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속 어딘가의 녹음 The recording from somewhere in my body

유광식展 / YOOGWANGSIG / 兪光植 / photography.installation   2018_1113 ▶ 2018_1119

유광식_구겨진 바다_종이 프린트, PE비닐, OHP필름 영사_가변크기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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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식 블로그_yoogwangsig.egloos.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인천광역시_(재)인천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획,주최 / 유광식

관람시간 / 12:30pm~06:30pm

플레이캠퍼스 PLAYCAMPUS 인천시 중구 답동로30번길 9(경동) www.playcampus.com

사회에 공동의 슬픔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보다 복잡한 연대를 향해 가고 있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개개인은 이 바닥에서 자신의 위치를 잃어버리기도 쉽다. 이 관계를 표상하는 감각과 흔적들을 정리하고자 했다. 내 안에 녹은 지난 것들(錄音)에서 질량을, 인간들이 모여 움직이는 사회(綠陰)에서 속도를, 그리고 이런 사회 환경을 직시하면서 개개인의 분노와 슬픔, 기대에 대한 자기성찰적 경험의 것들(融解)을 읽어낼 수 있고 이는 연대의 힘으로 작용한다. 이번 전시는 나와 사회, 공동의 경험에 얽힌 고민의 흔적이자 생채기였을 지난 한 철의 이야기다.

유광식_오월, 소년이 서른 즈음에 찬란하다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20×30cm_2010
유광식_열우물 마을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22×33cm_2016

● 인간은 필연적으로 죽음으로의 항해를 하지만 그 항로는 삶이라는 바다를 지난다. 삼십대를 지나고 나니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았고 무엇을 향해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이야기에 재차 집중하게 된다. 반환점은 없고 길 잃을 것도 아닐 검은 바다 위에서 홀로 길을 잃었다고 어느 날 문득 두려워 한 건 아닐까? 걸어 온 길을 되돌아보면 앞으로의 길에 힌트가 되는 것들이 보이지 않을까? 늘 자문자답이지만 소중한 여유다. '내 위치 찾기' 기능처럼 나는 자꾸만 빙글거린다. ● 잦은 이주가 시소를 탄 것처럼 내게 불안과 설렘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인천에서의 거주가 이젠 서울이나 고향 완주完州보다 더 길어지는 것을 알면서도, 위치잡기는 더 없이 어려워진다는 느낌이 든다. 차량 성능은 진일보하는데 내비게이션 없이는 운전을 하기 힘든 지금의 세상처럼 말이다. 지난 십년간의 인천 생활은 진흙 밭에 빠져 있는 것처럼 얼키설키 지내야만 했던 외로운 투쟁의 시간이 길었다. 시간이 더해져도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다. ● 나의 상념과는 상관없이 주변은 매우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간혹 그 변화의 속도에 묻혀 무얼 잊은 건 아닌지, 잃어버린 건 없을지 의구심이 든다. 변하는 모습은 그것을 지켜본 자만이 알 수 있다. 그 모습 안에 향후 몇 년의 모습이 희미하게나마 스케치 되어 있을 수 있다. 첫 개인전의 이름은 '일상의 연필1'이었다. 전시명에서 회화성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작업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기록'이라는 기본 줄기를 한결같이 지키려고 노력했다. 이 이름은 먼 훗날 '일상의 연필2'를 염두에 두고 지은 이름이기도 하다. 전시를 통해 시대를 사실적으로 기록하며 꾸준히 증언하고자 했다. 지역 편파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하며, 기존의 주류적 시각에도 거리를 두려고 했다. 그 이후 잠시 개인의 내면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내밀한 시간이 필요했다.

유광식_줄행랑 친 기타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9.3×24.4cm_2012
유광식_목청껏_단채널 오디오, 피켓, 텐트_00:59:00, 가변크기_2018

아끼던 벽면이 도색돼버려 어느 날 문득 변해버린 벽을 마주하고, 깊은 맛을 간직했던 작은 가게가 폐업을 하고, 자주 거닐던 마을이 사라지며, 보이지도 맡을 수도 어찌 할 수도 없는 가습기 살균제와 라돈이 생활 곳곳에 등장하고, 감히 시민의 품을 헤집어 버린 국정농단 사건과 마른하늘의 날벼락처럼 믿기지 않는 세계의 사건사고들을 목도하게 된다. 그것들은 나의 환경을 인정하고 그 한계를 전부로 알며 체념했지만 그 속에 불 지폈던 상념과 의지가 아니었을까? 불안스런 것들이지만 어쩌면 삼십대라는 풍랑을 견뎌낼 수 있게끔 어깨를 토닥거려 주었던 장소와 사회였다. ● 사회, 인간 내면에 대한 끊임없는 연관을 허용하며 이를 아카이빙 하는 작업은 지루한 단조처럼 느껴지나 매우 흥미로웠다. 나는 사회를 떨쳐낼 수 없는 존재다. 그래서 사회 전반에 흐르는 단면들에 울분과 응원을 보내는 것 또한 소홀히 할 수가 없다. 나의 활동은 일상에서 시작해 사회의 거시적인 사건의 움직임과 결코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정체성은 이러한 것들과 반응하는 과정 속에서 형성되었고 앞으로도 연마될 것이다. 반성적 경험이 이런 것들을 소명하고 있다. 기억된 사실에 대한 기록과 이를 보존하는 실천이야말로 지금에도 유효하며, 그렇게 나는 현 시대의 기억을 머금고 있는 작은 나무로 성장했는지도 모른다. ■ 유광식

Vol.20181117g | 유광식展 / YOOGWANGSIG / 兪光植 / photography.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