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을 닮은 이상향, 보길도

2018 남도문화의 원류를 찾아서展   2018_0823 ▶ 2018_0930 / 백화점 휴점일 휴관

초대일시 / 2018_0830_토요일_05:00pm

참여작가 김건일_김단비_김상연_김시영_김지영_김효숙 박일구_송은영_양나희_왕샤(王霞)_이지영_이진영 이현열_장진_차규선_최정우_하루

주최 / (주)광주신세계 주관 / 광주신세계갤러리

관람시간 / 11:00am~08:00pm / 금~일요일_11:00am~08:30pm / 백화점 휴점일 휴관

광주신세계갤러리 GWANGJU SHINSEGAE GALLERY 광주광역시 서구 무진대로 932 신세계백화점 1층 Tel. +82.(0)62.360.1271 department.shinsegae.com

'남도문화의 원류를 찾아서'는 광주신세계에서 지난 1998년부터 개최해온 대표적인 연례 전시로 남도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예술, 자연환경을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예술인들이 해당 지역의 전문가와 함께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답사한 후, 그곳에서 느낀 각자의 생각과 영감에서 비롯된 작품과 다양한 결과물을 모아 전시하고 책으로 엮어왔습니다.

김건일_어깨 위에 서서_캔버스에 유채_112×162cm_2018
김단비_별유천지(別有天地)_광목천에 혼합재료_97×162.2cm_2018
김상연_곡수당1_종이에 종합재료_118×106.5cm_2018
김시영_땅_1300도 환원소성_가변설치_2018

열아홉 번째 테마인 올해 전시의 답사지는 연꽃을 닮은 섬 '보길도'입니다. 전라남도 완도군에 속한 보길도는 뛰어난 자연 경관으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섬이기도 하지만 부용동 정원이라 불리는 고산 윤선도의 유적이 있어 더욱 잘 알려져 있습니다. 윤선도 원림은 양산보의 소쇄원, 정약용의 백운동 정원과 함께 대표적인 조선시대의 별서정원(別墅庭園)입니다. 섬의 자연 경관에 매료되어 이 곳에 머문 고산은 섬의 산세가 피어나는 연꽃과 닮았다 하여 '부용동(芙蓉洞)'이라 이름을 지었습니다. '세상 밖인 듯 아름다운 경치(物外佳境)'를 품은 보길도에서 그는 당시 시끄러웠던 세상과 멀리하며 '세상 밖에 사는 듯 한가로운 사람(物外閒人)'의 삶을 살고자 무릉도원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윤선도의 유적지로 알려진 그 곳에서 우리가 보고 느낀 것은 비단 고산에 관한 역사만이 아닙니다. 독특한 지형의 섬 안에 담겨진 자연과 직접 찾아가서 본 고산이 남긴 과거 유적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현재 섬의 일상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섬 속의 낙원 보길도에서 자신만의 이상향을 꿈꾼 그의 발자취를 쫓다 보니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 곳의 과거 역사와 문화, 현재의 자연과 생활 속에 들어와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김지영_어서와, 보길. 세연정 개구리연꽃_광목에 아크릴채색, 견사_가변설치_2018
김효숙_여행자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5×145cm_2018
박일구_Sea of silence 1_디지털 프린트_54×54cm_2018
송은영_41(빨간지붕)_리넨에 유채_100×100cm_2018

5월의 마지막 주, 답사를 위해 광주에 모인 예술인들은 먼저 해남에 위치한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해창주조장을 방문하여 남도의 독특한 맛과 정취를 느껴보았습니다. 해남에서 다시 출발한 답사 팀에게 완도 보길도는 쉽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땅끝항에서 40여 분의 뱃길을 들어가 도착한 노화도 산양진항에서 버스를 타고 보길대교를 한 차례 더 건너 마침내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섬에 다다를 수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섬의 남서쪽 끝에 있는 공룡알 해변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망끝 전망대에서 빼어난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보길도와 첫인사를 나눴습니다.

양나희_삶, 풍경_골판지에 유채_44×94cm_2018
왕샤_외딴섬_흑백목판화_120×90cm_2018
이지영_기원(祈願)_시바툴에 아크릴채색, 사진, 나무, 혼합재료_가변설치_2018
이진영_사이의 풍경-보길도_한지에 잉크젯 프린트_70.5×130cm_2018
이현열_예송리 바닷가_한지에 수묵채색_53×72.5cm_2018

이튿날, 섬의 동쪽 가장 끝자락 해안 절벽에 우암 송시열이 제주 유배길에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 시를 새겨 놓은 '글씐바위' 앞에 앉아 서인 송시열과 남인 윤선도의 논쟁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았고, 정자리 완도향토유적 5호로 지정된 故김양제씨 고택에서 지금까지도 섬의 한자리를 고즈넉이 지키고 있는 그 후손의 이야기도 듣고 혜일 스님의 부도탑으로 추정되는 탑과 1백여 가지의 수종이 살고 있는 정원도 탐방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섬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부용동 원림은 입구에 위치한 세연정을 시작으로 현지 전문가와 함께 윤선도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주변 경관이 물에 씻은 듯 깨끗하고 단정하여 기분이 상쾌해지는 곳'이란 세연정의 의미처럼 어지러운 세속에서 벗어나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13년 동안 보길도에서 은둔생활을 한 고산의 삶의 흔적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주거공간이었던 낙서재와 아들 학관이 거주하며 휴식을 취할 목적으로 조성한 곡수당, 격자봉의 맞은편 산기슭에 낙서재터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동천석실에서 서책을 즐기며 현실의 좌절과 갈등에서 벗어나 초속적인 자유를 얻고자 한 그의 삶을 상상해볼 수 있었습니다. 광주로 돌아오는 마지막 날에는 잠시 해남에 있는 윤선도 유적지를 찾았습니다. 해남 윤씨의 종택인 녹우단과 유물박물관의 주요작품들을 보며 고산의 생활배경을 더 깊이 이해하고, 보길도와 고산 윤선도를 다방면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를 가지며 뜻 깊은 2박3일의 여정을 마쳤습니다.

장진_Poetic moment-Primrose_한지에 먹_50×50cm_2018
차규선_보길도_캔버스에 유채_70×170cm_2018
최정우_Liaise_스틸_70.3×39×61cm_2018
하루_산수를 담다(보길도 기행도)_한지에 수묵채색_130×200cm_2018

동백꽃이 지는 봄날 떠난 이번 답사는 보길도에서 남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고, 고산에게서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답사를 함께 한 작가들은 살아 숨쉬는 역사와 일상이 제공하는 주제들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차분하고 솔직하게 묘사하였습니다. 370여 년 전 고산 윤선도가 터를 잡은 보길도에서 받았던 감동을 이번 전시에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 광주신세계갤러리

Vol.20180823e | 연꽃을 닮은 이상향, 보길도-2018 남도문화의 원류를 찾아서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