盲探 그리고 思考遊戲 Unordered Navigation and Playful Idea

김하림展 / KIMHALIM / 金夏林 / sculpture.installation   2018_1106 ▶ 2018_1116 / 일요일 휴관

김하림_Revenons à nos moutons_양가죽, 아크릴채색_각 140×84×5cm_2018_부분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일요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플라스크 ARTSPACE PLASQUE 서울 성북구 정릉로6길 47 Tel. +82.(0)2.3216.5357 www.plasque.co.kr

맹탐과 사고유희-유머가 깃든 무통사고의 유희 ● 특정한 소재, 재질, 형태로 시리즈series 작업을 아바타처럼 언표(言表)하는 작가들과 다르게 나는 흥미 있는 소재를 한시적으로 다루다 볼 장 다본 목초지를 떠나 새로운 목초지로 이동하는 유목민(遊牧民)처럼 작업의 스타일을 천동(遷動)한다. 장인정신을 큰 가치로 여기는 '一貫性 Consistency'이라는 단어와는 사뭇 거리가 있는 행보이다. 이렇듯 '무엇을 하는 작가'라는 트레이드마크가 부재한 작가는 부평초(浮萍草)처럼 부유하다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s)의 "일관성은 상상력 없는 자들의 마지막 피난처이다-Consistency is the last refuge of the unimaginative." 라는 아포리즘 뒤에서 미묘한 미소를 짓는다.

김하림_Anatomy Embroidery-Brain_혼합재료_34×30×3cm_2018
김하림_Anatomy Embroidery-Heart_혼합재료_30×30×2cm_2018
김하림_Anatomy Embroidery-Uterus_혼합재료_30×40×2cm_2018
김하림_Anatomy Embroidery-Eye_혼합재료_15×15×2cm_2018

금번 전시에 보이는 레디메이드, 자수, 팝아트, 민화 등 여러 층으로 표현되는 나의 맹탐(盲探)과 방황(彷徨) 속에는 분명한 유희적 취향이 있다. 그것은 사물을 변용시키고 뜻밖의 조우(遭遇)를 계략하면서 본질을 다시 직시하게 하는 '사고유희(思考遊戲)'다. 유머나 냉소로 꾸며진 표피와 본질은 같은 듯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으며 이 간극을 타인과 공감하길 바라고 동조를 구하기는 하나 간과했던 본질을 일깨우려는 교훈적 목적은 지향하지 않는다. 낙관주의(Optimism)의 바닥에는 순수한 공포가 있을 수 있듯이 본질을 마주할 때 인지되는 관념의 괴리로부터 엄습해오는 두려움을 타고난 낙천(樂天)으로 연착륙(軟着陸)시킬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염세주의자들이 가지는 울증(鬱症)적 철학의 무거운 기운은 본능적으로 회피한다. 조악할 만큼 화장이 된 작품은 미(美)적 시각이상의 감흥을 이끌어 낸 다기보다 유치했던 과거로부터 노스탤지어nostalgia를 유발한다.

김하림_Anatomy Embroidery-Ear_혼합재료_24×30×2cm_2018
김하림_Horny Horn Horn_혼합재료_26×26×10cm_2018
김하림_Mold No 3, 4_혼합재료_30×22×3cm×2_2018

작품 'Revenons à nos moutons(뜻: 양으로 돌아가라-프랑스 코미디에서 유래된 말로서 본질로 돌아가라는 의미)'은 양가죽 안쪽에 민화화풍(民話畫風)으로 양이 살아있을 때 실제 품었던 장기(臟器)를 그려 넣은 작업이다. 육식을 즐겨하는 내가 살아있는 것들의 존엄을 직시해야 할 때 앞서 말한 괴리, 두려움이 유머와 냉소로 변체(變體)하는 사고유희의 전형적인 시각표현방식이 드러난 작품이다. 같은 맥락으로 바늘로 뇌의 주름을 색색이 수놓은 'Anatomy Embroidery- Brain', 보석과 함께 핀 곰팡이, 잘려진 머리카락이 새장 안에 카나리아로 재생된 'Cage'도 궁극의 고통이 아닌 해학으로 경험되게 하였다. 극한 운동 뒤 뇌 속 도파민·렙틴 분비로 느끼는 쾌락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와 같이 심히 통초(痛楚)한 본질을 진통(鎭痛)적인 낙천과 유머로서 무통사고(無痛思考)로 유도하는 것이 나의 사고유희이며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다. (2018. 10) ■ 김하림

Vol.20181109e | 김하림展 / KIMHALIM / 金夏林 / sculpture.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