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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광 블로그_blog.naver.com/crmkson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모산조형미술관 WCAS 모산국제조각레지던스 성과보고展
후원 / 충남문화재단
관람시간 / 09:00am~06:00pm
모산조형미술관 MOSAN ART MUSEUM 충남 보령시 성주면 성주산로 673-24 Tel. +82.(0)41.933.8100 www.mosanmuseum.com
모산조형미술관은 2003년부터 꾸준히 국제조각 심포지엄과 레지던스 등 예술창작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올해로 16회를 맞는 WCAS 모산 국제 조각 레지던스에도 뜨거웠던 지난 8월부터 6개국의 화가, 조각가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미술관에서 숙식하면서 서로의 문화가 녹아있는 예술을 교류하며 창작에 열중하고 있다. 이제 그 결과물 가운데 일부가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에게 선보여진다. 손민광 작가의 『Various Points of View』展이 그 시작이다. ● 미술관 2층의 갤러리 하나에 자리잡은 레지던스 작업실을 올라가보면, 손민광 작가는 늘 그리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작업을 방해하는 타인들의 등장에도 작가는 조금도 싫은 기색 없이 수줍은 시골 색시의 미소를 머금고, 외국작가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들을 도와주곤 하였다. 그런 뒤에 어느 날엔가 다시 가보면 거기에는 새롭게 그려진 우리들의 초상이 있었다. 작가는 그렇게 끊임없이 우리들을 관찰하고 탐색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누구인지 식별하기 어려운 우리들의 초상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화면 속에는 어김없이 우리 중의 누군가가 있었다. 작가의 쉼없는 탐구로 들켜버린 내 속마음 한자락이 이지러지고 얽혀있는 내 초상에 고스란히 담겨져, 이제 사람들에게 보여지게 되었다. 내 마음을 관람객들도 눈치챌까 살짝 부끄럽고 두려운 마음이 든다. 그러나 손민광 작가는 언제나 맑고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들을 탐색하고 표현하고 있는 선량한 눈을 지닌 사람이니까, 걱정은 접어둘 일이다. ● 손민광 작가가 담아낸 우리들의 초상, 그 속에 감춰져 있는 내 얼굴을 찾아보는 즐거운 관람 되시길 바랍니다. ■ 임호영
이미지의 파편들이 그려낸 통합된 자아 ● "나는 누구인가?" 정말 상투적이고 진부한 질문이다. 하지만 여기에 '정답(正答)'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위대한 철학자도 신심이 깊은 종교가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도 이 질문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정답을 낼 순 없을 것이다. 그저 자신의 기준에 따른 '해답(解答)'만이 있을 뿐이다. 분명 '나'라는 자아(自我)는 존재하지만 그 존재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가까이 갈수록 더 멀어지는 닿기 힘든 지점과도 같다. 만약 이 질문을 보편적 자아가 아닌 구체적인 '나'에게 돌려 해본다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음식, 음악, 취미, 예술가 등을 나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단정지어 이야기하긴 힘들다. 그저 거울에 비친 모습이나 셀카나 SNS 속 이미지를 통하여 자신을 볼 수 있다. 이 세상 누구도 직접 볼 수 있으나 나는 못 볼 수 없는 것, 그것은 바로 자신이니 말이다. 손민광이 그려낸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여러 이미지의 파편이 모여 만들어져 그 정체를 알기 힘들다. 그리고 그 주인공들을 알게 되더라도 그들을 왜 선택하고 어떻게 표현하였는 지는 더 들여다 봐야한다.
삶의 모자이크, 초상화 ● 손민광이 인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이다. 표현 기법적인 면에서는 드로잉과 같은 단순한 선으로 그리거나, 표현적 붓질, 구불거리는 선, 작은 붓터치를 찍기도 했고, 지금과 같이 분할된 기하학적 면으로까지 변해왔다. 하지만 한 화면에 인물을 가득 넣는 구성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두세 명이 함께 하는 몇 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마치 증명사진과도 같이 얼굴과 어깨까지만 드러나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이러한 구성은 고대 로마의 데드 마스크에도 있을 정도로 가장 전통적인 초상화의 방식이면서 지금까지도 가장 인물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익숙한 방식이다. 손민광 역시 자신의 방식으로 인물들의 특성을 이러한 구성을 통하여 효과적으로 강조하였다. 그렇다면 그가 인물을 선택한 기준은 무엇일까. ● 과거의 미술처럼 주문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화상이나 지인만을 그린 것도 아니다. 우리가 쉽게 알 수 있는 인물들도 있고, 그의 삶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개인사적인 인물들도 있다. 손민광은 살면서 우연히 스쳤던 지 혹은 중요한 만남을 통해서든지 자신에게 평상시와 다른 인상을 주었던 사람들을 선택하였. 그리고 그들에게서 받은 인상을 이미지화하여 자신만의 표현방식으로 나타내었다. 하지만 그저 직관적인 인상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이 간 인물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만나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체화하기도 한다. 인물의 사진과 기사를 찾아보고, 그에 대한 의미를 나름대로 정립한 후 작품화하였다. ● 가령 「안타까운 선택을 한 정치인」에서 형상화한 고 노회찬 의원의 모습은 특유의 둥근 얼굴형과 단정한 머리 스타일과 함께 번개가 치듯 터져버린 붉은 색과 연미색의 면과 그를 둘러싼 검은 구름들은 얼굴과 몸의 검은 면과 연동된다. 손민광은 고인이 생전에 노동자들과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왔다는 내용을 조사하고 죽음이라는 '안타까운 선택'을 한 정치인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한 한국 사회에 미투 운동을 이끌어내었던 서지현 검사는 하늘색과 분홍, 노랑과 빨간 색 등을 회색과 검정색의 면과 함께 배치함으로써, 주인공이 겪은 불합리하고 어려웠던 상황을 이겨내었다는 점을 시각화하였다. ● 두 인물 모두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고 지금 현 시대에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사람들이다. 더불어 특정한 인물로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소외층에 대한 관심, 여성의 권리 그리고 정치인과 법조인들의 불합리함 등을 음지에서 양지로 드러내었기에 그들이 만들어낸 사회적 문제와 이슈 역시 작품에 담긴다. 손민광은 한 인물에 대한 자신의 인상과 생각을 시각화 하였고, 이를 통한 사회적 맥락을 다른 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있다. ● 손민광의 작품에서 이렇듯 한 사람에 대한 스토리가 불특정한 도형과 색이 되고, 이들이 모여 모자이크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실상 작가가 주관적으로 선택하고 배치한 형과 색이기 때문에 보는 이들이 그림 속 정보를 명확히 알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작품을 지시하는 제목을 통해 그 대상을 어림짐작해볼 수 있다. 아니, 그보다는 작가가 생각한 특정인물에 대한 감정 혹은 생각을 추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앞선 예를 비롯하여 2018년 동계올림픽의 주역 중 한명인 김아랑 선수를 표현한 「힘겨움을 이겨낸 아름다운, 국가대표」 혹은 당시 북한에서 내려온 현송월 단장을 표현한 「북에서 온 속을 알 수 없는 사람」 등 최근작에서는 인물을 유추해볼 수 있는 수식어가 제목이 되었기에 이를 단서로 작품 속 주인공을 추측해볼 수 있다. ● 물론 다 알아차리긴 힘들지만, 작가가 작품을 제작한 시기와 동시간대에 있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는 단서를 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초상화의 주인공을 짐작해볼 수 있다. 그렇기에 손민광의 작품이 사실적인 기법으로 인물을 묘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충분히 동시대와 당대의 사실을 반영한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시대를 사는 한 개인으로서 그리고 예술가로 자신 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이러한 초상들은 모여 '손민광'이라는 한 개인의 특성을 짐작할 수 있는 모자이크가 된다. 뉴스와 같은 대중매체 속 수많은 인물과 일상에서 만나는 수많은 인물 중 '손민광'이 선택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고 노회찬 의원, 한국의 미투 운동을 이끈 서지현 검사, 연일 최고가로 작품이 거래되는 고 김환기 화백, 사회적 메시지를 그림으로 전하는 홍성담 화백 그리고 독립운동가 고 윤봉길 의사 등 작가가 선택한 인물의 스팩트럼은 다양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분위기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작가의 관심분야를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한 초상화 인물이 형과 색의 모자이크로 설명된다면, 이 초상화들이 모여 또 다른 모자이크를 만들어 손민광이라는 인물을 그려낸다. 더하여 도자와 입체적업, 영상으로도 모자이크 조각들을 만들었다.
자아를 향한 여정 ● 손민광은 자신의 산책길을 실시간 동영상으로 찍어 유투브에 공유하기도 한다. 자신이 거하는 레지던시의 인근을 걷기도 하고, 산책하다 혹은 실생활에서 만나는 사람을 촬영하기도 한다. 이렇게 작가가 하루를 보내며 만나는 사람들 역시 그에게 있어 예술적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들이 작품 속에서 구체적으로 표현이 되든 되지 않든 말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통해 이야기를 듣고 또 길을 나서는 이러한 과정은 일상적 행위로는 산책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손민광은 자신만의 길을 찾는 듯하다. 그 길의 끝에는 예술이 있을 수도 있고, 한 사람으로서 살아가야할 인생의 지평선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손민광이 선택하고 그리는 초상화들은 그의 인생여정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한 사람이 나이 들어감에 따라 겪게 되는 다양한 인생경험과 인식의 변화에 따른 것이기도 하며, 더불어 사회로부터 개인이 받는 영향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올림픽, 남북정상회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의 죽음 등의 사건 말이다. ● 그렇기에 손민광의 작업은 철저히 개인적 주관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동시에 사회적 이슈를 함께 다루고 있다. 이것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남과 동시에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과의 소통 역시 가능하게 하는 이유이다. 더불어 이 시대를 사는 한 예술가의 솔직한 시선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손민광이 시대적 아젠다를 내세우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자신을 둘러싼 사회와 환경에 대한 끝없는 관심과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 "오즈의 마법사"에서 에메랄드 성을 찾아가기 위한 황금길처럼, 우리 역시 스스로를 찾기 위한 여정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어제보다 더 성공한 내일의 나'를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더 행복한 나, 더 부유한 나를 찾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야기에서 결국 그 성에서 기다리는 것은 그저 단순한 트릭을 가진 마술사이다. 그렇다고 허무주의로 빠지자는 것이 아니다. 니체가 초인(超人, Übermensch)의 마지막 단계가 '춤을 추는 것'이라 했듯, 결국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그 여정을 나아가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어야할 것이다. 그렇기에 손민광의 작품은 의미를 가진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자신이 보고 감명을 받은 인물들의 모습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표현하고, 이를 하나씩 쌓아가면서 결국 자신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영향을 준 특정한 누군가를 나타냄으로써 결국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진정한 자아를 찾는 여정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산책의 끝에 도달하는 목적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젊은 예술가의 산책 속 과정이 더 의미를 가진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그들의 삶을 이미지화하여 표현하고, 이 초상화를 하나씩 만들어 모아가면서 결국은 작가는 자신의 자아를 찾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우리 역시 그의 작품을 통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허나영
Vol.20181008k | 손민광展 / SONMINKWANG / 孫旼廣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