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김도영展 / KIMDOYOUNG / 金度英 / painting   2018_1115 ▶ 2018_1118

김도영_그리움만 보냅니다_분채, 한지_130×97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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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 페이스북_www.facebook.com/doyoung.kim72 블로그_blog.naver.com/belrose7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세종특별자치시_세종시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세종문화예술회관 SEJONG CULTURE AND ART CENTER 세종시 조치원읍 문예회관길 22 Tel. +82.(0)44.301.3523 www.sejong.go.kr/artcenter

한옥에 담긴 추억의 자리 ● 우리의 전통적인 가옥구조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한국미의 한 전형을 안겨주는 편이다. 사찰과 궁궐, 사원, 정자나 누, 그리고 남겨진 여러 종택 등이 바로 그러한 예증이다. 나는 여러 시간 동안 틈나는 대로 그 흔적을 두루 돌아보았는데 무엇보다도 건축물도 건축물이지만 그것이 놓인 장소, 그러니까 주변 자연환경과 절묘하게 안치된 공간구성은 매우 감탄할만한 것이었다. 주어진 자연환경과 기막힌 조화를 이루면서, 그 안에 적절하게 스며들 듯 들어선 건축물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삼 깨닫게 해주는 매혹적인 오브제이기도 했다. 자연친화적이자 생태적인 사고가 그 어떤 것보다도 우리 고건축물에 깊숙이 스며들어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김도영_먼 기억 너머_분채, 한지_30×90.3cm_2017
김도영_꽃은 별이되어_분채, 한지_63×63cm_2018
김도영_나 그대에게로 갑니다_분채, 한지_130×160cm_2018

주명덕과 배병우 같은 사진작가는 오래 전부터 우리 고건축물을 사진에 담아 그 뛰어난 조형미의 가치를 선보인 이들이다. 나로서는 서양화가인 김상유의 유화작품이 특히 인상적인데 그는 우리 국토의 이곳저곳을 몸소 다니며 뛰어난 건축물을 실견하고 이를 토대로 독특한 자신의 그림을 완성한 이다. 정자나 누, 고택이 등장하고 그 안에 호젓이 좌정한 남자의 초상이 있는 그림인데 그것은 그대로 자신의 자화상이었다. 텅 빈 마당을 바라보며 참선하고 있는 듯한 한 사내의 모습에서는 조선조 사대부의 기상을 엿보는가 하면 정자나 누에 앉아 바람에 뒤뚱거리는 새와 구름에 미동하지 않고 정면을 응시하며 꼿꼿이 앉아있는 자의 자태에서는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마음의 용기를 금강석처럼 가다듬는 결의를 엿보는 듯하다. 하여간 나는 김상유의 그런 그림을 좋아했다. 사실 그 그림은 장욱진의 그림과도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장욱진의 그림에도 늘상 한국의 전통가옥이 등장하고 그 안에 고요히 좌정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 내지 단출한 가족의 일상이 개입되고 있다. 해와 달, 소나무와 까치, 학과 개와 닭, 꽃이 있는 풍경이 그 주변에 안개처럼 퍼져있다. 한국인이 자연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주거공간을 소박하게 꾸몄고 그 안에서 얼마나 소박한 삶, 이른바 안빈낙도의 생을 지향했는지를 핵심적으로 묘파해서 보여주는 그림이었다.

김도영_달빛 풍류_분채, 한지_63×63cm_2018
김도영_너와 나의 마음을 잇다_분채, 한지_73×117cm_2018
김도영_능소화 필 때 오세요_분채, 한지_130×130cm_2018

김도영의 그림을 보고 있자니 위에 언급한 작가들의 그림들이 소리 없이 부풀어 올랐다. 순간 그동안 보고 마음에 두었던 그 많은 우리네 고건축물도 새삼 부감되었다. 매우 깔끔하게 정돈된 채색화다. 세밀하게 정성껏 그렸으며 문학적인 이야기가 포도송이처럼 매달려있는 그림이다. 분채를 사용해서 밀도 있게 가라앉은 색채의 맛과 함께 부드럽고 포근한 감성을 자아내는 색상이 적절하게 도포되어 있다. 아기자기한 이미지들도 바닷가 자갈처럼 박혀있다. ● 특히 구도가 재미있는데 조감의 시선 속에서 한옥은 납작하게 누워있다. 그러나 벽과 창호 문, 마루와 방은 서로 다른 시선에 맞춰져있다. 그러니 원근법과는 무관한 전통적인 동양화의 시점 내지는 고지도에서 엿보는 시선이자 민화에서 보는 다양한 시점이 공존하는 화면이다. 기와를 인 한옥지붕을 한 눈에 보여주기 위해서는 조감의 구도가 요구되었을 것이고 기둥과 벽면, 창호문 등은 정면에서 바라보는 시점, 그리고 살림살이와 생의 흔적이 손에 잡히는 방과 마루의 장면을 다시 밑에서부터 위로 훑어나가는 시선이 필요했을 것이다. 세세한 한옥 내부의 묘사가 마치 장난감이나 디오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을 준다. 모형과도 같은 장면을 통해 작가는 한옥 공간에 생의 뜨거운 입김을, 가족의 온기를, 생생한 추억의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그림은 정중앙에 기와를 인 한옥을 정교하게 묘사하고 그 내부를 정갈하고 세밀하게 그렸다. 반면 주변 자연풍경은 여유롭게 처리했고 무척 시적으로 표현했다. 계절의 변화, 자연이 자아내는 여러 정취를 상당히 감성적으로 매만지고 있다. 그림에 달린 제목 자체도 하나하나가 그대로 문학적인 수사들이다. 그래서인지 그림이 일러스트레이션으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그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림 자체의 회화성을 다소 제약할 수가 있고 다소 감상적이거나 드라마를 만드는 그림으로 제한될 수도 있을 것이다.

김도영_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_분채, 한지_97×160cm_2018
김도영_안녕하세요_분채, 한지_60×130cm_2018
김도영_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II_분채, 한지_160×130cm_2018

사실 이 그림은 우리네 한옥이 지닌 기하학적 선의 맛과 간결, 엄정한 미,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절제미를 안겨주는 한편 주변 자연환경을 끌어들이는 차경의 구조, 주어진 자연 소재를 그대로 이용하는 소박한 물질 인식 등도 안겨주지만 그보다도 집과 가족에 대한 추억이 있는 자라면 누구나 이 그림 앞에서 자신과 연관된 기억의 고리를 걸어두고자 할 것이다. 비록 오늘날 상당수가 한옥에서 태어나고 자란 추억이 없다 해도, 저 온돌에 대한 따뜻한 기억 내지는 하다못해 네모난 방 안에서 온가족이 부대꼈던 기억이 없는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 김도영은 어린 시절, 시골 외갓집에서 생활했던 추억을 밑자락에 깔고 있다. 더불어 전주 출신인 작가에게 전주 한옥마을에서 보낸 사춘기 시절의 기억 또한 비교적 오롯한 편일 것이다. 작가는 그러한 추억을 근간으로 하고 다시 그 위에 빼어난 우리의 고건축물을 답사한 체험을 얹혀놓고 이를 응용해서 그림을 만들었다. 따라서 현재의 그림은 분명 특정 건축물에서 따온 그림이지만 그것은 구체적인 건물과는 조금은 무관한 그림이 되었다. 강릉의 충효당과 선교장, 세종시의 유계화 가옥(부강리 고택), 그리고 독락정, 갈산서원 및 무주의 한풍루, 전주의 한벽당, 남원의 광한루 등이 작가가 취한 그림의 소재들이다. 작가의 발품에 힘입어 그 장소, 건축물을 실견하고 체험한 후에 이를 바탕으로 해서 작가는 자기만의 집과 마당, 주변 자연풍경을 가설했다. 시간과 계절, 그리고 방 안의 여러 상황이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꾸며졌다. 실재하는 전통 가옥에 작가의 상상력과 추억, 그리고 현재의 소망이 한데 어우러져 빚어낸 풍경이다. 그러니 작가는 지금은 망실된, 더 이상 우리네 삶의 공간이 되지못하고 있는 한옥을 다소 안타깝게 환생시켜 그 공간 안에 생생한 삶의 자취를 부려놓고자 한다. 바로 이 지점이 김도영 작품의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 박영택

Vol.20181115a | 김도영展 / KIMDOYOUNG / 金度英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