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8_1014_일요일_06: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 / 하얀별 컨템포러리
관람시간 / 10:00am~06:00pm
곡식창고 세종시 연동면 내송길6
『VAPOR HOUSE』는 잠자는 공간, 소외된 공간에서 작은 목소리를 내고, 또 짧은 전시기간이 끝나면 연기처럼 사라진다. 동두천의 미군부대 앞에서 물담배와 같은 다양한 담배를 팔던 상점의 이름인 『VAPOR HOUSE』는 최근 미군부대가 이전하면서 문을 닫고 리모델링이 결정된 폐건물이 되었다. 2016년 아무도 찾지 않는 이 닫혀진 공간에서 전시를 열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유연하고 가벼운 '연기'같은 게릴라전시를 『VAPOR HOUSE』라 부르며 잉여공간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이 스며들 듯 공간에 침투하는 전시형식은 '고체'와 같이 공간을 규정하거나 소유하지 않으면서 유연하게 연대를 만들어 나가는 '기체'와 비슷하다.
기체는 재현될 수 없는 형상이다. 어떤 지식으로 고정 시킬 수 없는 미심쩍은 것, 정체를 판단할 수 없고 분류할 수 없는 움직이는 도형 같은 것이다. 그래서 이 기체적 도형은 지금까지 이미 있었던 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안내하면서 지역과 공간에 대한 단순한 서사가 아니라 자유로운 예술적 번역으로 새로운 영토를 상상하게끔 하는 탈장소성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이 기체는 '성(聖)의 공간'으로 여겨지는 전시공간의 딱딱한 미술의 문법적인 태도를 와해한다. 보고, 듣고, 맛보는 이 혼종의 공간은 각기 다른 영역이 섞여있는 미분화된 즐거움으로 울타리 쳐진 고립된 공간에 스며들어온다. 미술이라는 고립된 시선으로 장소를 바라보지 않는 이 기체는 엄격한 법칙과 완벽한 해설 보다는 독특한 장소의 지역성과 같은 문화 경향성을 즐기면서 지금여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떤 빛을 낼 수 있는지를 새로운 문화를 상상하게 한다.
이번 『새는 빛』이라는 부제로 열리는 전시는 세종특별자치시 내판리의 곡식창고에서 진행된다. 경부선이 가로지르는 넓은 들판과 새가 많이 찾아드는 자연환경, 화가 장욱진의 생가가 위치한 곳이기도 한 이 지역 한가운데 오랜시간 잠들어 있는 곡식창고가 있다. 이곳에서 '전시'는 헤아릴 수 없고, 혼종된 모든 것들을 담을 수 있는 단지 이름일 뿐이다.
『새는 빛』은 중성적 언어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은유로써 생성을 의미한다. 유독 새가 많은 이 곳에서 철새가 이동하며 생태계를 이루듯 이것이 앞으로 어떤 빛을 낼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빛은 손에 잡히는 무엇이 아니다, 빛은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는 시공간에서 운동하며 온 세상을 감싸고 도는 '상태'이다. 새어나감은 유실이 아니다. 완벽하게 짜여진 완전체의 결핍이 아니다. 그것은 어두운 허구를 뚫는 새로운 가능성이며, 경계를 넘어 타자와 만나는 순간이다. 우리에게 비밀같이 묻혀있던 빛나는 것들이 새어나가 무언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일이고, 이해되기 시작하는 현상이다. 빛은 새어나가 투과하고, 반사하고, 굴절하면서 어디든 도달한다. 중국의 시인 백거이 시의 한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맑은 하늘 푸른빛은 황량한 성벽까지 닿네.' (晴翠接荒城) ■ 하얀별 컨템포러리
Vol.20181014a | Vapor House 『새는 빛』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