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senger

박국진展 / PARKGUKJIN / 朴國珍 / sculpture.installation   2018_0912 ▶ 2018_0918

박국진_Unknown_혼합재료, 단채널 영상_가변크기_2018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31017j | 박국진展으로 갑니다.

박국진 블로그_blog.naver.com/bgzin

초대일시 / 2018_0912_수요일_06:00pm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37 (팔판동 115-52번지) 본관 B1 Tel. +82.(0)2.737.4678 www.gallerydos.com

낯선 감각이 보여주는 디스토피아 ● 우리의 주변 환경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인지하는 것보다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많은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미 익숙해진 일련의 것들은 흥미나 가치의 여부를 떠나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하기 마련이다. 박국진의 작품은 일상 속에서 사회와 환경문제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작가는 알고는 있으나 무관심의 대상인 사물들이나 우리 주변의 평범한 환경에 대하여 디스토피아라는 부정적인 상상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의 잠재성과 가능성을 제시한다. 다양한 매체와 기법을 활용해 이미 존재하는 것들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는 작업 과정은 알고 있는 이미지의 이면을 보여줌으로써 관습과 논리에 갇힌 의식들을 자유롭게 해방시킨다. 친숙하고 익숙한 것들의 낯선 조합으로 인한 기묘한 형상은 아무런 성찰과 비판 없이 지나쳤던 대상들에게 관심을 부여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야를 확장 시킨다.

박국진_Unknown_혼합재료, 단채널 영상_가변크기_2018_부분
박국진_Unknown_모션 캡쳐_2018

디스토피아는 유토피아의 반대 개념으로 등장했으며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반영한다. 과학기술 만능주의가 초래하는 비인간적이고 뒤틀린 사회를 의미하며 주로 거대자본으로 인한 인간성의 상실 그리고 빈곤과 피폐한 삶으로 묘사된다. 작가에게 디스토피아를 은유함에 있어서 보다 중요한 가치는 예술이 지니는 잠재력과 인간성을 회복함에 있다. 사회에 대한 예술적 상상은 현실에 대한 비판에 기인하지만 오히려 그 안에는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진다. 작가는 인간이 지닌 태생적인 불안과 두려움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에 작업의 뿌리를 두고 조형적인 미를 발산한다. 이처럼 작품의 기저에 깔린 일상의 문제들에서 벗어나기 위한 현실과의 긴장감은 디스토피아적 감성과 상상을 배가시킨다.

박국진_Pipe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8

어울리지 않는 사물 간의 결합을 활용하여 낯설게 하는 것은 일상에서는 얻을 수 없는 사유를 이끌어낸다. 인지의 부조화로 인한 어긋남과 이질성은 작품으로 하여금 기괴한 느낌을 받게 한다. 또한 논리로는 정의 할 수 없는 공상이 주는 모호함은 우리에게 일상의 체험과는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작가는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정서를 바탕으로 강한 잔상을 남긴 소재들을 재조합하여 작품을 구성하며 이는 현실과 비현실의 기억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유기적으로 작업해온 실험적 성향은 박국진이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을 어김없이 보여준다. 주변의 일상을 부정적이고 인공적인 디스토피아적 공간으로 재구성하고 작품 속에 등장하는 소재에 상징성을 부여하는 것은 인간의 삶과 본질에 더욱 가까워지기 위함이다.

박국진_우물_나무, 모르타르, 스틸 오브제, 에어 펌프_20×122×122cm_2018
박국진_우물(drawing)_종이에 수채_21×29.8cm_2018

우리가 이상적인 세계를 꿈꾸는 이유는 현실의 불완전성에 있다. 산업화에 따른 현대 사회가 주는 풍요로움과 그 안에 내재된 환경문제와 인간성의 상실은 유토피아를 가장한 디스토피아를 보여준다. 자본주의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체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간은 끊임없이 행복을 추구하지만 그러한 갈망과는 달리 많은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은 우리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공간이나 사물들을 통해 현실을 자각하고 새로운 세상을 접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작가는 단조롭고 평범한 일상이라도 익숙한 사물에서 흥미로운 단면을 발견하고 재창조해 낸다. 그로 인한 낯선 감각은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불안을 자극하며 우리의 현 세태를 되돌아보게 한다. ■ 김선재

박국진_Sign-03_스틸, 모르타르, 페인트_145×33×21cm_2018
박국진_Pipe Walker_혼합재료_120×30×18cm_2018

아주 어렸을 적 집 앞엔 하천이 흐르고 그 하천을 따라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가 보이는 그런 곳이었다. 하천은 지금 생각해 보면 대략 5m~6m는 됨직한 작지 않은 하천이었다. 크고 작은 배수 구명들이 띄엄띄엄 있었는데 어느 집에서 세탁기를 돌리는지 목욕을 하고 있는지 설거지를 하는지는 모르지만 온갖 생활하수들이 흘러나와 하천과 뒤섞이게 된다. 하천에는 갖가지 생활 쓰레기부터 TV, 냉장고, 자전거 같은 대형 쓰레기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사체까지도 간혹 볼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여름이면 악취와 이름 모를 해충들이 들끊는다. ● 나는 동네 친구들과 그 더럽고 냄새나는 하천을 좋아했었다. 그다지 놀 거리가 없던 시절 이야기 일수도 있을 것이다.

박국진_Milk Cow_가죽, 레진, 스틸 오브제_77×114×15cm_2018

오늘도 종이배를 접어 하천에 띄운다. 혹여나 쓰레기 퇴적물 같은 장애물에 걸려 침몰하거나 좌초될 위기에 놓이면 마치 위대한 사람마냥 길을 터 주기도 하고 물이 차면 비워 주기도 했다. 하천은 결국 큰 바다로 흐르기에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그 배 역시 바다로 나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그 배의 흔적을 알 수는 없다. ● 종이배를 더 이상 접지 않을 무렵, 하천은 복개되어 주차장으로 변하였으며 그리고 단 몇 년이 지난 후 다시 찾은 그곳은 예전에 골목길과 달라져 하천의 위치마저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그리고 한참 후엔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고 바다가 보인다는 이유로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고만 들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히 당연하게 느껴진다. 생활하수들이 아무런 정화시설 없이 바다로 흘러 들어갔고 지금도 정체 모를 크고 작은 공장들의 기름 냄새가 바다 내음과 뒤섞이며 역하게 코끝을 자극했었다. 공장은 사라졌으며, 공원이 들어섰고 주변 바다도 새로이 정비되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박국진_Camel_가죽, 오브제, 사막 모래_가변크기_2018

유년 시절 나는 바닷가와 인접한 곳에 살면서 바다는 일종의 놀이터와도 같았다. 그곳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며 다양한 바다생물들을 잡으며 즐거워했다. 주변 환경이 낙후되었던 시점이기도 했고 위험하기도 한 곳이었지만, 한참 후에 그 바다는 잘 정돈되고 정비되어 많은 사람이 찾는 그런 곳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릴 때 보던 다양한 생물들의 모습은 더 이상 찾을 수가 없었다. ■ 박국진

Vol.20180912f | 박국진展 / PARKGUKJIN / 朴國珍 / sculpture.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