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태양 Black Sun

박웅규展 / PARKWUNGGYU / 朴雄奎 / painting   2018_1101 ▶ 2018_1117 / 월요일 휴관

박웅규_Dummy no.34_종이에 먹_50×50cm_2018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61013b | 박웅규展으로 갑니다.

박웅규 블로그_parkwunggyu.blogspot.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온그라운드2 Onground 2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23 (창성동 122-12번지) 2층 Tel. +82.(0)2.720.8260 www.on-ground.com

일본 교토의 한 박물관에 와있다. 이곳에서는 지금 일본의 국보들을 모아 전시하고 있다. 나는 그중에서도 불교미술 섹션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압도되는 크기의 불화들은 아주 오래된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엄숙하고 성스럽게 여겨진다. ● 그 거대한 인상이 지나간 후에는 작은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완벽히 대칭을 이루고 있는 구도, 인물의 수많은 손이 취하고 있는 표정들, 또 그들을 치장하고 있는 장식들, 그리고 언제나 성화에서 보던 후광까지도. 그것들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도상들이 이 그림들을 특별하게 만든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매우 큰 전시장 안에는 이런 거대한 불화와 불상들로 가득 차있다. 몸을 어느 쪽으로 돌려봐도 나를 매섭게 노려보는 상징 덩어리들을 마주하게 된다. ●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면 이 거대한 이미지의 무덤은 조금 무섭게 보이기도 한다. 이것이 어떤 느낌인지 헷갈릴 때 즈음 엄숙함은 서늘함으로, 성스러움은 공포로 탈바꿈한다. 그렇게 다른 작품 앞에 다시 섰다. 성스럽게만 보이던 불화가 이제는 기괴하게 느껴진다. 규칙적이고 대칭으로 이루어진 장식들은, 매우 강박적으로 다가와 마치 환공포를 불러오는 것 같다. 한 올 한 올 세밀하게 그려진 머리카락은 하수구에 엉킨 털 뭉치를 떠올리게 하고, 너무 오래되어 부식된 그림의 표면은 한 겨울 건조해 갈라진 피부를 생각나게 한다. 아름답게 보이던 여불의 모습은 이제는 귀신으로 보이는 것 같다.

박웅규_Dummy no.36, no.37, no.28_종이에 먹_145×75cm×3_2018

대상을 바라보는 극적인 태도 변화는 내게 그다지 낯선 일이 아니다. 박물관에서의 경험은, 어릴 적 집안에 빼곡히 도배된 카톨릭 성물들을 보며 무서워했던 기억을 다시금 떠오르게 한다. 애초에 「Dummy」 연작은 이런 정서의 토대에서 시작했다.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구축된 종교의 도상들은 시간이 흐르며 안의 내용물은 점점 늙거나 잊혀지고, 결국 마지막엔 껍데기만 남았다. 몸을 잃은 껍질은 유령처럼 여기저기에서 출현한다. 영화에서, 만화에서, 게임에서, 혹은 아주 더러운 무언가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창문 밖에 붙어있는 나방, 반으로 잘라 씨로 가득 찬 과일의 단면, 옅은 잔털을 감싸고 얼기설기 피어난 이름 모를 식물, 심지어는 습한 여름날 벽에 피어난 곰팡이에서도 그 도상을 떠올린다. ●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생각해보면 언제나 한 지점에서 만난다. 마치 길게 뻗은 수평선 양 끝에 놓인 추 같다. 나는 그림을 그리며 그 수평선이 한 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추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저울질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때로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여 고정시켜보기도 하고, 때로는 선을 반으로 접어 두 점을 하나로 포개어 보기도 한다. 어제도, 오늘도 붓을 들어 가느다란 선을 그으며 혼자 히죽거린다. 구글링 한 이미지들을 마음대로 조합해 벌레의 신을 상상해보기도 하고, 그 위에 그럴듯한 수를 조합하여 후광을 덧씌운 다음 성화인 것처럼 거짓말도 해본다. ● 이제 어두침침한 박물관을 나와 하늘을 바라본다. 눈부시게 빛나는 저 태양은 좀처럼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다. 아픈 눈을 부릅뜨고 좀 더 분명히 태양을 응시해본다. 보고 있자니 문득 부처 머리 뒤의 후광이 보이는 것 같다. 이내 따가운 눈을 비비고 나면, 감은 눈 사이로 태양의 잔상이 남는다. 깜빡, 깜빡, 눈을 깜빡일 때마다 태양의 잔상은 점점 검은 점으로 번지며, 시야에서 흐려져 간다. ■ 박웅규

Vol.20181103f | 박웅규展 / PARKWUNGGYU / 朴雄奎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