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裏面)을 보다 see the reverse

양형규展 / YANGHYOUNGKYU / 梁濙圭 / sculpture   2018_0923 ▶ 2018_1006 / 추석당일 휴관

양형규_Mirror of mind 2_나무에 채색_96×63cm_2018

초대일시 / 2018_0928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추석당일 휴관

월전미술문화재단 한벽원 갤러리 WOLJEON MUSEUM OF ART HANBYEKWON GALLERY 서울 종로구 삼청로 83(팔판동 35-1번지) Tel. +82.(0)2.732.3777 www.iwoljeon.org

양형규의 부조, 관계학에 대한 이유 있는 변 ● 조각가 양형규는 부조형식의 작품만을 선보인다. 작품의 소재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포착한다. 가령 얼굴이나 손처럼 신체의 일부이거나, 거리의 분주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이들의 해석은 주로 '형태의 규칙성에 대한 재해석'이라고 할 만큼, 상식적인 편견들을 비틀어 보인다. 조형적인 제작과정이 곧 작품의 메시지를 품고 있다. 지극히 평범하고 정직한 제작과정을 거치지만, 어긋나게 재조합하는 왜곡과정을 통해 일상을 벗어난 꼬임 혹은 끝을 모를 반복된 불확실성 등을 암시한다. 그것이 곧 인생이고, 그래도 살아가야만 한다, 라는 작가적 역설인 듯하다. ● 겉으로 얼핏 보면 성의 있게 만들어진 보통의 부조작업이지만, 가만히 보고 있을수록 묘한 흔들림이 느껴진다. 보는 이의 잔잔한 감정을 일깨우는 심리적인 울림이 있다. 간혹 양형규의 '가로 8m50cm, 세로 1m20cm가 넘는' 대형작품 앞에 서본 관객들이라면 최소한 두 번은 놀라게 될 것이다. 먼저 목판(木板)을 무심한 듯 거칠게 쳐내어 파편화된 조각도의 터치 속에서 발견되는 섬세한 인체 표현 능력이다. 적게는 수천 번에서 보통은 수만 번의 조각칼 터치를 만나야만 얻을 수 있는 밀도감으로 인체의 부분을 클로즈업 했다. 그래서인지 너무나 유기적인 생동감이 넘쳐, 화면 전체가 일렁이고 꿈틀대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양형규_Mirror of mind 3_나무에 채색_160×172cm_2018
양형규_흔적 018-2_삼나무_120×81cm_2018
양형규_흔적 018-3_삼나무_118×71cm_2018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흥미로운 점은 화면의 조형적 조합방식이다. 재단된 나무를 가집성하여 평소 만났던 일상의 한 장면을 스케치한 뒤 목각(木刻)을 통해 부조작품을 완성한다. 여기까진 평범한 과정이다. 하지만 각각의 재단됐던 목재를 다시 해체와 조립과정을 거치면서 '어긋한 형태의 불명확한 조합이미지'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일부러 왜곡되고 굴절된 거울로 자신과 세상을 투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과정은 실재한다는 풍경의 진실이 무엇이고, 진실이라고 믿는 그 신념의 근원은 과연 존재하는가를 우리에게 되묻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양형규의 부조는 구상으로 시작했지만 추상이며, 이성적이면서도 동시에 감성적이고, 뿌리칠 수 없는 '직관적 사유의 깊이'를 품고 있다.

양형규_흔적 018-7_삼나무_65×43cm_2018
양형규_수고한자들의 기도_부조, 나무에 채색_155×172cm_2017

"부조의 외곽 프레임은 바라보는 혹은 보여 지는 창(窓)이다. 나와 나 아닌 것들과의 관계는 매순간 흔들리고, 어긋나며 필연적인 우연과 무작위의 연속이다. 우리는 그것을 '일상'이라 부른다. 변형과 왜곡, 해체의 과정을 통해 독창적인 조형성을 제시하고, '관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으로 소통하고자한다. 각 셀들의 어긋남으로 불분명해진 형태는 일상적인 모습을 보는 또 다른 관점이기도 하다. 나와 나 아닌 모든 것들과의 관계는 어긋남을 통해 재해석되고 판단되어진다. 또한 평면상에 가해진 힘의 충돌은 굴곡과 형태를 만든다. 모든 면과 선들은 우연과 무작위로 유일무이한 형태를 만든다. 우리들의 '관계'처럼…." ● 양형규의 말처럼, 그의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키워드는 '관계(關係)'이다. 양 작가에게 관계는 단순히 '두 대상이 이어진 상태'로써의 사전적 의미를 넘어선다. 서로 만났다가 헤어지고, 어긋나고, 충돌하며, 동요하는 모든 순간의 에너지를 통틀어 지칭하는 정의인 셈이다. 그만큼 작가적 고민과 노력을 통해 얻어진 결과는 작품에 힘을 실어준다. 지극히 전통적이고 평범한 조형방식을 고수하면서도 동시대적 감성으로 표현하려는 작가적 의지를 기반으로 독창적이고 함축적인 새로운 조형미를 완성했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다.

양형규_길 016-10_부조, 나무에 채색_172×202cm_2016
양형규_그대의 창_브론즈_90×55×18cm_2007
양형규_그대의 창_브론즈_61×70×50cm_2007

양형규의 작품에 자주 선보이는 색감은 '청색(靑色)'이다. 청색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는 다양하다. 보통은 '진리, 헌신, 평온, 성실'의 색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또 다른 면에선 생명력을 상징하며, 직관의 색으로써 고도의 정신력에 빗댄 색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양 작가는 이러한 청색을 '무심함처럼 감정기복 없는 평정심의 표현에 용이한 색이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한다. 그가 일상에 대한 관조적 시선이 어느 대목에 닿아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 실제로 양형규의 서두르지 않는 특유의 인내력과 작가적 포용력은 국내 조각계에서 그의 입지를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MBC한국구상조각대전 대상, 천주교 국제미술공모전 장려상수상 수상 등이 그를 입증한다. 또한 그의 작품은 이미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국가기록원, MBC 문화방송, 이천시청 등 여러 곳에 소장되어 있다. 익숙한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되, 자신의 색깔과 조형언어가 무뎌지지 않게 쉼 없이 연마하는 작가적 열정과 집념이 새로운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 ■ 김윤섭

Vol.20180923a | 양형규展 / YANGHYOUNGKYU / 梁濙圭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