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8_1002_화요일_05:00pm
쿤테라 갤러리 KUNTERA GALLERY 서울 강남구 논현동 108 논현웰스톤 A115 Tel. +82.(0)2.545.6642
흑백의 모노톤 작업을 하다가 2011년부터 채색작업을 하기 시작하였는데 씨줄과 날줄의 엮임과 같이, 삶과 풍경의 모습이 한 단상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여전히 주변의 풍경을 포착하여 그렸지만 관점에 있어서는 모호해진 제스처를 취하게 되었다. 하지만 무심히 스치던 대상을 어느 날엔가 포착하여 천천히 오랫동안 바라보는 것은 동일하다. 익숙한 대상을 낯설게 바라보는 순간을 포착한 후 그 장면을 오랫동안 관조하며 그린다. 그 곳에는 말할 수 없는 모호한 감정이 담긴다. 그것은 물감으로 번져나가고 물들며 형태를 이루고 색을 띤다. 말할 수 없는 마음이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촉발시켜 마음과 머리, 즉 의식과 감정이 동작하던 것들이 손과 눈의 신체적 움직임으로 치환된다. ■ 김미강
마주하는 자세 ● 혼자 있을 때 생기는 고요함이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라디오나 TV소리에 의존해 적막 속에서 느껴지는 불안함을 뿌리치고 잠이 든다. 혼자 있는 것에 미숙한 나는 외부 소음에 의존하며 잠이 든다. 고요해지면 안 좋은 과거의 기억과 과거의 내가 나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이런 생활을 쭉 이어가다 보니 내가 나를 정리하고 휴식을 주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사라졌고 나를 되돌아 볼 수 없어져 나를 잃어버린 듯, 내가 날 모르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 나는 과거를 부정하고 외면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를 분리해서 나 자신을 마주하는 상황을 만들어 보았다. 마주보고 있자니 나는 나에게 예의 있게 행동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남들에게 맞추고 위로와 격려를 쏟아 붙지만 정작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비난을 담고 있는 화살을 스스로 가슴에 콕콕 박고 있었다. 캐릭터의 눈 사이가 먼 이유가 남의 시선에 맞춘 것 때문이라 그리면서도 경계하고 있었지만 남에게 시선이 팔려버린 내가 되어 있었고 그와 같이 나도 나와 멀어지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나인데 나도 내 맘을 모를 정도까지 와버리고 거의 등을 돌리고 있었다. 난 다시 마주보려고 시도했다. ● 나를 마주한다는 일은 그렇게 쉽지 않았다. 과거를 그대로 수용하고 인정하는 과정이 무척이나 괴롭기 때문이었다. 뜨겁게 아팠던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 내가 존재하는 것인데 과거를 외면하고 앞만 보면 될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성장하는 일은 나를 수용하는 부분에서부터 시작되는데 말이다. 그래서 작가 본인은 직접 거울 앞에서부터 시작했었다. 고생했다 수고 많았다. 좋은 꿈 꿔라 말을 걸었다. 굉장히 부끄럽고 창피하고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자기 주관에 뚜렷하지 못하고 자신감 없고 자존감 낮은 모습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분리하여 현재가 과거를 위로하거나 묵묵히 곁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캔버스에 담아내며 스스로도 자신에게 "고맙다. 애썼다. 별일 아니다. 괜찮다." 라고 말을 건넸다. ● 지쳐 힘없는 과거 자신에게 마주보고 모든 게 잘 풀릴 거라고 말해줘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어떤 것과도 맞닥뜨릴 수 있다. 당장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과거의 나'를 위로해 준다는 의미는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내 행동, 나를 힘들게 했던 생각들과 감정들을 이젠 받아들이고 나 자신을 진정으로 위로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현재의 내 모습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스스로에게 인정받음으로써 자존감도 올라간다. 그리고 더 나은 행동, 감정, 생각을 선택할 수 있는 내 자신으로 바뀔 것이다. 이처럼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자세는 당신에게도 필요하다. ■ 윤예린
Hide series / Rest ● 나와 내가 마주한 시간과 공간은 존재했지만, 마주할 수 없었다. 내 자신이라는 그림자에 숨어 한참을 지내왔다. 외부 환경 들에 치이고, 타인의 시선에 갇혀 '나'를 돌아볼 수 없었다. 그 환경 들과 시선을 피해 우리는 항상 숨고 싶어하고, 도피 하며, 나만의 휴식시간을 가지고 싶어한다. 마주하지 못하고, 회피 했던, 제일 가까우면서도 몰랐던, 진짜 나를 마주하는 시간 속 에서 내면을 들여다 본다. ●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에 대하여 끊임 없이 고찰해왔다. 현대 미술을 하며, 현대 미술은 무엇이며, 왜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무엇을 위해 그림을 그리는가? 그 질문에 대해 어렵지 않게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현대를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떠한 매체를 통하여 자신을 위로한다. 나 또한 영화나 음악, 책을 통하여 감정을 달래고, 상대적인 것 에서 위로를 받고, 또 행복해진다. 그런데, 현대 미술은 무언가 다가가기 힘들다는 시선들이 많다. 난해한대다가, 상업적인 작품들이 많아서 어렵다는 시선들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예술작품이라는 매게체로는 대중들과 소통이 불가피한걸까? 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며, 경험에 의한 공감들, 함부로 꺼내기 힘든 내 속의 이야기들을 살포시 위로해주며 소소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들로 위로받고, 위로해 주고 싶다. ■ 이지희
Vol.20180929a | 별이 다섯개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