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돌창고프로젝트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_경상남도_(재)경남문화예술진흥원
관람표 / 3,000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 / 목요일 휴관
돌창고프로젝트 대정 Dolchanggo Project_Daejeong 경남 남해군 서면 스포츠로 487 Tel. +82.(0)55.867.1965 dolchanggo.com
돌창고프로젝트는 대정 돌창고에 '일상의 생략된 지점' 을 드러내는 전시 『잔구름 지점』을 개최합니다. 돌창고 입주작가 다섯 명의 그룹 전시로 자신이 살아온 과정을 점검하여 생략된 지점들을 회화, 영상, 설치, 사진 작품으로 표현한 전시입니다. ● 전시장 1층에는 '생략된 자연' 을 산과 산의 모습으로 그려낸 김서진 작가의 회화작업과 살면서 맺어온 관계들과 안녕의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중간지대'를 마련한 윤혜진 작가의 설치작업을 만날 수 있습니다. 2층에는 돌창고 외부 버스 정류장과 연결하여 머무르지 못하고 지나쳐 왔던 '생략된 장소' 들에 뿌리를 내리는 원정인 작가의 설치 작업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흔들리는 세상 속 온 몸을 움직이며 중심을 잡으려는 시도를 그려낸 이수민 작가의 작업이 있습니다. 3층 옥상 공간에는 세상의 여러 방해 요소로 '생략된 빛' 을 내부로 끌어들여 별 빛 하늘로 구현해낸 김정현 작가의 작업이 있습니다. ● 『잔구름 지점』전시는 이제 막 세상에 던져진 청년 작가들이 잘 살아가기 위해 단절되고 생략된 삶의 지점들을 연결하려는 시도이며 자연이 살아 있는 남해에서 생명력을 찾는 과정 입니다. 본 전시를 통해 잔구름 처럼 겹겹이 쌓인 삶의 생략된 지점들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 최승용
묘한 얼굴로 산을 바라보았다. 겹겹이 겹친 것과, 곧게 뻗은 것이 아름다웠다. 끝없이 아름답기만 했다. 산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산길을 따라 쭉 걸어 들어갔다. 산 속은 외롭고 축축해 보였다. 발걸음이 끊겼고, 아무도 찾지 않는 곳 같았다. 멀리서 본 곧고 아름다운 모습 이면에, 거칠고 비어있는 모습이 있었다. 산은 아름다운 것일 뿐만 아니라, 아름다움을 초월한 것이다. 바라보고 이해하고 들이마셔야 한다. ● 멀리서 보면 곧고 아름답지만, 가까이서 보면 거칠다. 멀리서 보면 울창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어있다. ● 채워지고 있지만, 비워지고 있다. 환영과 허위로 가득 차 있는 껍질의 세계. 존재의 세계는 비존재의 세계를 통해서만 그 유용성을 발현하게 된다. 보이는 것의 현란함에서 벗어나 내면적 가치의 추구자들이 되어야 한다. 이제 산을 바라보며 있음의 세계를 통해 내면을 이루고 있는 없음의 세계, 비존재의 세계를 보고 그것이 지닌 것을 인지해야 한다. 시뻘건 간섭들이 고요히 무르익어 간다. ■ 김서진
오늘은 할일이 많아 잠을 잘 수 없었다. 작업을 하다 답답한 마음에 친구들과 드라이브를 떠났다. 바람이 미지근하게 더위를 식혀주었고 주위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숲과 하늘이 검해 무섭기도 거짓말 같기도 한 밤이었다. 모두 얼굴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거두면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남해에 내려온 중에 가장 많은 별이 하늘에 떠있었다. 스크린에서만 볼 수 있었던 쏟아질 것 같은 광경을 보면서 하나둘씩 대화를 멈췄다. 다들 몸을 창문에 바짝 붙이고 하늘만 쳐다보았다. 우리는 계속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어서 기쁘기도, 이제는 볼 수 없을 것 같아 슬프기도 하면서 눈물을 참았다. 서울에서는 이만큼의 별을 본적이 없었는데,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 별이구나 싶어서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이 순간을 더 많이 마음속에 담아둬야 했다. ● 집에 돌아와서는 이 기억이 사라지지 않아 계속해서 마음을 아프게 했다. 강렬했던 경험을 간직하고 있다가 대정돌창고에서 중앙통로를 마주하게 됐다. 중앙통로는 연약하고 긴 유리벽으로 막혀있었고, 가장 아래에는 식물이 소중한 듯이 키워지고 있었다. 시험관에 든 연약한 식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통로의 나선형 계단이 상승하는 건물을 연상시켰다. 이곳이 만약 다른 시간의 다른 공간이라면 어떤 곳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폐허같은 철골계단은 좁고 위태로워 보여서 위로 올라가려면 중요한 것을 보러가야 할 것 같았고 수직으로 내리쬐는 빛은 피부에 닿으면 탈 듯이 강렬했다. 나는 이 광경을 보면서 이전에 은하수같은 별을 봤던 기억을 이 공간에 녹여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낮에 별하늘을 불러오는 것, 그리고 뜨거운 빛을 별에 관통시키는 것이 내가 그날 느꼈던 고통을 표현하기에 적합했다. 그 별을 관통한 고통의 빛이 관객의 몸 위로 점처럼 낙인찍혔을 때 관객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 김정현
당연하지만 간과하거나,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모른체 하는 사실이 있다. ● 모두가 어딘가로 가는 길목에서 좋은 우연으로 지금 여기서 만났고, 또는 과거의 거기에서 만났었다는 것이다. 각자 생의 여정을 가던 길이었기에 함께하던 시간이 끝나면 다른 곳으로 떠나간다. 너무 당연하지만 걷고 숨 쉬고 이야기하는 삶과 연결되었을 때 우리는 바보가 되어버린다. 빗겨나갈 수 없는 불가항력적 상실과 망각, 부재를 부정하거나 아예 눈을 감아버린다. ● 이곳은 지상도 지하도 아닌 그 가운데 즈음이다. 위로는 계속 뻗을 수 있을 것 같고 아래로는 끊임없이 파묻힐 수 있는 중간 지대이다. 긴 천은 상승해서 작은 빛이 비치는 틈새로 빠져나갈 수도, 아니면 밑으로 파고들어갈 수도 있음을 형상화한다. 마주 보기를 유보한 가둬놓은 것들을 해방시키는 공간이 된다. 떠나간 것들은 하늘로 올라가기도, 땅 밑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별과 구름으로 떠오르거나 축축한 흙으로 파고들 수도 있다. 작업을 거닐며 떠나간 것의 안녕을 빌어주고 떠날 것에 미리 인사를 건넨다. ■ 윤혜진
stop station ● 집은 나에게 거쳐가는 공간 중 하나에 불과했다. 때에 따라 내가 이동하기도, 나는 머물러도 주변이 변하기도 하였다. 나는 어디로도 갈 수 있고 어디에도 머무를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항상 변화하는 공간이 내 집이 되었다. 집이라는 점點은 고정점이 되지 못한 채, 방향성만 가진 채로 움직였다. 오랫동안 같은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점을 갖고 싶었다. ●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비행기를 타고 우리는 출발점에서 목적지로 향한다. 그 사이의 공간은 생략된 것처럼 느껴진다. 교통수단을 타고 점에서 점으로 향할 때 존재하는 중간의 점들은 시야에 투사되지 못한 채 지나간다. 정류장은 정류장 자체로 목적지가 되지 못한다. 그 자체로 점이 되지 못하는, 사이에 놓인 점(정류장)에 뿌리내리는 식물들을 심어 얼마 전의 공간과 얼마 후의 공간이 구별되지 않는 풍경이 아닌, 현재의 풍경을 공간 안에 붙잡을 수 있는 장치들을 식물들과 함께 설치한다. 쇼룸:두번째 집 ● 이동하는 풍경들, 이동하는 집들, 이동하는 무덤들. ■ 원정인
모든 것이 흔들린다. 글자는 제 위치에 있지 않고, 발은 생각보다 더 왼쪽에 내딛어진다. 작가는 중심을 잡으려 노력한다. 과거와 현재, 가상과 현실, 서울과 남해 사이를 긋는 수평선 사이의 지점을 찾는다. 수평선은 상하좌우로 확장되어 앞 뒤를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중심지점이라고 찍어낼 수 있는 모든 부분은 확장되므로 중심 위치의 불확정성은 더욱 높아진다. 앞과 뒤, 끝과 처음의 중심이라는 지점은 어떻게 찾을 수 있고 어떤 근거를 가질 수 있는가? 어느 지점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는가? ● 흔들림 가운데에 몸이 있다. X와 Y의 지점이 흔들리며 변화하는 수평선 위에서 중심을 잡는다. 몸을 움직이는 행위는 필사적이다. 흔들림으로 야기되는 불안에 대한 효과적인 면역 방법으로서, 작가는 처음부터 흔들린다는 것을 사실로 전제해버린다. 작가는 몸을 움직이는 것으로 흔들림에 저항하며 중심을 가눈다. 실제의 몸은 중심잡기에 관여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다. 움직임은 흔들림을 잠식시킨다. 몸의 중심을 찾는 것으로 흔들린다는 전제에 조금씩, 지속적으로 저항한다. ● 이러한 시도들은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것이 없다고 증명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결국 모든 것이 부정확한 와중에 연결점을 찾아 묶어두려는 시도일 뿐이다. 파편화된 전체 속에서 부분을 엮고 묶어 놓는다. 마찬가지로 구분되지 않는 시간 관계, 구분하려 하지 않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 거리와 시간이 무분별하게 수평선 바깥을 벗어나 평면적으로 파편화되는 상황에서, 끝과 처음이 같은 것, 가상의 것과 현실의 것이 같다고 생각되는 전체 속에서 필사적으로 지점을 연결지어 묶어 놓는다. 묶어놓은 지점들을 바라보며 질문한다. 극에 치달아 있는 당신들은 이해하고 있는가? 어느 것이 진짜인지, 이 전체에서 어디까지 바라보고 있으며, 혹은 한 극단에서 다른 극단을 바라본 적이 있는지. 그리고 당신은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 이수민
Vol.20180822i | 잔구름 지점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