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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사이아트도큐먼트 공모전 우수선정작가展
관람시간 / 10:30am~06:30pm / 토,일요일_01:00pm~06:00pm
사이아트 도큐먼트 CYART DOCUMENT 서울 종로구 안국동 63-1번지 Tel. +82.(0)2.3141.8842 www.cyartgallery.com
2016년의 어느 날, 익숙한 동네를 지나 처음 보는 곳에 다다른 적이 있다. 그날 나는 분홍색으로 채워진 공간을 마주했다. 공사가 끝난 뒤 속이 채워지지 않은 빈 공간이었는데, 유리창을 통해 들어온 빛만으로도 충분히 꽉 찬 분홍색의 공간! 그 순간 그곳을 보고 느낀 순간을 기억해 그림을 그리고자 하였다.
그림에서 공간은 평면으로 변하고, 시간을 멈추게 한다. 마치 내가 본 순간이 잠시 멈춰 온 세상에 나 자신과 그 공간만이 존재하는 느낌처럼. 그래서 그때부터 내가 보고 경험하는 공간들과 다양하고 순간적인 사건들을 어떻게 화판에 옮길 것인가가 나의 탐구 주제가 되었다. 또한 경험과 기억은 개개인이 이전에 어떠한 곳에 가보았는지, 그곳에서 겪은 사건들이 다르기 때문에 결국 객관적인 시선으로 같은 장소를 바라보는 것이 어렵다. 마찬가지로 그림 또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7년 겨울에 떠난 여행에서 시 한 편을 만나게 되었다. 스페인의 시 『사랑』의 구절인데, 시간과 기억들은 / 지름길로 오지 않고 / 빛과 바람 타고 온다. // 우리는 조용한 바다 위로 미소 지으며 걸어간다. / 그 집은 달콤하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아름답다. / 그리고 한순간, / 우리는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 라는 부분이 특히나 마음에 와닿았다. 그것은 분홍색의 공간을 만난 이후로 또 한 번 공간과 빛을 주제로 삼기로 한 중요한 사건이 되었다. 하지만 기억을 붙잡고 있는 일은 쉽지 않다. 시간이 지난 뒤에 자의로 인해 변질되는 기억은 뚜렷한 장면보다는 희미한 그때의 느낌으로 남게 된다. 기억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옅어지기 때문에 시작과 끝이 모호했던 그때의 빛은 나에게 환각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매개체가 되어주었다. 그래서 내가 겪는 사건들의 공간과 빛을 포착하는 것이 습관처럼 생겼고, 그 밖의 것들은 무시하거나 잊는다. 나의 감각이 지배하는 가상의 공간을 그림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감상자가 나의 그림을 볼 때는 길을 지나다 눈에 밟히는 장면처럼, 직접적이지만 낯설기도 한 느낌을 받기를 원한다. 마치 내가 분홍빛 공간을 만났던 순간처럼, 다른 모든 것에서 고립시켰다가 이내 놓아주는 느낌을. ■ 김혜영
Vol.20180828d | 김혜영展 / KIMHYEYEONG / 金惠英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