose hand was badly injured, on the street. An airport cleaner from Eastern Europe had a severe skin problem on both hands and was unable to continue in his job. He lived on one of the streets right under the flight path which constantly suffers from tremendous noise. I was invited to his place and he shared his daily life. He was sharing a flat with a few other workers. He told me about his hometown in Poland and while discussing life in his homeland he showed me his most precious belonging, a note written in Polish. Apparently, it was a photographer's license obtained in Poland. He continued with his story and said he had run a photo studio in his hometown. In contrast to his reality as an alienated worker who was unwell and isolated, he seemed confident and proud of his past career as a photographer.

Mutually Casual and Temporary ● While I was taking a photography around the airport area, I often thought about how being a flight attendant would be one of the best jobs for photographing every corner of airports around the world. After interviewing flight crew, however, they often did not seem that fascinated by the areas surrounding airports. I was told that they normally stay in nearby hotels while staying in foreign countries except for occasional sightseeing in downtown areas using shuttle buses. Therefore, a majority of flight crew have few memories or thoughts about airports. The space around airports exists but does not seem to be recognized by the crew. It may look like a uniform which hangs in the wardrobe of a nice and neat hotel room which exist nearby but never get much attachment. ■ KIMSHINWOOK

A landscape of reality projected onto vacant space-Posted to Kim Shinwook's 『Unnamed Land: Airport City』 ● I recall a landscape without places, and the time that ownerless experience can sustain. Countless unnamed events pass by in everyday life. The shoes of a man crossing the street caught by the eye of the beholder in a car awaiting the changing of traffic lights; the back of a random person who temperamentally hits my bag while passing me on the bustling road on the way home from work; and the unrealistic scenery of a resort found while randomly searching on a smartphone. Such a series of nameless experiences occurring in uncertain places seek eternity in daily life. ● More than most, Kim Shinwook's daily life is filled with such placeless landscapes and ownerless experiences. The artist, who lives in London, travels to and from the airport almost every day. This is not for personal reasons such as travel but actually for quite the opposite. His job involves assisting people travelling to London, either picking up travellers from the airport and dropping them off somewhere in the city or taking them from the city out to the airport. Fields, roads, and occasional factories and warehouses fill the everyday life of the photographer who travels to and from the airport outside London. Although he started the job by chance, it continued for over eight years, and he has now travelled to and from the airport over a three thousand times. ● What kind of space is the airport? A mix of things coexists at the airport. Various races and cultures, intangible violence disguised as screening and censorship, and blatant discrimination based on the national interest are revealed through multiple measures of behavior. There is also a strange tension and excitement on the faces of people who have come to see someone arrive or depart. The airport is an odd place where reason and unreason, presence and absence coexist. Kim seems to have learned more about this strange space, the airport, which has become his workplace. He describes all the details such as the fastest route from the airport lounge to the car park, the location of terminal cafes, the various amenities at the airport, as well as the billboard image emblazoned at the airport exit. Furthermore, he remembers the smells and sounds of the airport, the colours of the lights, the types of carpet, and even the voice of the Indian British men who clean the toilet. Actually, more than just assembled memories, they are more like experiences accrued over a long period of time. An artist naturally develops various insights into a place after learning about it in this way, and these are closely linked to his artwork. ● How is the airport described in his work? His photographs, which do not convey clear drama or narratives, seem rather understated. In fact the major subject area for his for his camera is not the airport itself but the marginal areas around it such as the vacant lots, green fields and sparsely located residential areas nearby, The early work of the airport series, mainly comprising pictures of the landscapes around airports, display minor events and are almost bare. The feeling of such a vacuum remains intact even in his recent works which expanded to cover objects and characters. Typical images of people meeting and waiting in the airport, or of censorship and control, are not found anywhere in his photos. Kim, who knows about the airport so intimately, strangely only concentrates on landscapes and marginal spaces where typical airport scenes are not to be found. Let's take a closer look at the images. Couples in Sri Lankan traditional clothing are taking wedding pictures in the face of a strong wind in a wide-open field that seems to be near the airport. Also seen near the airport, a small children's party is held next to a temporary amusement park in a rather dreary field. Another photo shows a private taxi driver posing in front of a brand new car, and a middle-aged man whose hobby is recording the serial numbers of planes taking off and landing at the airport every week. In addition, the flight crew's simple wardrobe, empty roads next to the airport, houses divided into runways and walls, and old abandoned facilities at the airport were captured by his camera. ● Kim focused on the obscure areas around the airport and named the spaces "Unnamed land". So what is the purpose of a picture that the photographer neglects to name? Heathrow Airport, the main location for his photography, was originally farmland. It then served as a military airfield during World War II and then officially opened as an airport in 1946. The airport has since steadily expanded on its current site over more than half a century. Several new terminals and additional facilities were built as needed. The expanded airport now occupies a vast area that is difficult to accurately measure in size. And the extensive land is not incorporated into the city but only works alongside it. ● At airports, places which are often outside cities due to problems related to noise and the environment, one can find the scenes of life that are hidden, and perhaps rejected by the city. There are a wide variety of social and cultural signs crossing the empty-looking landscape in striking images such as that of couples taking wedding photos in an abandoned site in a residential area near the airport with a large immigrant population; the serial numbers of planes as they are recorded by a retired Englishman as his only hobby; workers who suffer from noise pollution in homes divided by walls right next to the airport, and their frequent protests and festivals. In this way, with his subtle images, the artist compressively but intimately displays various issues of the cities and suburbs including migration and labour, religion and race, and environment and development. ● In addition, photographs can even detect the photographer's personal emotions as they are provoked by the airport. A cold image might reflect his experience of such a place. Imagine his daily life of driving to and from the airport. Before reaching the airport, he would pass through countless meaningless sites. In a foreign city, feeling still alienated in spite of more than 10 years of residence, he encounters endless nameless places such as endless highways with wide fields on either side, occasional factories, the carpark of a rental company and old business hotels. In addition to this, he has the attendant worry that the person he is meeting might not turn up on time, that the flight will be delayed, or that there will be congestion on the way back into the city centre. He may even send text messages in vain to someone who doesn't have reception on their phone as they have not even landed yet. ● Through this journey of non-place and un-experience which connect like dominos, the photographer arrives at the airport but it is also another non-place. An airport that comes at the end of a space which exists without relationships, history, or place, may appear to be a collection of emptiness. His everyday life as a writer is naturally embedded in the space which the picture reflects. The task of objectively observing a place that is most closely related to one's life is to carefully wrap up the social and cultural narratives inherent in the place as the inner feelings of the artist in space. The images of a series of observations and personal experiences are seemingly described objectively but suddenly they reveal his feelings and emotions likes the novels of Alain Robbe-Grilllet. ● French anthropologist Marc Auge's explains that the writer's non-site space such as roads, fields, and airports are spaces of solitude. Most of the photographer's daily life exists in such a solitary place. However, in light of the work, the solitude of the space could be re-established as an imaginary space that projects the real world rather than as a limited space that is tightly blocked off. Kim discusses space and his personal relationship to it and converts the space of the place into an image which embodies diverse social and cultural stories. Photos of unoccupied landscapes and ownerless experiences are taken to give a name to unnamed land while wandering around such non-places throughout the day. The reason such photos can ironically display such a diversity of meaning and context is because he set the airport as a space which creates reality in its own non-place space. His photographs, which are not intended as obvious symbols and signs, reveal both the writer's inner landscape and the social and cultural context of the place while attempting the difficult task of objectively approaching the objects. Please note how the photographer continues to reestablish the non-place space of the airport in his future work through images which convey inner landscapes through such social and cultural stories. ■ Kwon Hyukgue

Vol.20181127d | 김신욱展 / KIMSHINWOOK / 金信旭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