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8_1116_금요일_06:00pm
후원 / 인천광역시_(재)인천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획 / 김맑음 디자인 / 맑음
관람시간 / 01:00pm~07:00pm / 월요일 휴관
회전예술 인천 중구 우현로35번길 15-1
DUMMY LINES ● '서울에 사는 사람 중에서 지방에서 올라오지 않은 사람은 몇이나 될까'라는 사소한 의구심에 시작했던 이 전시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많은 것을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의 전시이다. ● 기획자는 제도권 내의 여러 경험들을 수집하여 가상의 텍스트를 만들었다. 누구의 것인지 알 수없지만 우리 모두의 것일 수도 있는 다소 어긋나게 기록된 이야기들을 작가들은 받게 되었다. '이런 것들을 정말로 경험했나요?'라는 질문이 나올법한 이 이야기들은 (원래 그러한 운명을 내재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검열의 과정을 겪게 되었다. A부터 Z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결국 매끄럽게 분절되었고, 경계는 사라졌다. 단어의 더미만 남아 가짜의dummy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각각의 행들lines은, 많은 것을 이야기하지 못함에도 무엇인가 이야기하려는 시도일 것이다.
이 사라진 경계 위에서 고경호는 그가 전작에서 진행하던 네트워크 내 꼭지점을 추출해 작업으로 구현하던 방식을 기반으로 프레이밍framing된 시퀀스-회화로 표현한다. 그는 앞서 '소설'에서 몇몇의 단어들과 남겨진 단어들이 페이지 내에서 어떤 장면을 연출하는지 주목하였다. 종이 자체의 빳빳한 물성 위에서 유화의 질감은 캔버스에서의 그것과 다소 차이를 나타내며, 좀 더 납작하게 종이에 매달려 있다. 그 표면 위의 아세테이트 필름은 이야기를 전달하지 못하는 텍스트처럼 유화의 질감을 한번 더 가공한다. 또한 그의 작업에 드러나는 프레이밍은 그 기원을 만화comics에서 찾을 수 있지만, 네러티브는 찾기 어렵다. 따라서 앞서 언급하였던 시퀀스-화화는 이러한 측면에서 몽타주montague에 가깝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되려 그러한 네러티브의 추적은 작가가 제시한 몇몇의 제목으로 가능할 뿐이다. 프레임의 기능만 남은 상황에서 작가는 몇 가지로 의미를 확장한다. 분절된 단어와 어긋남이 작업의 기반이었지만, 근본적으로 그것은 하나의 이어지는 이야기이기 떄문에 프레임은 그가 취사선택한 네러티브를 누르고 있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프레임은 회화 자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확장의 역할도 한다. 벽과 살짝 거리를 두어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되묻고 있지만, 회화와 마주하는 순간이 될 때 프레임은 벽과 구분이 되지 않는다. 이 때 프레임은 확장되어 사라지고 회전예술 공간에 존재하는 건축적 요소가 그 기능을 건너 받는다.
정진욱의 장소특정적In-situ 설치 역시 회전예술 공간의 건축적인 요소를 활용한다. 일상의 균형을 빗겨나가는 작업을 하는 그의 방식에 따라 작가는 텍스트에서, 궁극적으로는 제도권 내에서 느꼈던 이질적인 감정에 주목한다. 그는 텍스트를 검열하는 과정에서 기호들에 주목하는데, 텍스트가 사라진 기호들은 덩그러니 그 페이지에 어렴풋하게 뉘앙스nuance를 암시하는 얼룩처럼 존재한다. 공간 한 켠에 벽과 비슷한 방향성을 띈 목조로 설치된 골조는 작가가 벽과 동일한 색을 입히면서 마치 벽처럼 보이게 된다.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가서면 목조의 옆면이 보이는데, 이것은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작은 폭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기울어진 바닥면을 밟으면서 균형을 잡기 어려운 상황은 텍스트, 그리고 그 이상의 현실에서 느끼는 불편함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감정은 계단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극대화된다. 인천의 작가들이 모여서 사용하는 회전예술 공간은 실제로 건물의 연식을 가늠해볼 수 있는 특징으로 정확한 90º의 기울기를 찾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상적인 공간의 형태는 아니지만, 이 건물은 어찌되었건 간에 그 층수를 견디고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한 공간적 상황에서 정진욱의 작업은 미세한 이질감을 더하면서 주변을 한번 더 둘러보게 한다. 수평계로 균형을 맞출 수 없는 이곳에선 아마 말을 할 수 없는 작품들이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인천이라는 지역에서 미술을 시작한 두 작가뿐만 아니라, 기획자 역시 수많은 이야기를 손 안의모래처럼 흘려보내면서 20대의 궤적을 그리고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 계단을 올라가면서 보이는 얇은 목조 골조로 스스로를 지탱하는 정진욱의 작업처럼, 가장 높은 높이에서 이 모든 것이 수면 아래에 있다고 이야기하는 듯 보이는 고경호의 작업처럼 제도권 내 작은 불편함을 가지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 김맑음
Vol.20181124g | 더미라인즈 DUMMY LINES-고경호_정진욱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