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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아라아트센터 AR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인사동9길 26(견지동 85-24번지) Tel. +82.(0)2.733.1981 www.araart.co.kr
이미지는 실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현상이 개인의 상상에 의해 재생된 것이다. 르네 마그리뜨가 캔버스에 파이프를 아주 사실적으로 그려놓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 n'est pas une pipe")라고 말했을 때 그는 관중을 조롱하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캔버스 위의 파이프는 실재의 파이프가 아니라 파이프라는 이미지, 즉 작가가 창조해낸 별도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말하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캔버스에서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나는 어떤 자의식을 갖고 이미지를 만들며, 그 이미지들은 무엇을 의도하는가? 왜 내가 그리는 사람들은 본래의 형상과 달라진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는가? 그림의 이미지는 무한히 이상해져도 좋은지, 그렇지 않다면 이미지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어떤 조건을 가져야 하는지, 적어도 내가 원하는 이미지는 어떠한 것인지 등등 의문이 일어난다.
나의 그림의 이미지들이 현실의 모습과 다른 형상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나의 상상이 더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을 표현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사람을 그리지만, 그 내면, 그들이 처한 조건, 그들이 갖는 관계등을 표현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때로 한없이 이미지가 현실의 모습과 괴리를 보일 때도 내가 마음에 두는 조건은 있다. 이미지는 자체로서 실재에서 독립하여 조형적으로 창의적이거나, 아니면 적어도 실재를 환기시켜야 한다. 아마 가장 만족스러운 이미지는 실재의 모습과 많이 다르면서도 실재를 상기시킬 때가 아닐까 싶다. 이런 경우 조형적 창조를 이룬 동시에 실재의 메타포로 기능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지들이 넘쳐 난다. 미디어가 우리의 삶의 중심으로 들어오며 시각적 이미지들은 우리의 감각을 압도한다. 고도의 기술로 생산된 이미지들은 더없이 화려하고 완벽한 외관을 하고 있다. 많은 경우 우리는 실재를 경험하기 보다는 매개된 실재라는 이미지를 경험하곤 한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의 현실 인식이 우리 자신의 것만이 아님을, 타자에 의해서 왜곡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아마도 예술적 이미지가 상업적 이미지와 구별될 수 있는 지점은 상업적 의도로 실재를 왜곡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재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표현하는 일은 지난한 일이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의도가 개입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 김정희
Vol.20180907e | 김정희展 / KIMJUNGHEE / 金貞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