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들, 바다

강유정展 / KANGYOUJEONG / 姜宥汀 / painting   2018_0918 ▶ 2018_0930 / 월요일 휴관

강유정_산방산 (Mt. Sanbang)_캔버스에 유채_192×165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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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 인스타그램_@kangyoujeong

초대일시 / 2018_0920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01:00pm~07:00pm / 월요일 휴관

예술공간 서:로 ARTSPACE SEO:RO 서울 용산구 신흥로36길 6 1층 Tel. +82.(0)2.6489.1474 blog.naver.com/seoro-art

검은, 들 ● 모래가 많아 모슬1)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소금기 많아 척박한 모래는 검게 빛난다. 들에도, 바다에도 검은 모래가 가득한 곳에서 검은빛은 신령스러움을 뜻한다고 한다. 만물에 거하는 신을 찾고자 한 것일까. 신을 필요로 하는 곳의 밤은 길다. 깊고 어두운 밤의 그늘은 덤불 속에도, 오름 위에도 드리워 있다.

강유정_언제나, 어디서나 (Anytime, Anywhere)_캔버스에 유채_112.1×162.2cm_2017

검은 땅의 사람들은 해마다 긴 밤이면 들에 불을 놓았다. 좀처럼 꺼질 줄 모르는 들불의 연기가 오름으로부터 구름이 되어 솟아오른다. 연기는 아래쪽 뜰의 비행장과 진지, 동굴 위를 차례로 지나간다. 그리고 중산간의 오름도 하나둘 스쳐 간다. 들불은 밤새도록 타올라 어두운 밤을 몰아내고 아침을 밝힌다.

강유정_물 위의 연기 (Smoke on the water)_캔버스에 유채_80.3×116.8cm_2017
강유정_진지, 굴 & 프론트게이트 (Camp, Cave & Frontgate)_캔버스에 유채_33.4×24.2cm×2_2018

날이 밝으면 들은 더욱 검게 변해 있다. 타버린 들의 검은 재는 가장 비옥한 토양과 같은 빛을 띤다. 들불 이후의 검은빛은 사死인 동시에 생生이다. 죽음을 토대로 풍요가 자란다. 죽음으로써 다시 태어나는 새로운 변화의 예고이다.

강유정_상모리 131 I (Sanmo-ri 131 I)_캔버스에 유채_80.3×116.8cm_2018
강유정_상모리 131 II (Sanmo-ri 131 II)_캔버스에 유채_80.3×116.8cm_2018
강유정_용머리 (The Dragonhead)_캔버스에 유채_50×50cm×4_2018

그리고 바다 ● 섬은 상대적으로 존재가 정의된다. 여러 섬 가운데 더 큰 섬은 주主섬이 되고, 그보다 더 크다면 육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약하고 낮은 곳은 하나의 작은 부속 섬으로 머무른다. 섬은 서로의 존재로 인해 섬이다. 섬은 거리를 두고 따로 떨어져 존재함으로써 거대한 육지가 아닌 무수히 작은 섬의 무리를 이룬다. 바다가 섬과 섬 사이를 갈라놓는다. 그러나 섬은 사실은 바다 아래 깊숙이 연결되어 있다. 바닷물을 다 끌어 올린다면 섬은 한 덩이의 땅으로써 거대한 산맥을 이룰 것이다. (작업노트 中) ■ 강유정

*각주 1) 모래의 방언

Vol.20180918c | 강유정展 / KANGYOUJEONG / 姜宥汀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