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의 노래

강경구_김을_안창홍展   2018_1115 ▶ 2018_1204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8_1115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30am~06:30pm / 월요일 휴관

아트비트 갤러리 ARTBIT GALLERY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74-13(화동 132번지) Tel. +82.(0)2.738.5511 www.artbit.kr

한 해가 거의 마감시간이다. 해마다 해야 할 일들이 빼곡하지만 그 것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초등학교 방학때 동그라미 계획표 짤 때부터 터득한 일이다. 이제는 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우지 않고 실천도 뛰어다니면서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마음은 항상 편치 않다. 그 놈의 빚쟁이가 시시때때로 뒤통수를 쿡쿡 찔러대니까. 어쩔꺼나? 머리 싸매고 숙제에 매달린들 풀릴 일도 아니다. 낙엽도 끝물인데 일단 과속은 금지하고 화가노릇의 기본부터 다시 꼽아봐야겠다. 며칠 전 안타깝게 숨진 산악인이 왜 그 험한 산을 오르냐는 질문에 답한 말씀. "오직 그 순간만이 살아있는 이유를 깨닫는 유일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 강경구

강경구_야상곡_ 판화지에 graphite&medium_100×70.5cm_2018

한시 한수 ● 不知人生 深多少 / 一還吾生 流如夢 / 物精萬景 皆入畵 / 此彼間錯 爲雜畵 // 인생의 깊은 뜻을 알지도 못한 채 / 한바퀴 돌아나온 나의 생은 꿈처럼 흘러가고 / 세상 모든 것을 다 그림에 넣어보니 / 이것저것 뒤섞인 잡화가 되어버렸네..... ■ 김을

김을_TZ Studio(좌)_함석, 나무, 핸디코트_17×18×19cm_2018
김을_TZ Studio(우)_함석, 나무, 핸디코트_17×18×19cm_2018

창밖엔 밤을 새워 소복이 눈이 쌓이고 있습니다. 내리는 눈을 바라보노라면 가슴속에도 풍경이 하나 생겨납니다. 약간 높은 각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찍은 동영상처럼 펼쳐지는 낯익은 풍경. 그 들판 위에도 항상 눈이 내립니다. 그 풍경 속엔 늘, 홀로 걸어가는 아이가 하나 있습니다. 아이는, 이쪽에서 저쪽으로 작은 발걸음 만큼씩 아주 천천히 시야에서 멀어져서 점처럼 작아졌다간 검거나 푸르스름한 빛 속으로 사라집니다. 그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동안 아이는 결코 뒤를 돌아보는 법이 없습니다. 그토록 오랜 세월을 끝끝내 단·한·번·도 뒤돌아보지 않는 그 아이의 완강한 자아. 자신임이 분명 합니다. 고집스러워 보이는 뒤통수와 걸음걸이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안창홍_화가의 심장1_알루미늄 망, 석고붕대, 아크릴채색_130×130cm_2018
안창홍_화가의 심장2_종이에 아크릴채색, 먹, 드로잉잉크_130×130cm_2018
안창홍_이름도 없는...1_캔버스에 유채_38×38cm_2018
안창홍_이름도 없는...2_캔버스에 유채_38×38cm_2018
안창홍_이름도 없는...3_캔버스에 유채_38×38cm_2018

그 풍경속엔 시간이 정지된 듯 성장을 멈춘 아이가 늘, 그 모습으로 눈 위에 발자국을 찍으며 타박타박, 오늘도 푸르거나 검은빛을 향해 나아갑니다. 아이를 점처럼 작게 만들어 삼켜 버리는 푸르거나 검은 그 빛이, 이른 새벽의 빛인지 또 다른 세계의 입구인지는 알·수·가·없습니다. (2007.12.7. 새벽) ■ 안창홍

Vol.20181115i | 흐린 날의 노래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