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71215f | 신민展으로 갑니다.
신민 홈페이지_cargocollective.com/daughternose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최지혜 디자인 / 맛깔손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pm~07:00pm / 월요일 휴관
킵인터치서울 Keep in Touch Seoul 서울 종로구 북촌로1길 13 1층 Tel. +82.(0)10.9133.3209 keepintouchseoul.wordpress.com www.facebook.com/keepintouchseoul www.instagram.com/keep_in_touch_seoul
이번 전시는 작년 말 가변크기에서 진행했던 『No』 전시의 시리즈 작업으로 또래 여성 기획자와 작가가 만나 작업과 전시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하며 서로 간의 에너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부터 출발했다. 신민에게 작업과정은 일종의 자신의 분신을 생산해내는 것과 같다. 우리는 그녀가 만드는 작품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것의 보관과 판매에 대해 생각해야 함을 논의했다. 창고에 매해 240만 원이라는 액수를 지급하기 위해 작업 외적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나는 작품을 독립시킬 필요성에 대해 제안했다. 그렇게 시작된 「No」 작업을 통해 우리는 작품의 원형을 만들 때 사용하는 뭉개지기 쉬운 유토 조각을 관객들에게 나누어주는 모험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번 전시 역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Flyer', 즉 작가가 만든 '전단(傳單)'을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배포하고, 낱장들이 퍼져 그 의미를 새롭게 생산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출발했다. 「No」를 준비할 때와 마찬가지로 수 없는 서로 간의 '노'가 오고 갔으며, 성향과 성질이 전혀 다른 두 명의 여성이 에너지를 주고받기도, 지치기도 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러는 가운데 여성이 피해자였던 기존 수많은 사건에 대한 수사는 진척이 없던 것에 반해 여성이 가해자로 지목된 몰카 범죄에 대해서만 이슈가 되고 있었고, 이에 대학로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리던 시기였고, 설마 했던 '안희정 사건'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이 났다. 이런 상황에서 작가는 집회 참여보다 더 힘이 있는 것이 있는지, SNS로 실시간 전달되는 목소리보다 미술 작업이 과연 어떻게 더 나을 수 있는지 질문해왔다. 우린 무력감에 빠진 신민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이 부르트도록 돈을 벌어 작업에 다 쏟아붓는 만큼 왜 미술을 하는지 알아내야만 했다. ● '전단(傳單)'의 사전적 의미가 선전이나 광고 또는 선동하는 글이 담긴 종이쪽지인 것처럼 신민이 미술을 하는 이유이자 목적 역시 강력하게 전하고, 이를 설득한다는 점이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손바닥만 한 종이쪽지 혹은 편지에 낙서의 형식으로 그림을 그려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은 신민이 세상과 소통하고,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방식과도 같다. 작가는 전시장에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작품을 직접 소개하고 사인을 해주며 그 속에서 작품을 매개로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한다. 자신을 닮은 그림을 그려주고, 나눠주는 순간의 짜릿한 에너지는 작가가 만듦새에 대한 콤플렉스를 뒤로하고 다시 마약과 같은 미술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해준다.
『Flyer』는 종이와 연필이라는 연약한 재료를 통해 만든 작은 쪽지를 배포하는 퍼포먼스 형식의 전시이다. 사실 신민이 만들어낸 크고 작은 모든 종이로 만든 조형물 속에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종이쪽지가 들어가 있다. 어린 시절 소원을 적은 종이를 꾸겨 넣은 펜을 다 쓰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처럼 종이쪽지는 작가의 소통 방식이면서도, 자신을 위한 위로의 수단이자 작업의 출발이 되는 지점에 있다. 신민은 이번 전시에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유선 노트를 잘라 하나하나 연필로 그린 드로잉 쪽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이 작은 종이쪽지는 언제든 지워지거나 흐릿해질 수 있다. 견고한 종이로 바꿔 그려보기도, 안정성을 위해 펜을 이용해보기도 했고, 인쇄를 통해 대량생산을 해볼까도 고민했으나 신민의 드로잉과 가장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는 것이 유선 노트 종이에 연필로 손수 그린 드로잉이었다. 신민은 미술대학을 나오지 않았으며, 아카데믹한 조형 기술을 훈련받은 사람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에겐 현대미술의 기준과 장벽이 높고 엄격하게 다가올 때도 있었으며 그로 인한 콤플렉스도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미완의 느낌이 묻어나는 날 것의, 거친 느낌을 고집하고 미술이 보편적으로 요구하는 안정감을 거부하는 것은 어쩌면 그녀가 콤플렉스를 탈피하는 방식의 하나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 작가가 만든 수천 개의 전단은 거칠고 투박해 보이지만 섬세한 손길이 느껴진다. 종이에 그려진 여성들은 하나같이 사회가 강요하는 꾸밈의 방식에서 비켜나 있다. 유독 여성에 대해서 엄격한 미에 대한 기준과 꾸밈에 대한 강요는 우리가 살아가는 노동 현장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여러 형태로 발현된다. 꾸미지 않은 외모에 대해 마치 자기관리를 하지 않았다고 비난하거나 그 사람이 가진 능력까지도 평가절하하는 방식으로 사회는 점점 획일화되는 외모 기준을 제시한다. 이에 반하기라도 하듯 신민이 그려내는 드로잉에는 주근깨가 잔뜩 박혀있고, 가지런하지 않은 치아와 살집이 툭 튀어나온 여성들이 등장한다. 언론매체에 등장하는 여성과 달리 겨드랑이와 다리의 체모를 당당하게 드러난 채 "털 안 밀어! 그냥 그대로"라고 외치고 있는 여성의 이질감은 귀엽고, 익살맞은 이미지를 통해 이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또한 앙증맞은 캐릭터와 함께 삐뚤빼뚤하게 적힌 강한 메시지는 종이 조각과 연필을 만나 균형을 찾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강한 울림으로 작동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사회의 시선과 잣대에 대한 신민 특유의 저항 방식을 엿볼 수 있다. ● 일종의 작가의 분신술이기도 한 이번 「Flyer」 드로잉 연작은 전시 공간 전면에 진열된 책 안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진열된 책들은 우리가 그 내용에 대해 가치판단을 해볼 틈도 없이 학창시절에 배웠던 가부장적 사고가 내재된 문학 소설이나 에세이, 시가 있을 수 있으며, 작가가 좋아했던 소설의 깊은 곳에 자리한 남성 중심의 시선을 훗날 깨달아 배신감을 느꼈던 경우도 함께 진열되어 있다. ● 신민이 분노하는 지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당장 성폭행 피해자가 어떠한 법적 보호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고, 언론에 이슈화가 될 만큼 성폭력 사건을 고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하게 무죄판결을 받는 현실은 미술에서의 외침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가장 연약하고도 불안정한, 그러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종이 전단을 나누어주는 것은 신민이 현재 말할 수 있는 최선의 외침이다. ■ 최지혜
Vol.20180909e | 신민展 / SHINMIN / 申旻 / draw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