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cho of existence

김승현展 / KIMSEUNGHYUN / 金承賢 / sculpture   2018_0829 ▶ 2018_0907 / 월요일 휴관

김승현_흑조의 숨결_세라믹_55×80×7cm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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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 블로그_https://blog.naver.com/goldworm7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우리미술관_인천문화재단_인천광역시 동구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관람시간 종료 20분 전까지 입장 가능

우리미술관 전시관 WOORI MUSEUM OF ART 인천시 동구 화도진로192번길 3-11 Tel. +82.(0)32.764.7664 www.wooriart.co.kr

김승현의 작품세계_ 길 위에서 찾는 길 ● 김승현은 개인적, 사회적 관계맺음 속에서 일어나는 다층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작업을 이어간다. 주로 이주, 이동, 여행과 같은 개념을 동반한 유목적 시각이 반영된 퍼포먼스, 설치, 사운드를 결합시킨 형식으로 사회적 문제와 불안한 미래에 대한 현실적인 물음을 던진다. 작품에 드러나는 작가의 내재된 고민과 성찰의 흔적을 쫒다보면 그것은 곧 사회적 문제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에게 맞닥뜨린 현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 개인의 생각과 경험에서 비롯되어 문제의식이 반영된 다채로운 시각언어의 표출로 이어지며 작가들의 고민은 결국 사회적인 문제와 마주한다. 이런 면에서 김승현 작가의 일련의 작품은 '나'로부터 출발한 지극히 개인적인 고민의 탐구이자 작가로서의 삶과 현대인의 모습을 반영한다.

김승현_흑조의 숨결2_세라믹에 드로잉_33×6×6cm_2017

김승현 작가는 「존재의 방법 I-V」(2013-2016) 시리즈를 통해 인간관계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의 본질에 대해 탐구해 왔다고 말한다. 주로 터널안의 기차와 여행가방과 같은 소재를 이용해 시간과 공간의 '거리감'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존재의 방법」 연작의 주된 형식은 레일위에 설치된 기차가 어두운 터널 안을 오가며 목적지에서 멀어지고 가까워지기를 반복하는 움직임을 관객이 볼 수 있게 설치한 것이다. 작가는 어둡고 긴 터널의 심리적인 압박감을 LED와 반사체를 이용해 시각적 혼돈과 불안감을 극대화 시키고자 했다. 작가는 타인과의 심리적인 거리감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하지만 제목 '존재의 방법'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작가 자신의 존재 방식, 즉 삶의 방식에 대한 탐구라고 추측된다. 이는 도로를 따라 계속해서 좌회전하는 자신을 촬영한 영상 작품 「Turn Left」(2013)에서도 드러난다. 여러 갈래의 길 위에서 좌회전의 방향등 표시만을 따라 이동하는 작가는 막연하지만 자기 자신만의 길을 찾기 위해 찾은 행위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과 지켜야 할 현실 사이를 오가며 이것을 인간관계에서의 '거리감'이라는 심리적 상황으로 전환시켜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한 것 같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인간관계에서의 물리적 거리가 반드시 심리적 거리감과 비례하지는 않는다. 가까이 다가왔다고 생각되어지는 순간 또다시 멀어지는 기차의 반복되는 움직임처럼 우리 인간관계는 수도 없이 많은 이유로 유기적인 변화를 가진다. 이 '거리감'에 대한 일련의 작품 시리즈는 오히려 '불안감'이나 '혼돈'으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작가의 욕망, 즉 자기 자신과의 심리적 충돌과 갈등에서 떠나고(떠나보내고) 싶은 거리감으로 보인다. 우리는 누구나 고단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갖는다. 철조망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설치된 환기구 설치작품인 「존재의 방법VI」(2016)은 무엇보다 공간의 이분법적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철조망은 이쪽 공간과 저쪽 공간을 가르며 이상과 현실, 속박과 자유를 넘나들 수 있는 벽이자 남과 북, 빛과 어둠, 안과 밖, 좌와 우와 같은 사회적인 이념의 대립과 충돌의 벽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다.

김승현_The echo of existence展_우리미술관 전시관_2018
김승현_The echo of existence展_우리미술관 전시관_2018

어두운 터널을 탈출하고자 하는 욕망은 「모바일 홈키트」(2016) 작품과도 연결된다. 작가는 여행가방 안에 어디서든 쉴 수 있는 침구를 장착해 한적한 바닷가에서 퍼포먼스를 펼쳤다. 4분가량의 퍼포먼스가 담긴 영상 작품은 마치 휴양지에서의 풍경처럼 매우 한적하고 여유로워 보인다. 여행 가방을 쉼의 공간으로 개조한 이 작품은 언제든 누구나 쉽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설계 되었다. 앞의 「존재의 방법」 연작에서 보여준 어둡고 불안한 터널에서 벗어나 사용되면 안성맞춤일 것 같은 「모바일 홈키트」(2016)는 정착을 의미하는 집과 이동수단인 가방이라는 소재가 결합된 누군가의 삶이 통째로 이주되는 장치로 보여 무거움이 느껴진다. 여행은 삶의 가치를 통찰하게 하는 경험이 되기도 하지만 정착할 곳을 찾아 이곳저곳을 떠도는 이주로서의 여행은 생존을 위한 고달픈 선택의 반복이다. 이런 시각으로 보는 「모바일 홈키트」는 정착에 대한 불안함을 안은 혼족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고독한 모습을 상기 시킨다. 김승현 작가의 길 위에서의 여행은 「발아세계 퍼포먼스」(2016)에서도 계속된다. 작가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담아 작가의 생존전략의 한 방법으로 선택한 이 작품은 콩나물이 발아의 과정을 거쳐 상품화(작품화)되기까지의 작가의 예술적 행위에 대한 가치의 실험이기도 하다. 이 퍼포먼스는 거리에서 좌판을 벌려 팔리기를 고대했으나 결국 사람들의 무관심과 몇 시간 만에 쉬어버린 콩나물이 상품적 가치를 잃어버림으로써 해프닝으로 끝나버린다. 콩나물이라는 소재는 「그대를 위한 서곡」(2016)에도 사용 되는데, 「그대를 위한 서곡」은 한국 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민중가요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편곡한 작업이다. 마디의 간격을 두고 오선지 위에 콩나물을 투척해 콩나물이 던져진 형상대로 음표를 만들어 편곡한 곡은 피아노 선율이 선명하게 들리는 클래식 곡으로 변주되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행진곡으로 불렸고 2008년까지 공식 민주화 기념곡으로 불리던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이명박 정부 시기였던 2009년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공식 식순에서 제외되는 등 정치적 검열을 받게 된다. 작가는 「그대를 위한 서곡」을 통해 원곡과 변주곡의 차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편곡이라는 장치를 통해 검열에서 벗어나 예술가의 예술이 살아남을 수 있는 나름의 방식을 보여준다. 콩나물이라는 가장 서민적인 재료를 이용한 이 두 작품은 작가의 다소 엉뚱하고 유머러스한 행위로 예술가들이 안고 있는 현실적인 고민을 무겁지 않게 다루고 있다.

김승현_존재의_방법Ⅵ_혼합재료_가변설치

「FAM·ILY」(2016) 영상은 집모양의 종이접기를 스톱모션 기법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종이가 접히면서 집의 형태가 완성되고 해체되기를 반복한다. 종이가 접히고 펼쳐질 때마다 빨강, 초록, 파랑 삼원색으로 씌어진 Family는 서로 뭉개지고 섞이며 데칼코마니처럼 얘기치 못한 형상을 갖게 된다. 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저마다의 사연으로 지지고 볶는 가족의 일상적인 삶의 다양한 형태를 다룬 유쾌하고 간결한 영상이다. 종이 안에 뿌려진 물감을 통해 예측하기 어려운 가족의 상황을 리드미컬하게 표현했다는 점이 단순하지만 공감을 이끌며 흥미롭게 다가온다. 김승현 작가는 가족의 일원이자 사회 구성원으로써의 개인이 느끼는 가장 보편적인 감성과 시각을 담백하게 보여준다. 화려한 기술이나 시각적 유희가 아닌 진솔함이 묻어있는 그의 작업방식을 보면서 홀로서기 하는 청년 작가의 순수한 고민을 느낄 수 있었다. 일상에서 발생되는 그의 호기심은 지금도 차분하게 하나 둘 실험되고 실현되고 있다. 그동안 보여준 길 위에서 펼쳐진 작업 과정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작가로서의 행보에 대한 고민이 담긴 자기 고백이자 작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작가에게 열정과 호기심, 그것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실험정신은 삶의 여러 갈래의 길 위에 선 작가의 물음이자 결국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반영한다. ■ 강재현

Vol.20180829h | 김승현展 / KIMSEUNGHYUN / 金承賢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