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콘 강 Rubicon

이준아展 / LEEJUNA / 李準雅 / painting   2018_0814 ▶ 2018_0819 / 8월15일 휴관

이준아_Random Studies (tan chintz)_캔버스에 잉크젯 프린트, 스프레이 페인트, 수채, 파스텔_100×100cm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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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0818_토요일_06:00pm

貸出空間(대출공간)은 8.14- 8.19일까지 우석갤러리 내부에서 운영하는 전시공간입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8월15일 휴관

貸出空間(대출공간) space-loan 서울 관악구 관악로 1(신림동 산 56-1번지) 서울대학교 예술복합연구동(74동) 2층 우석갤러리 내 대출공간

'루비콘 강'은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강으로, 고대 로마 시대 군대는 루비콘을 건너 원정에서 돌아올 시 무장을 해제해야 했다. 하지만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이 전통을 깼다. 무장을 풀지 않고 이 강을 건너는 행위는 로마에 대한 반역이었으나, 강 건너에는 많은 정적이 그를 암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카이사르는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말을 하고, 무장을 한 채 강을 건너 로마로 진군한다. '루비콘 강을 건너다'라는 말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쓴다. ● 이준아는 우연의 방법론으로 추상화면을 만든다. '무작위로 숫자를 뽑아 모서리의 두 위치를 잡고 무작위로 선택된 크기의 마스킹 테입으로 연결한다.', '무작위 숫자로 만든 도형의 형태를 잡은 뒤 여러 물감을 섞어 칠한다' 등의 룰을 만들고, 작가는 자신이 고안한 게임의 플레이어, 즉 수행자가 된다. 화면의 구성은 작가의 내적 정신이나 심미적 감각보다는 수에 의해 산출된 우연에 의해 결정된다.

이준아_Random Studies (ghostlier consonant)_캔버스에 스프레이 페인트, 우드 스테인 유채, 파스텔_100×100cm_2017
이준아_Random Studies (chilled lathe)_캔버스에 스프레이 페인트, 아크릴채색, 파스텔_119×84cm_2017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5점의 회화는 기존 작업에서 나아가, 평면 화면 위에서 다양한 재료를 중첩하며 물성과 레이어를 실험하고 있는 듯 하다. 작가는 첫 전시의 제목은 늘 '루비콘 강'으로 하고 싶다고 하였는데, 작업의 주요한 요소 두 가지를 함축 하는 단어로 보인다. 무장을 하고 루비콘 강을 건너는 선택에는, 막다른 상황에서 자신의 미래를 운과 우연에 맡기려는 태도가 전제되어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이 경우 제목으로서 '루비콘 강'은 우연에 의지하여 화면을 구성하는 자신의 방법론을 상징하는 표현일테다. 또, 무장 도하(武裝渡河)는 전통을 거스르는 행위이기도 하기에 작가의 목표가 추상회화 전통에 대한 도 전임을 짐작해 본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작가와 작업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던져진 주사위는 무를 수 없으며, 강을 다 건널 때 까지 그저 나아갈 뿐이다. 어떤 모습으로 도착할지 궁금해하며. ■ 대출공간

이준아_Random Studies (credulous viaduct)_캔버스에 스프레이 페인트, 우드 스테인, 수채, 아크릴채색, 파스텔_119×84cm_2017
이준아_Random Studies (squint stopover)_캔버스에 스프레이 페인트, 우드 스테인, 수채, 아크릴채색, 파스텔_119×84cm_2017

Random Studies(ghostlier consonant), 2017 작업 지시문 1. 전면에 눈을 감고 선택한 색상의 스프레이 페인트를 차례로 그라데이션을 만들며 뿌린다. 2. 전체 캔버스의 각 변 길이 안에서 무작위의 숫자를 뽑아 모서리의 두 위치를 잡고 주사위를 던져 선택된 크기의 마스킹 테입으로 연결한다. 3. 캔버스의 귀퉁이에 일정한 간격으로 우드스테인을 흘리면서 캔버스를 90도씩 회전시킨다. 4. 찢어진 종이조각을 캔버스 위에 떨어트린 뒤 철망을 올리고 수채 그라운드를 듬뿍 바른 뒤 팔레트에서 무작위 숫자로 선택 된 계열의 수채 물감을 칠한다. 5. 무작위 숫자로 만든 도형을 여러 개 잘라 캔버스에 떨어트려 위치를 잡은 뒤 형태에 따라 무작위 색상의 아크릴 물감을 섞 어 칠한다. 6. 무작위 숫자로 만든 도형을 여러 개 잘라 캔버스에 떨어트려 위치를 정한 뒤 형태 안에 파스텔 그라운드를 올리고 말린 후, 눈을 감고 선택한 여러 색상의 파스텔로 칠한다. 7. 무작위 숫자로 만든 도형을 여러 개 잘라 캔버스에 떨어트려 위치를 정한 뒤 형태 안에 흑색과 백색 스프레이를 뿌린다.

이준아_루비콘 강 Rubicon展_貸出空間(대출공간)_2018
이준아_루비콘 강 Rubicon展_貸出空間(대출공간)_2018

'우연'은 우리가 알 수 없는 것 위에 표시하는 공집합 부호이다. 우연은 그 자체로는 아무 것도 뜻하지 않는 빈 기호이며, 예측 불가능한 무엇을 다룰 때 동원되는 무작위 변수다. 그러나 '셔플'을 눌러 음악을 멋대로 재생시키는 것 외에, 이 예측 불가능성은 보통 환영받지 못한다. 웹사이트 개발자들은 클릭 수와 방문 기록을 수집해 어떻게든 당신을 예측 가능한 것으로 만들려고 애쓰고, 당신은 그동안 내린 조잡한 선택들의 집합으로 정체화된다. 선택이 모여 취향이 되고, 관심이 되고, 곧 당신이 된다. 직업과 기회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를 '소개'해야 하며, 당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 인간인지 '검증 가능한' 경험들로 증명해야 한다. 이러한 자기 증명과 자기 규정의 끝없는 연쇄 속에서 더 이상 '내'가 되지 않겠다는 선언은 초라하다. 그러나 나는 회화의 영역 안에서 최종적인 선택의 자리에 나 대신 '우연'과 '예측 불가능성'을 놓고 작은 주체성의 게임을 벌이고자 한다. 내 작업 과정에서 우연은 때로는 서로 관계없는 숫자들의 조합으로, 찢어낸 종이가 떨어진 자국으로, 젖은 표면에서 번져나간 물감의 흔적으로 남는다. 통제하기 어려운 물성의 교차 속에서, 나는 시스템의 고안자이자 처음과 끝을 주재하는 이로 물러나 앉아 있으려고 한다. ● 나는 언제나 작은 스케치 대신, 일련의 프로세스를 글로 적어나가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나 자신도 작업이 어떻게 끝날 지 알 수 없고, 알 수 없어야 한다. 내 안에 있는 비전을 실현해나가는 것은 나의 관심사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알 수 없었던 어떤 것, 아직까지 보지 못한 어떤 이미지에 종착하고 싶다. 즉 내면에 자리하는 어떠한 심상을 표현하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물질로 시작해서 물질로 끝나는 여정의 잔여물로서 회화가 남길 바라고, 한편으로는 규칙적인 절차의 기계적인 생산물이 되기를 바란다. 이것은 예술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영역에서 '나'의 '고유함'이라는 표식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로, '나'는 특별하고 우월한 무엇으로 규정되기보다 규정되지 않는 공백으로 남기를 원한다. 예술에 한해서는, 회화의 표면 위에서 모든 결정권을 쥐고 흔들며 '나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시각적 전횡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물성과 타협하고 최대한 결정권을 내려놓으며 크고 작은 선택의 자리를 우연성에게 내어주려고 한다. 물감을 번지게 한 뒤 말리고, 찢어진 종이를 화면 위에 떨어트린 후에 전면을 칠하거나 뿌리고 종이를 떼어내는 방식을 반복하는 것이 나의 주된 방법론이다. 그러한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그림에 레이어가 생겼다. ● 작가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아도, 미적 성취는 가능한가? 얼마나, 어디까지? 자문자답의 여정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고 지속되겠지만, 추상적 이미지가 전적으로 개념에 의해 종속되지 않으면서도, 작가의 주관적인 미의식이 화면 전체를 독재하지 않는 순간들을 함축하는 회화를 생산해내고자 한다. ■ 이준아

Vol.20180814g | 이준아展 / LEEJUNA / 李準雅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