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Site

박경진展 / PARKKYUNGJIN / 朴鯨振 / painting.installation   2018_1130 ▶ 2018_1229 / 일,월요일 휴관

박경진_Fake Love-노란바닥_캔버스에 유채_91×72.5cm_2018

초대일시 / 2018_1130_금요일_06:00pm

아티스트 토크 / 2018_1215_토요일_04:00pm

주최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 / 인사미술공간_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월요일 휴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 Insa Art Space of the Arts Council Korea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 89(원서동 90번지) Tel. +82.(0)2.760.4721 www.insaartspace.or.kr

『현장(Site)』은 작가의 전반적 작업 세계를 구성하는 '생존'이라는 주제에 대해 회화, 설치, 드로잉 등을 통한 다양한 방법으로 고민해보는 박경진의 개인전이다. 과거 작가가 인재 또는 재난에 관해 작업하며 '생존'이라는 화두에 대해 간접적으로 접근하였다면 최근에 와서는 작가의 실제 삶을 구성하는 노동과 미술을 적극적으로 다루며 작업의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작가는 2012년 '원전 사고'에 대한 내용을 다룬 회화 작업을 시작으로 방사능 속에서 삶을 영위하고 생존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점들을 작품에 담아오다가 2015년 겨울부터는 본격적으로 작가 박경진을 생존하게 하는 요소들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로부터 작가가 의식주를 해결하는 세트장 현장 일의 배경을 본인의 예술 활동의 소재로 정해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 작가는 예술가로서의 자신이 회화적 매체를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세트장을 만들 때에도 똑같은 회화적 매체를 사용한다. 하지만 세트장 풍경을 만드는 작화 노동자로서의 박경진은 영화 촬영이 끝나면 철거되는 진짜 같은 가짜 세트장처럼 잠깐 존재하는 신기루 같은 생업을 가진다. 그리고 세트장을 나온, 작업실에서의 박경진은 세트장의 노동자들과 구조물 등의 풍경을 회화 작품으로 재해석한다. 이때 박경진은 더 이상 작화 노동자가 아닌 예술가로 불리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화 노동자로서의 생업과 예술가로서의 작업 사이에서 겪고 있는 갈등과 어긋남, 차이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이로써 반복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함께 회화라는 매체가 가지는 표현 가능성에 집중한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작가는 세트 현장과 회화 작품의 매체적 접점에 대한 연구와 함께 그리기라는 반복적 행위가 어떻게 차이를 재생산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이에 작가는 그리기라는 행위로 연결된 생업과 작업 사이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박경진 자신의 실존에 대해 고민하며 생존의 풍경을 회화 작품에 담아내고자 한다. ● 초기 세트 현장 작업의 시작은 회화적 기법을 동원하여 세트장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으로 시작하였지만 작가는 그림을 그리면서 그 동안 세트장에서 일하며 보지 못했거나 인식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요소들을 발견하게 된다. 다시 말해 초기에는 두 공간 사이에 존재하는 다름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갈등에 대해 주로 다루었다면 작업이 진행될수록 작가는 이 둘의 구별점보다는 세트장 작업에서의 추상성과 가변성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추상성과 가변성은 작가의 작업에서 어떤 요소들로 확인할 수 있을까?

박경진_검은벽_캔버스에 유채_91×72.5cm_2018

환원된 물질의 추상성과 추상화된 개인들 ● 여기서의 추상성이란 우선 세트장에서 하는 작업 속에서 드러나는 물질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세트장에서 만들어진 구조물 위에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물질적 재현을 하거나 시간의 흔적을 보여주기 위해 특수한 색 처리를 하는 과정을 거칠 때, 혹은 세트가 해체된 후에 재활용을 위해 남겨진 합판들에 수많은 레이어가 남아 본래 용도에서 벗어나서 마치 평면 추상화처럼 환원된 물질만 남게 되었을 때 보이는 특성과 같다. 특히 이러한 작업과정에서 색을 겹쳐 올리는 과정은 회화 작업에서 형상을 만들기 위해 색채를 사용하는 것과는 또 다른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이것은 물질이 환원됨으로써 나타나는 추상성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추상성은 물질적 요소 외에도 드러난다. 세트장에서 일하는 작가를 포함한 일용직 노동자들은 개개인의 특수성이 배제된, 주어진 일만을 처리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상황 역시 개별적 대상을 추상화 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변화, 변형, 그리고 조작된 가변성 ● 세트장 현장은 작업 진행 속도가 무척 빠르기 때문에 많은 자본과 인력을 투자해서 만든 세트장이라 하더라도 영화 촬영 후 목적이 사라지면 순식간에 철거된다. 이러한 작업의 속도는, 예를 들어 목공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구조를 만들고 그 위에 작화 노동자들이 색칠을 담당 할 때의 거대한 스케일이나 재료를 다루는 물량 등을 통해서도 실감할 수 있다. 또한 작화가 마무리된 세트는 조명과 컴퓨터그래픽, 소품을 통해서 새로운 맥락을 형성하고 이는 수시로 변화된다. 또한 작화 노동자들은 주어진 일만 진행할 뿐 작업하는 과정에서는 최종적으로 그 세트장이 어떻게 마무리되고 사용될지 알지 못한다. 실제로 작가가 영화나 뮤직비디오를 시청할 때엔 그 세트장을 보고 생경함에 놀랄 때가 많다. 작가는 회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개별 세트장을 묘사하는 것을 지양하고 적극적인 개입으로 그것을 변형하며 조작하는데 이는 세트를 재구축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대상들을 색과 면으로만 인지하고 화면을 구성하여 즉물적인 색의 덩어리와 붓질의 흔적으로서의 회화의 성질에 주목하기 위해서이다. ●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 세트장 가벽에 색을 칠하는 사람을 묘사한 「FAKE LOVE-노란바닥」 같은 경우에도 박경진은 여러 컷의 현장 사진을 조합해서 평면 회화 속 공간을 구성한다. 작가가 현장 사진을 여러 컷 찍어 온 후 작업실에서 새로운 회화 작품을 구성할 때 우선 포토샵으로 사진을 여러 장 조합하여 마치 레이어를 콜라주 하듯 면을 조합한다. 이는 공간과 인물 모두 포토샵에 의해 짜깁기 된 것으로, 현장에서 작업하는 본인의 위치와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장면을 합친 것이다. 마치 피카소의 입체주의 작품과 같이 일종의 다시점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표면적으로는 다시점, 다중공간의 전형을 보여주고 형식적으로는 이미지의 기원이 되는 시안 이미지와 작가가 재구성하고 개입하여 변화시키고자 하는 이미지 사이의 차이를 보여준다. 내용적으로 볼 때에도 본인의 현장 작화로서의 작업과 작업실에서의 예술가로서의 작업이 모두 섞여있는 모습을 하게 된다. 즉 여기서 작가는 생업과 작업 사이가 이어져있으면서도 아슬아슬하게 분리된 어긋남 또한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박경진_파란불꽃_캔버스에 유채_91×72.5cm_2018
박경진_IDOL-커피 한 잔 드시고 하게요_캔버스에 유채_227.3×545.4cm_2018

이번 전시에서는 대형 회화 작품과 더불어 클로즈업되어있는 인물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현장과 하나의 개인이 관계 맺고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는 소형 회화 작품, 그리고 아카이브 형식으로 작업과정을 보여주는 드로잉으로 구성된다. 인사미술공간 전시장 1층에 들어서면 영화 세트장의 현장 풍경을 담은 150호 대형 회화 4점을 볼 수 있다. 이는 실제 현장을 재현하듯 캔버스가 벽에 기대어 회화적 공간을 만들어 내는데, 이는 앞에서 설명한 현장 풍경 이 가지고 있는 추상성과 가변성을 회화에 접목하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지하 1층에서는 150호 캔버스 3개가 합쳐져 하나의 작품이 되는 세트장 풍경 파노라마가 전시장 바닥위에 만들어진 목재 구조물위에 설치된다. 마지막으로 2층에서는 여러 장의 드로잉과 작업 전체의 구성 및 과정에 대한 아카이브를 보여준다. 대형 작업을 통해 작가가 일하고 있는 세트장의 분주하고 거대한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경험 할 수 있다면 2층의 아카이브 섹션에서는 회화 작품과 함께 작가가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작품 제작 중간 중간의 작업과정을 보여주는 드로잉과 사진출력물을 살펴볼 수 있다. ● 이번 전시는 작가가 '현장'에 대해 작업한 작품으로만 구성된 첫 전시임과 동시에 작가의 작업 세계를 다각도로 파악하고 작가의 의도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현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생존을 위한 노동, 자아실현을 동반한 직업에 대한 개념 사이에서 우리 모두가 고민하는 '일'에 대한 화두를 제시한다. 이 전시가 관람객들로 하여금 '예술'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예술과 노동 사이에서 존재하는 회화적 물성을 통한 예술적 경험이 무엇인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기대한다. ● 인사미술공간에서 선보이는 박경진 개인전 『현장』은 2017년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시각예술분야에 선정된 작가 총 일곱 명이 선보이는 성과보고 시리즈의 마지막 전시이다. 연구비 지원은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에서, 전시 기획∙진행 및 예산 지원은 인사미술공간에서 담당한 이번 전시는 시각예술분야 차세대 예술가들에게 보다 체계적인 환경에서 창작∙연구와 발표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추진되었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

Vol.20181126c | 박경진展 / PARKKYUNGJIN / 朴鯨振 / painting.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