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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1106_화요일_05:00pm
오프닝 축하공연 「토다밴드(TODA)」 2018_1106_화요일_06:00pm
작가와의 대화 / 2018_1114_수요일_04:00pm 패널_최영송(PD,KBS)
기획 / 복합문화공간에무 기획위원회 후원 / 사계절출판사_AGI Society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공휴일 휴관
복합문화공간 에무 Art Space EMU 서울 종로구 경희궁1가길 7 B2 Tel. +82.(0)2.730.5514 www.emuartspace.com
2018년은 지구상에서 마지막 남은 냉전유산을 걷어치우는 기념비적인 세계평화의 해다. 남북미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합의하였고, 그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 급변상황을 예상조차 할 수 없던 작년 하반기에 핵전쟁 공포를 신체상으로 표현하는 회화 작업을 방정아 작가에게 요청했고, 그는 1년여 만에 작품 20점을 완성하여 여기에 전시하게 되었다. 출품작은 모두 신작으로써 분단통증의 (고고학적) 현 층위를 리얼하게 보여주면서, 동시에 신체의 사라져감과 새 생명에로의 교체 예감까지 표현하고 있다. 교차되는 시대가 반영된 '생성의 전시'다. ■ 복합문화공간 에무
나는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노란 집을 찾아 부산으로 갔다. 방정아 작가가 작업하는 그곳의 작고 허름한 집은 피난민 판잣집을 저층으로 한 고고학적인 현재 층 같았다. 베란다 아래로 펼쳐진 바다는 난잡한 전깃줄에 가려서 상처를 더 드러냈고, 반면 떠 있는 크고 작은 배들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듯 태연했다. ● 그는 비좁은 작품 보관실에서 빽빽이 들어차 있는 그림들을 보여주었다. 미리 도록에서 살펴보긴 했지만, 실물은 그게 아니었다. 그냥 이곳이었다. (작가와 함께 작업실을 나가서 곧 마주치게 될 사람들만 보면 그의 작품은 완성되는 것이었다. 내리막 굽잇길에서 거리에서 자갈치시장에서 전철에서…….) 그래서 작품들을 보고 거위처럼 큰 소리로 놀라움을 표했고, 내 예견력을 스스로 치하했다. 확실히 그는 '신체'와 '통증'의 작가였다. ● 2017년, 작년 한해는 북핵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면서 3차 대전 공포가 한반도 상공을 떠돌고 있었다. 전쟁 반대 목소리 대신 사드 배치와 전쟁 불사 논리가 광기 어리게 여론을 주도했다. 적어도 예술가가 이런 대량학살전쟁(인류종말전쟁)에 반대하는 작품을 만들지 않으면 그게 도대체 뭔가? 라는 생각이었다. ● 방정아 작가를 떠올렸다. 책꽂이에서 도록을 꺼내 보았다. 역시. 그는 신체를 그리는 작가였다. 또 하나, 그 신체에는 자신의 작업실 현장처럼 고고학적 층위가 들어 있었다. 그를 초대하는 전시를 열기로 아직은 혼자서 결정한 상태였다. 전화를 걸었다. 북핵, 전쟁 위험 이런 사태를 신체의 통증으로 표현해 주시오, 하고 요청했다. 그게 위기가 최고조에 이른 작년 11월이었다. 그러니까 딱 1년 전이다. ● 그는 처음 제안을 받고서 난감해 했지만 수용했다. 작업을 하기로 한 직접적인 이유는 아마도 그에게 들려준,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때 군대에서 투입 대기 중이었던 내 아들 이야기였던 것 같다. 그때 난 방작가의 반응을 보면서 이 인간은 참 구체성을 그리는 작가란 생각을 했다. 벌써 작년 일이다. ● 두 번째 그 노란 집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작업 중인 그림들이 상당수였다. 나는 적이 안심이 됐다. 게다가 그가 본인이 앓은 통증 목록을 보여줄 때 난 박수를 쳤다. 이석증, 늑간 신경염은 이번 작품 제목에 들어있다. 그 외도 족히 열 가지는 넘었다. 난 재차 작가의 구체성을 확인하면서 놀랐다. 아, 이 작가의 이런 구체성이 '신체의 고고학'을 만들어내는구나! ● 폐허가 된 유적의 층위를 내장하고 있는 고고학적 층위에는 당시 인간들의 영광과 실패,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지만 보여 지는 것은 무심한 유적일 뿐이다. 난 그 무심함이 표현돼야 한다고 여긴다. 보여지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철학이다. 그 속에 무엇을 담든 다음 문제다. 100미터 아래 지하수를 찾으려면 땅거죽을 조사해서 알 수 있을 뿐이다. 바로 이런 것이 '신체 고고학'적 미술작업이 아닐까 한다. ● 이제 작가의 결과물이 전시된다. 출품작 스무 점은 모조리 신작이다. 이번 작품들은 그러나 '신체 고고학' 이상의 진전이 뚜렷이 보인다. 예전 작품에 비해 신체의 선과 점이 진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이런, 방정아 작가가 무당이 되었나? 「출렁거리는 땅」은 대표적이다. 「물린 얼굴」은 어떤가? 이 물린 얼굴은 '무엇'의 표상인데, 그 '무엇'이 이를 테면 '상처 속에 우주가 있다'는 텍스트의 함의에 존재한다면, 이것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선 무당이 작두를 타지 않고서야 될 법한 일일까? ● 더 나아가서 이번 신체들은 형태까지도 사라져 가고 있다. 마치 그 자리를 새로운 생명이 밀물처럼 들어올 것 같은 예감이다. 단언컨대 모든 작품이 그렇다. 수사가 아니다. 교차되는 시대가 반영된 '생성의 전시'다. ■ 김영종
분단으로 인한 전쟁 공포와 이로 인한 신체적 증상 ● 개인전을 통해 이런 무거운 주제의 전시를 준비하기는 처음이다. 여러 작가들과 함께 하는 전시에 슬쩍 묻어가면서 참여한 적은 꽤 있지만 말이다. 집중력을 가지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과, 주제에 대한 통찰이 요구되는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러니까 이번은 상황이 좀 많이 달랐다. ● 준비하는 1년여 시간의 대부분을 책·기사 읽기, 난상토론, 기껏해야 아이디어 스케치 정도로 작업시간의 대부분을 썼다. 휴대폰 메모장엔 이러저런 단상과 스크랩한 기사들로 의학·과학 지식들만 늘어갔다. 맥락도 못 잡고 늘어난 잔가지들만 붙잡고 있었다. 그러다가 전시기간을 몇 달 안둔 시점에서 갑자기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태껏 작품 하나 완성 못했나? 허겁지겁 그동안 얽혀 있는 생각들을 엉성하게 다듬어 갔다. 물론 한번 붙은 탄력은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지만 물리적으로 버겁기만 한 시간들이었다. 나의 회화적 방법으로서의 한계 또한 많았지만, 내용에 있어서도 작업하는 내내 이게 뭐지? 이번 전시 주제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끝없이 되묻고 의기소침해지고 또 힘내면서 작업해 온 결과물이 이번 전시의 내용이다. ● 한국의 공기는 항상 뭔가 살짝 흥분된 상태임을 느낀다. "대기 탄다."라는 말이 있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마음을 놓지 못하는, 뭔가 땅바닥으로부터 떠 있는 상태. ● 지구의 나약한 한 생명체에 불과했던 인류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해 본다. 진화 과정에서 생겨나 DNA에 새겨진 채 전해 내려온 공포·불안·특정 동물(뱀 등)에 대한 불쾌감. 그러한 불쾌감, 경각심이 없었으면 인류는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고, 살아남아 번식한 이들은 그런 감각이 발달했을 것이다. 유달리 굴곡진 근 현대사를 통과해온 한국에 태어난 나로서는 직접 겪지는 않았으나 4~5대 위 조상 때부터 내려오면서 누적 된 공포, 불안, 스트레스가 내 몸 구석구석 숨어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눈치 빠르고 사태 판단을 잘해야 목숨 보존이 가능했던 시간들의 역사도 함께 말이다. ● 점점 몸이 녹슬어 가는 나이가 되고 보니 숨어있던 그 녀석들이 틈만 나면 잘도 기어 나와 내 갈비뼈 사이를 사흘 내내 콕콕 찌르거나, 귓속을 헤집어 놓았는지 어지럼증·메스꺼움으로 눈알 돌리기도 어렵게 만든다. 한의원 침대에 침을 꽂고 누워 뜸 연기에 콜록 콜록 몸을 들썩이다 보면 침 꽂은 자리가 굳어지며 아려온다. 그 와중에도 얼핏 잠이 들고 어두운 수렁 속에서 분단·폭격·피폭·전쟁·공멸이라는 단어를 똑똑히 본다. ■ 방정아
Vol.20181105k | 방정아展 / BANGJEONGA / 方靖雅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