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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주 홈페이지_http://www.wooloo.org/wonjoo
초대일시 / 2018_0818_토요일_06:30pm
주최 / Drawing Space Saalgoo. Artist Residency #10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01:00pm~07:00pm / 월요일 휴관 페이스북 Happyi Mistake 예약 시 8월31일까지 관람 가능
드로잉 스페이스 살구 Drawing Space Saalgoo 서울 성북구 성북로 23길 93 www.saalgoo.com www.facebook.com/Happyi-Mistake-510405832423307/
지침서: 고독공포를 완화하는 의자 ● 「고독공포를 완화하는 의자」는 A4용지 238장으로 만들어진다. 선이 그려진 종이를 순서대로 맞추고 모양대로 자르면 전개도가 나오고, 이 전개도를 접어 입체가 된 15개 부분을 제 위치에서 서로 연결한다. 종이 하나하나에는 전체 크기가 얼마인지 같은 개괄적 정보는 없다. 챙겨두어야 할 '의자'와 오려내어 버릴 '여백'을 나누는 실선 한 줄이 있고, 전·후·좌·우로 이을 순서가 표시되어 있다. 종이 가장자리와 1.2cm사이를 두고 평행하는 가로·세로 선은 양면테이프 자리이다. x가 표시되어 있다면 테이프를 붙이지 않는다. 실선 외에도 접는 점선이 있고, 서로 붙어서 합체할 위치를 표시하는 점선도 있다. A4크기로 나뉜 채 흩어져 있는 면들은 ☆ ○ □ 끼리 짝을 찾아 맞추어 붙인다. 도면을 종이에서 분리하여 모듈과 선으로 볼 수도 있다. 디지털 드로잉으로 가능하다. 종이를 벗어난 선은 자유롭게 전송되어 다른 사람이 만들거나, 다른 종이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북미와 멕시코 일부 지역에서는 레터용지Letter를 쓴다. 국제 표준 규격 A4보다 6mm 넓고 18mm 짧다. A4로 설정된 238 모듈을 레터지에다 인쇄하여 조립하면 어디는 길어서 남아돌고, 어디는 짧아서 내부구조가 슬쩍 드러나게 된다. 가로·세로 비율이 안 맞아 뒤틀리기도 한다. 두 규격의 면적 간 차이 값을 계산해보니 20.4754㎠ 이다. A4와 레터용지로 만들어진 「고독공포를 완화하는 의자」 한 쌍으로 구성된 「20.4754CM」은 이 차이가 본질을 어떻게 왜곡하는지 보여준다. 모듈은 실수나 사고를 바로 잡기도 좋다. 작은 단위로 쪼개져 있어, 종이가 찢어진다든지, 잘못 붙어버렸다든지 하는 문제가 생기면 그 모듈만 교체하면 된다. 소임을 다한 「고독공포를 완화하는 의자」는 양면테이프와 분리해서 재활용품으로 폐기하고, 지침서와 함께 원본으로 남은 모듈과 선으로 언제라도 이를 다시 제작할 수 있다.
대수롭지 않은 종이 한 장 ● 서너 장 얻거나, 한 귀퉁이를 찢어 내주어도 불편하지 않을 그 A4종이는 사실 제일 손쉽다는 태생적 이유로 세상 사연을 모두 담을 용량을 지닌다. 기다리는 소식도, 받지 말아야 할 통지도, 심지어 사형선고도 이 종이에 기록될 것이다. 양 다리와 등받이 기둥을 합체하여 좌석에 붙이는 것으로 시작된 조립 과정은 앞서 했던 표준, 규격, 모듈 같은 이지적 모드가 무색해지는 과정이었다. 너무 얇은 종이 한 장 두께 입체물은 붙이려고 서로 조금만 닿아도 밀리고 눌리면서 제 자리가 없는 양 흔들거렸고 나도 흔들어놓았다. 반듯이 누운 종이를 직각으로 돌려 모를 보게 되었다. '조금만 더 두껍지…' 순식간에 손가락을 그어 피를 낼 만큼 단호한 4.5g 종이의 모는 이제 반대로 허약한 자신을 드러내며 역시 단호하게 내 길을 막아 갔다.
평면더미 ● 모듈과 선을 15개 부분으로 분류해서 펼친그림을 만들어 병렬해보았다. 의자 모양으로 합체되었을 때 각자 있어야 할 위치에 맞춰 가로·세로 배열하니, 마치 「고독공포를 완화하는 의자」를 그대로 도로 펼쳐놓은 모습이 된다. 의자 모습일 때에는 안으로 감춰지던 지지대가 펼친 그림에서는 범위로 표시되어 드러나 있다. 사방 조립할 때 서로 찾게 될 짝맞춤 기호들도 시접 사이로 숨어 들어가지 않고 원래 있던 자리 그대로 그들 만의 지도를 그리고 있다. 겹겹이 쌓인 선들의 집합이니 입체가 되겠지만, 한 덩어리에 가둘 수는 없어, 나는 '평면 더미'라 부른다.
평면더미: 안드로이드는 전기의자를 꿈꾸는가! ● 도면 238장을 인쇄하여 차곡차곡 쌓아 두면 가로21, 세로29.7, 높이 약2.8cm의 육면체가 된다. 이 입체물은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조합되어 「고독공포를 완화하는 의자」로 변환되기 위해 프린터에서 막 빠져 나와 가지런히 대기하고 있는 주재료의 익숙한 모습이다. 3D프린팅이 세상을 재편할 것이라고 떠들썩했던 수년 전. 한 벌의 도면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고, 수직으로 중첩•조립된 이 장방체를 발견하게 되었다. 손가락의 움직임에 호흡을 맞추어 유려하게 물 흐르듯 낱장으로 움직일 수 있는 덩어리이다.
'그렇다면, 이제 AI는 나에게 뭘 보여줄까?' 불덩이 같은 열기를 품고서도 무심하게 청량했던 지난 여름, 시원한 성북동 드로잉스페이스 살구에 앉아 있자니 문득 필립 케이 딕이 쓴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을 꿈꾸는가?」가 떠올랐다.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chair'를 입력하니, 그 책이 바로 안 뜬다. 이상하다? Do android dream of electric chair? 아니다. Philip K. Dick을 치니 그제서야 책이 나온다.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이다. 머리에는 sheep이 있었는데 electric 다음에 자동으로 chair가 따라 나와 버린 것이었다. 나에게 electric은 chair 밖에 없다. ■ 박원주
연계전시 / 살구이끼4: 닮은 그림 찾기 2018_0801 ▶ 2018_0831 스페이스 이끼 서울 성북구 성북로 23길 164 www.spaceikki.com
Vol.20180805b | 박원주展 / PARKWONJOO / 朴嫄珠 / installation.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