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증식하는 나의 이미지들은 바이러스 같기도 하고 언어 같기도 하다. 자기가 입을 몸(출력되어 나올 최종 물질)을 탐구하고 찾으며 무한 자가증식하며 이상적인(not ideal but the optimal one as its nuance) 이미지를 찾아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이미지 속에 의미를 갖지 못한, 혹은 의미가 읽히지 않는 이미지들은 소멸되고 반대로 의미를 내재한 이미지들은 살아남으며, 그 중 가장 선명한 내재이미지를 가진 것들은 더 많은 증식과 중첩을 거쳐 이상적인 이미지 상태에 이를 때까지 진화된다. 처음의 오브제는 그 기능을 잃어버리고 진화와 변이를 거쳐 새로이 탄생한 이미지의 씨앗 역할만 하고 사라진다. 미토콘드리아의 세계로 확장되는 이미지들. 부유하고 소멸되고 진화하는 이미지들의 쓰나미 속에서 이미지 중독자인 나는 지금도 눈을 혹사하며 의미를 찾아 헤맨다. ●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것. 숨어 있지만 본질을 띄고 있는 어떤 것. 그에 대한 관심그리고 찾아내려는 매순간의 노력. ● 바이러스처럼 무한 자가증식하는 내 인식과 내 눈은 이제 렌즈 그 자체이다. 내가 찍을 주제를 정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이미지는 그 자신이 생생히 현전으로 찾아와 내 눈을 덮친다.

A Portrait deep in the Water ●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수장되는, 수많은 창작자들의 작업이 떠올라, 더 많은 예술 작품들이 세상 빛을 보기 바라는, 현실은 슬프지만 희망적인 마음을 가지고 제작한 작품.

벨리나 리_뛰쳐나오는 순록과 기린_플렉시글라스에 피그먼트 프린트_60×90cm_2018

뛰쳐나오는 순록과 기린 ● 왼편의 검은 문이 가만히 있어도 강한 중력장의 힘에 의해 끌려들어가는 블랙홀이라면, 오른편은 마치 순록과 기린이 다급하게 뛰쳐나오고 있는 화이트홀 같다. 우연히 마주치는 일상적인 불행한 사건들에 때때로 주저 앉고 무너지는, 나를 포함한 우리 인간사가 떠올랐다. 뛰쳐나오는 저 흔들리는 형상들처럼 다급함으로 생명을 향해 탈출하기를 포기하지 말자.

벨리나 리_Sicily Moon Catcher_플렉시글라스에 피그먼트 프린트_45×31.8cm_2018

Sicily Moon Catcher ● 고대도시 시칠리아에서 무력감을 느끼며 보내던 여름 어느 날. 해질녘까지 바다에 머물다 초저녁 즈음 여름 집으로 홀로 돌아가던 길. 이 낯선 섬에서 나를 익숙한 듯 보고 있던 저 달을 마주친 순간. 가족을 포함한 모든 이가 다 낯설었던 나에게 유일하게 익숙한 얼굴을 보여준 달에게 건네는, 나의 반가운 인사.

벨리나 리_Snowy Backyard_플렉시글라스에 피그먼트 프린트_45×67.5cm_2018

벨리나 리_피로부터 새롭게 Nuovo dal Sangue_플렉시글라스에 피그먼트 프린트_45×36cm_2018

피로부터 새롭게 ● 이스라엘 북부, 시리아와 이스라엘 그리고 요르단 국경 접경 지역의 천연 온천이 있는 어느 스파. 시리아 골란 고원Golan Heights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여기를 내려다 보고 있을 것 같은 수영장 한 가운데 나는 있다. 그리고 이 일촉즉발의 장소에서 사람들은 뜨거운 물 속에서 뜨거운 태양 아래 휴식을 취하며 다시 태어난다.

벨리나 리_The Moment when the Lapsed Future Sees Upcoming Past_ 플렉시글라스에 피그먼트 프린트_30×63.3cm_2018

The Moment when the Lapsed Future Sees Upcoming Past ● 내 의식에선 완전히 잊고 있었지만 무의식은 기억하고 있던 순간이다. 나는 당시 보르헤스의 "픽션들"에 빠져있었는데 소설 속에 흐르던 어떤 리듬과 일치된 나의 생활에 놀랐다. 나중에 스마트폰에 찍힌 이 보르헤스스러운 이미지를 발견했을 땐 충격을 받았다. 내게 고골과 보르헤스는 생생하게 살아있는 존재 이상이다. 그들은 작품을 통해 영원히 살고 있다. 나는 독자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늘 그들 가까이 있다.

벨리나 리_무균실 an Aseptic Space#03_종이에 잉크젯 프린트_84.1×59.4cm_2018

벨리나 리_무균실 an Aseptic Space#02_종이에 잉크젯 프린트_84.1×118.9cm_2018

무균실 ● 익숙한 내 생활 반경 안에서 우연히 맞닥뜨린 낯선 장면. 주차장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던 차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갑자기 시간도 공간도 가늠할 수 없는 이 상태. 미처 치우지 못한 소중한 내 차 한 대만 덩그라니 남아, 격리된 채 낯선 비닐이 씌워져 있다. 모든 소중한 소유물들이 떠나간 인간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어째서 소유물들이 다 떠나간 이 자리에서 나는 숭고함을 느꼈을까.

벨리나 리_Morning Mood : Future Selfie_종이에 잉크젯 프린트_42×39.4cm_2018

Morning Mood : Future Selfie ● 이른 아침 일어난 어느 기분 좋은 아침, 거울에 비치는 나에게서 오랜만에 소녀가 보여 기쁘면서 슬펐다. 아주 잠깐 주어진 리듬일 뿐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냉정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찍은 셀피. 그리고 며칠 후 목 디스크로 찾은 병원에서 찍은 내 X-Ray 사진. 내 몸, 내 껍데기를 두고 느끼는 내 안의 상반되고 복잡한 감정들과 걱정들. 몸을 입고 사는 인간에게 주어진 권리이자 숙제이자 의무이자 운명. ■ 벨리나 리

A Portrait deep in the Water ● A thinking came to my mind that many works by many creators have failed to come into the world and more art works should meet the world. The idea drew out this image. Hopeful work on sad reality. 뛰쳐나오는 순록과 기린 ● Even if the black door on the left is a black hole that we are drowning by the force of a strong gravitational field, the right side looks like a white hole where the reindeer and the giraffe rush out. This image reminds me our human history, including me, which falls and collapses by unhappy events that we encounter in the everyday life. Let's not give up trying to escape to the LIVING as urgently as those trembling figures come out. Sicily Moon Catcher ● One summer evening when I felt helpless in the ancient city of Sicily. I stayed on the beach until the sun set. On the way back to the summer house alone in the early evening, My eyes found a moon looking at me with a familiar eye in this unknown island.. This is my glad greetings to the moon, who showed me the only familiar face to me, all of whom were strangers, including my family. 피로부터 새롭게 ● A spa with natural hot springs bordered by northern Israel, Syria, Israel and the Jordanian border. I am in the middle of a pool where someone might be looking down from somewhere on the Syrian Golan Heights. And people are resting under the hot sun in the hot water, are born again at this critical spot. The Moment when the Lapsed Future Sees Upcoming Past ● This is the moment that my unconsciousness remembered and the moment that I totally forgot in my consciousness. I was completely into reading "Fictions" by Borges then and I was amazed at my life, which was consistent with some rhythm flowing through the novel. But I was shocked when I found this Borgeslike image in my smartphone gallery after a while. Gogol and Borges are living beings beyond flesh and blood to me. They live forever through the works. I am always close to them as a reader and a creator. an Aseptic Space ● A strange scene I encountered in my familiar life circle. Cars filled with parking parking space disappear in a flash, suddenly the time and space can not be measured. Only one car belonging to me was isolated in the corner and covered with strange vinyl. What remains of human beings who have lost all their precious possessions? Why did I feel the sublime in this place where all the possessions were gone? Morning Mood : Future Selfie ● One pleasant morning that woke up early in the morning, I see a girl in a mirror for a long time. It was bittersweet. I knew it was just a moment given rhythm, so calming my mind, took a selfie for the record. And a few days later X-ray photograph taken at the hospital for my neck disk checkup. The conflicting complex feelings and anxieties in me on the body and skin. It is the right, duty and destiny given to human being who wears flesh. ■ Bellina Lee

Vol.20181113e | 벨리나 리展 / Bellina Lee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