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상(After-image)

현종광展 / HYUNJONGKWANG / 玄鍾光 / painting.mixed media   2018_0912 ▶ 2018_0918

현종광_Theatrical Landscape_캔버스에 유채, 흑연_182×227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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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종광 홈페이지_jongkwanghyun.com

초대일시 / 2018_0912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28 신관 2층 Tel. +82.(0)2.737.4679 www.gallerydos.com

잔상을 담은 좌표 ● 현대인들은 다양한 시각매체에 노출된 채 살아간다. 의미 없는 정보로 둘러싸인 디지털 환경은 현대 회화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런 의미에서 현종광에게 그리드는 이 세상에 무한히 펼쳐진 기호들이 머무를 수 있는 인공적인 현실이다. 대상의 의미는 결국 사라지고 직선들의 정교한 짜임만이 남아있는 화면은 일루젼을 만들어내는 재현의 회화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회화가 대상에서 해방된다는 것은 그리드가 무엇이든지 시작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작가는 순수한 조형적인 구조로서의 그리드를 연구하고 회화가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현종광_잔상(After-imag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젤 미디엄, 흑연_194×259cm_2018
현종광_Utah in Cyan, Magenta, Yellow_캔버스에 유채_130×162cm, 130×130cm_2018
현종광_Empty Landscape_캔버스에 유채, 흑연_182×227cm_2018
현종광_Journe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먹, 젤 미디엄, 모래, 먼지(at Bonaventure Cemetery)_122×183cm_2018

그리드란 수평과 수직선의 교차에 의해 구성된 격자형태의 구조를 의미한다. 그리드를 구성하는 선은 물리적인 실체가 없는 관념적인 선에 가깝다. 화면 자체의 표면을 분할한다는 점에서 그리드는 회화가 지닌 평면성에 충실한 장으로 작용한다. 또한 일정한 크기의 구성단위의 형태가 반복됨에 따라 끝없이 확장되는 무한한 잠재력은 중심과 주변의 구분을 없애고 하나의 구조가 가진 전체성을 강조한다. 그리드 안에서 대상의 이미지는 실제와 가상, 현실과 재현, 원본과 복제의 차이는 붕괴되고 두 대립 항들이 서로 구별 없이 하나로 결합된다. 그리드의 공간적 특징은 평면성과 기하학적 질서로 설명된다. 수평과 수직의 반복을 통해 평면을 구조적을 구축하는 행위는 전체 화면을 동등하게 구성하고 표면 자체를 객관화시킨다. 모든 화면이 중심에서 벗어나 균등하게 분할되고 차이가 사라졌을 때 화면은 다양하게 변화되고 시도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공간으로 변모한다. 여기에 작가는 익숙한 모티브나 일상적인 이미지를 표현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각적인 호소력을 제공하고 본인의 사고를 전달하는 것을 용이하게 한다. 그리드 안 어느 지점에 위치한 이미지는 의미와 형태가 해체되고 잔상만이 남는다. 재현이 제거된 평면성으로 인해 캔버스의 화면은 순수한 하나의 시각적 실체가 되는 것이다. 이미지에 상응하는 대상은 모호해짐과 동시에 사라지고 더 이상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은 회화가 지닌 무한함을 암시한다.

현종광_1418 Hammocks View_캔버스에 진흙, 흑연, 젤 미디엄, 바니시_183×305cm_2016
현종광_Grid Basket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120×120cm_2018

예술은 시각적으로 인식되는 것과 함께 그 이면에 인식되지 않은 것도 조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현종광의 작업은 회화에서 그리드 형식이 나아갈 수 있는 발전 가능성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된다. 그리드는 작품에서 그 자체로 독립성을 띠는 중요한 조형요소의 역할을 한다. 작가는 어떤 것의 시각적 표상을 제시하기 보다는 그 속에 녹아든 자신만의 독자적인 구조를 지닌 작품세계를 보여주고자 노력한다. 그리드가 가진 수평과 수직의 구조적인 원리는 모든 사물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이원적인 경계의 접점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 세상을 담아내는 그릇과도 같다. 이처럼 이번 전시가 보여주는 캔버스와 그리드가 만들어내는 표면에 대한 탐구와 시도는 우리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 김선재

현종광_Soldiers in Uniform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젤 미디엄_76×607cm_2016~7
현종광_Soldiers in Uniform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젤 미디엄_76×607cm_2016~7_부분

잔상(after-image)은 하나의 대상이 사라진 후 지속적으로 남아 있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시각 이미지를 일컫는다. 이러한 생리학적 또는 병리학적 잔상(palinopsia)은 실재가 아닌 환영에 불가하며 또한 반복적으로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명확히 진단되지 않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부재속에 나타나는 잔상들은 그 원본을 대신하여 정확히 인식되지 않고 시간과 공간을 표류하며 이동한다. 과거와 현재를 반영하는 사물의 이미지들은 잔상효과를 통하여 제한적으로 인식되고 더 이상 실제가 아닌 허상으로써 그 실체를 드러낸다. 잔상은 사물이 오랜 세월 동안 풍화되어 온 흙과 먼지 같아서 인식의 개념이나 언어의 표상적 범위에서 멀어진다. 가로세로 좌표에 의해 형성된 엄격한 그리드(grid)는 마치 종교적 의식의 절차에 따라 흙과 먼지를 성유물(relics)로 재배치하는 성유물함(reliquaries)과 같다. ● 여기서 나의 작업에 고용된 그리드는 실체의 부재 속에 희미하게 드러나는 잔상들을 고정하고 지연시키는 심오한 정신적, 물리적 좌표이다. 나는 그리드 안에서 원본이 소멸된 부재속의 잔상들을 재배열한다. 즉, 1인치 가로세로 격자선 안에서 '새기기' 흔적들을 남기고 각각의 좌표 사이의 공간에서 그 들의 서술과 순차적 모순을 허용하고 그 공간의 범위 안에서 파편화된 시각적 구조들을 읽는다. 따라서, 그리드의 구조적 체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작업에 적용할 것인가는 항상 유동적이다.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가 언급한 그리드의 구조적, 상징적, 또는 광학적 특성을 연구할 뿐만 아니라 그리드의 독특한 힘인 신화적 특성에서 나타나는 역설과 모순을 동반함에 주목한다. 특히, 그리드는 서구의 과학과 모더니티의 상징임에도 불구하고 신화적 관점에서 나타나는 신념, 환상, 또는 허구를 제공하는 아그네스 마틴(Agnes Martin)의 "순결한" 그리드 페인팅을 간과할 수 없다. 그녀가 그리드를 작업에 고용한 것은 신성한 것과 세속적인 것 사이의 현대 미술 세계의 절대적 틈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현종광_Soldiers_캔버스에 먹, 젤 미디엄_91×91cm_2015
현종광_Coca-Cola Bottle_그리드 페이퍼에 콜라_28×21.5cm_2014

격자선 눈금 안에서 행해지는 나의 행위는 지금까지 언급되었던 그리드를 둘러싼 많은 회화적 담론들을 동반한 거대한 신화와의 만남이다. 이 것은 나에게 더 이상 하나의 방과 풍경의 공간 또는 인물들을 그림 표면과 연관시키지도 않으며, 보편적 또는 구체적이지도 않고, 회화의 절대적 자율성을 나타내지도 않으며, 단순히 과거 또는 현재의 어느 '발견'으로 언급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모든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과거의 거대한 유산인 그리드는 모듈화와 반복적인 구조를 통하여 '실제'로부터 지각된 화면의 분리를 전달하고, '추상적' 가능성 안에서 보다 유연할 뿐만 아니라 구조적, 신화적 특성과 결합하여 역설과 모순적인 '이야기'를 드러낸다. ■ 현종광

Vol.20180912d | 현종광展 / HYUNJONGKWANG / 玄鍾光 / painting.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