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8_0815_수요일_05:00pm
기획 / 김세희_장민지
관람시간 / 01:00pm~09:00pm
4LOG Art Space 서울 강동구 풍성로 161(성내동 516-13번지) B1 Tel. +82.(0)2.470.0107 www.4logartspace.com www.instagram.com/4log_artspace www.instagram.com/4log_archive
전시서문 ● 1. 고정된 전시의 형태가 무너지고 다변화되는 패러다임 속에서 우리의 전시는 어디에 위치하는가? ● 1-1. 전시를 기획하던 초기, 우리는 네 명의 작가가 다루는 주제나 형식적인 특징의 공통점을 포착하려 했다. 크게는 '이야기'를 주제로 작업하고 있는 이들은 각각 개인적인 이야기에서부터 사회적인 이야기, 진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한 이야기,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속성을 다룬다. ● 1-2. 형식과 주제의 측면에서 일반화시키는 것은 작업을 이해하는 방식을 협소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 1-3. 네 명의 작가를 각기 다른 방향에서 관찰해보자. 그리고 전시장에 걸린 '작품'이라는 결과물 이면에 작가들이 작업을 구상하거나 진행하는 과정에서 하는 생각과 행위에 초점을 맞추어보자. ● 2. 이를 위해 두 가지 룰을 설정했다. ● 2-1. 하나, 작가들은 '이야기'라는 키워드 안에서 각자의 작업을 진행하며, 그 과정에서 일지를 기록한다. 둘, 기획자들은 전시를 준비하는 작가들의 행위를 관찰하고, 작가들이 작성한 일지를 참고하여 관찰보고서를 작성한다. ● 2-2. 결과적으로 기획자는 외부세계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시선을 제3자인 관찰자 시점에서 본다. 그리고 관찰보고서라는 형식으로 전시를 제시한다. ● 2-3. 《고고한 관찰보고서》는 네 개의 시선과 두 개의 시점이 교차하는 하나의 기록이다. ● 3. 전시 제목에서 사용된 '고고한"은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 3-1. 가장 흔하게는 '세상일에 초연하여 '홀로 고상하다"는 의미의 고고(孤高)에서부터, '외롭고 가난하다'는 고고(孤苦), 이 외에도 1960년대 후반 미국을 중심으로 유행한 빠르고 역동적인 춤인 고고(go-go), 혹은 '활기 있는, 멋진"을 의미하는 형용사 고-고(go go) 등. ● 3-2. 충돌하는 다른 의미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고고"는 단지 동일한 발음이 반복됨으로써 유희적인 음성 효과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 3-3. '고고'라는 말은 2-30대로 이루어진 기획자와 작가들의 현실적 상황에서 관찰보고서를 작성한 이유를 압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3-1과 3-2에서 언급된 것처럼, 하나의 의미로 사용되지 않고 상이한 뜻 가운데 어떤 것으로도 읽혀질 수 있다. 이것은 하나의 전시이자 관찰보고서가 다양한 시점의 교차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가리킨다.
김진호 ● 김진호는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는 백인 사회에서 자라며 스스로에 대한 회의와 의문을 가졌다. 그의 작업 「배추 아기」는 양배추 인형에 대한 어릴 적 기억과 자신이 어디에서 왔으며 누구인가 하는 문제를 연결시킨다. 여기서 양배추 인형은 미국 내에서 한국의 '다리 밑'과 같은 기능을 한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물으면 부모는 "양배추 밭에서 주워왔단다"라고 말하곤 하는데, 이것은 한국 사회에서 출생의 근원에 대해 유희적인 비유로 답하는 것과 유사하다. 또한 양배추는 한국의 김치와도 연결된다. 한국의 상징적인 음식인 김치를 만드는 재료로 배추가 사용되며, 김치는 한국인의 특성을 상징하는 전통적인 음식이다. ● 또 다른 그의 작품 「Shedding Whiteness」는 각각 한국어와 영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내려간 만화(comic)형태로 제시된다. 작품 제목에서처럼 그는 스스로 백인으로 생각해 왔던 시간과 타자로써 존재했던 기억을 담고 있다. 그는 만화 속에서 자신에게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들로 인해 자신을 감싸고 있던 하얀색 껍질을 깨고 나온다.
윤정민 ● 윤정민은 영화같은 현실,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대해 질문한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현실이긴 하나 마치 짜여진 시나리오처럼 픽션의 성격을 띈다. 반면에 오늘날 허구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들이 영화나 사진 속에서 그럴듯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은 관람자로 하여금 그것을 현실인지 혼란스럽게 느끼게 한다. 작가는 실제 있었던 사건, 이야기들로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다층적인 의미와 코드들로 구성되어 있어 실제와 허구의 분명한 구분은 불가능하다. 특히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한 영상의 특성으로 인해 사건의 진실성은 더욱 모호해진다. ● 이번 전시는 호접몽(胡蝶夢)이라는 이름으로 구조물과 영상 설치가 이루어진다. 작가가 아이들을 가르치며 사용했던 폼보드는 슈퍼 히어로 아이언맨으로 재활용, 제작되었다. 아이언맨은 허구의 캐릭터이지만 아이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실제 인물처럼 각인되기도 한다. 영상은 한 남자의 최면상태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준다. 서서히 긴장을 풀고 최면상태로 빠져든 남성은 자신의 전생을 본다. 그의 전생은 '토니'라는 이름의 인물로, 자신이 위기의 상황에서 사람들을 구출하고 있다고 말한다. 마치 영웅과도 같은 그의 행위는 영상 주변에 위치한 구조물과의 연결성을 가지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허구와 실재를 구분하기 어려워진 이미지의 포화상태가 무의식적으로 주입된 상황을 주목하며, 마치 장자가 꾼 호접몽(胡蝶夢)처럼 대상과 자아를 구분하기 어려운 혼란을 만들어낸다.
장해미 ● 장해미는 sns나 커뮤니티와 같은 온라인상에서 이야기가 왜곡되는 과정과 현상에 관심이 있다. '이야기하는 인간'이라는 호모나랜스적 속성은 디지털 매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에서 폭발적으로 활성화되었다. 더욱 더 자극적인 이야기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욕망은 가벼워진 이야기를 빠르게 전달하는 데에 익숙해졌다. 작가는 정보가 무분별하게 '가십화'되는 현상 속에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들이 소외되고 있는 건 아닌지 질문을 던진다. ● 네트워크의 발달로 우리가 공유하는 정보의 양은 늘어났지만 그 콘텐츠들의 가치와 의미는 가벼워졌다. 작업 「Messengers」는 전시장에 설치된 수조 형태로, 물에 녹아 소멸되는 종이와 떠다니는 텍스트들을 통해 이러한 현상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작가가 온라인상에서 수집해 가공한 이야기들을 나타내는데, 파편적으로 떠다니는 작업에서 이야기들이 가볍게 소비되는 현상을 형상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또 다른 작업 「RETWEET」은 간접 대면으로 발생하는 소통에 대한 이야기이다. 범 세계적으로 소통이 가능하게 된 인터넷과 디지털의 발달로 인해 간접 대면 및 가상 대면이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물리적인 대면 없이 이루어지는 대화의 과정에서 서로의 표정, 행동, 억양 등을 포함해 인지될 수 있는 의사소통의 다양한 요소들은 생략된다. 이러한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진정한 의미의 이해와 소통의 부재는 더욱 심해졌다. 또한 온라인상에서 단편적으로 제시되는 단문, 한두 구절을 통해 배경, 주변 상황, 게시자의 기분 등 종합적인 정보는 헤아려지지 않고 파편적인 일부만으로 전체를 해석하고 이에 반응하게 된다. 「RETWEET」은 이렇게 단편적인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여 단정 짓고 실재를 왜곡하는 우리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홍도연 ● 홍도연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대중 매체에서 소비되고 있는 불안정한 사회의 초상이다. 이 이미지들을 드로잉으로 옮기는 것은 작가의 내밀하고도 가장 솔직한 표현이다. 매체에 의해서 상황의 일부만이 공개되는 많은 사건들은 작가로 하여금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이미지들을 보아야하는가 질문하게 만든다.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작가의 드로잉 시리즈는 그의 관심사가 반영된 새로운 작업들이다. 홍도연은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지우기'라는 방식을 통해서 나타낸다. 지우는 방식은 지우개로 강하게 지워내는 것뿐만 아니라, 손으로 문지르고 물로 번지게 하는 것을 동반한다. 이는 정확하고 균일하게 지워내는 것을 거부하는 행위다. 그러나 지우는 것은 결과적인 것이 아니다. 홍도연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사건의 이미지가 활용되었느냐보다는 그가 그리고 지우는 행위를 계속적으로 반복한다는 것이다. ● 화면에 간혹 드러나는 연속적인 직선들은 작가가 이미지를 그려내도록 안내하는 선들이다. 하얀색 도화지를 마주하며 뉴스에서 보도된 이미지들을 바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그려내는 것은 작가에게 조심스러운 일이다. 연약한 재료는 안내선, 이미지, 불안한 선, 지워진 면, 물로 녹아내린 면, 그리고 찢어진 부분 등 한 화면 속에서 다양한 층위들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우리 사회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인간상, 그리고 사건들을 마주하는 작가의 여러 감정의 교차를 암시하고 있다. ■ 김세희_장민지
Vol.20180809c | 고고한 관찰보고서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