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충북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신미술관 SHIN MUSEUM OF ART 충북 청주시 서원구 호국로97번길 30 Tel. +82.(0)43.264.5545 www.shinmuseum.org
각종 매체를 통해 '자연스러운 나뭇결'이라는 표현을 자주 접해왔다. 이는 대부분 가구나 그 재료가 되는 목재 등 베어진 나무가 가공과정을 거쳐 사물화된 모습에 대해 다루면서 언급된다.
자연 상태의 나무에서는 보기 어려운, 톱날과 염료에 의해 인위적인 가공이 가해지며 단면부에 드러나는 인위의 흔적이 자연스럽다 일컬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나뭇결이라는 것이 나무 고유의 구조적 특징 임에는 틀림없으나, 죽음에 이르러 가공된 후에야 드러나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인지에 대해 나로 하여금 의구심을 품도록 한다.
나무와 관련된 작업의 모티브가 되었던 초여름의 앙상한 나무, 산업단지 주변에서 환경의 영향으로 수종(樹種)의 대표적인 특징인 잎을 잃은 은행나무는 당시 정확한 수형(樹形)을 인지하지 못했던 나로서는 은행나무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없었다. 매년 시행되는 가지치기 작업에 의해 다듬어진 나무들 역시 마찬가지다. 표지판과 간판의 시야나 보행로 확보 등이 고려되어 다듬어진 나무들은 일렬로 늘어서 일정한 틀에 맞춰진 듯한 모습을 보이곤 하며, 때로는 기둥에 가까운 이질적인 형태로 잘려나가기도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잎이 자라면서 단면부가 가려지고 본래 그러한 모습인 것처럼 존재하게 된다. 플라타너스의 형태를 떠올리고자 했을 때, 나는 일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마주하는 플라타너스인 가로수의 모습, 도로변의 한정된 공간 속에서 생장의 정도를 제한당하며 편의에 따라 재단된 모습만이 떠오른다.
나의 작업은 나무의 형상과 물성을 빌리고 있으며 나무 그 자체에 대한 것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것은 나무가 인간 중심의 환경 속에서 다루어지는 모습이나 그로부터 연상할 수 있는 나무라는 생명체에 대한 연민 등이 아니다. 나무라는 대상을 통해 나와 다른 누군가가 마주하는 얼룩진 것들, 허용되어 비로소 드러나는 것들에 대한 것을 다루고자 한다.
나무라는 대상을 통해 가지게 된 의문은 나 자신과 다른 이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며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여기게 되는 것들, 통념에 잠식된 모든 것들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며, 과거 당연하다고 여기며 받아들인 것들에 휘둘리던 나의 모습에 대해 스스로 느낀 의문 역시 이 일부일 것이다. 내가 남성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여성의 이름으로 인식되어있는, 나의 '이윤희'라는 이름을 통해 통성명 과정에서 겪는 상대의 반응은 항상 이러한 의문을 상기시키곤 한다. ■ 이윤희
Vol.20181019j | 이윤희展 / LEEYUNHEE / 李潤熙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