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이어진_SORA LAND_박공주_Now Collector
문의 / 이강소[email protected]
주최,기획 / PROJECT527 후원 /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람시간 / 04:00pm~09:00pm
한강공원 양화지구 노들길 나들목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6가
지난 오월 어느 늦은 밤, 우린 굴다리 앞에 다시 섰다. 그 언젠가 이 야릇한 어둠 속에서 먹잇감을 기다리며 돌려피우던 돗대의 맛이 생각나 입을 다셨다. 더 이상 빨강 츄리닝, 삼선 쓰레빠, 캐릭터 마스크 같은 것들을 걸치지 않았지만, 굴다리 안에서 우린 더 없이 빛났고 더없이 의기양양했다.
어째서 이 음침하고 볼품없는 공간을 점유하려는가라고 물었을 때는 우린 서로를 바라보며 애매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역시 우리를 다시 소환시킨 굴다리의 공간성을 질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순수했던 비행의 추억이 서린 곳이라서? 아니, 어설프게나마 이야기해보자면 굴다리는 우리가 가장 우리다울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었다. 그 곳은 우리가 닮아 있는 복잡한 도시의 모습_그 안에서 어딜 향하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이 부서지고 조각난_ 나를 저어기 저 곳, 소실점에서 그러모아 안으로 되돌려 놓는 공간이었다.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스스로를 투사하며 제 존재를 확인하려 한다 했을 때 가장 내밀한 공간, 내 안 어딘가 고여있는 깊은 어둠을 투사해 그 안에서 차분하게 나를 재조립해 볼 공간 한 곳 쯤은 어쩐지 필요할 것만 같았다. 그 어둠이 차마 바라보기 불편해 고개를 돌리고 싶지만.
다시금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을 불러 세워 보고 싶은 호기가 생기는 이유 역시 굴다리가 가진 이러한 미덕 때문이었으니, 그 어떤 장소보다도 우리를 맞딱뜨린 사람들은 황홀한 두려움과 긴장으로 우리에게 호응해 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해서 우리는 이전보다는 상냥하고도 부드럽게, 하지만 더없이 짖궂은 기운을 그득히 품은 채 터널을 지나는 자들을 불러세울 것이다. 우리가 굴다리 안에 둘러쳐논 세계에 조응하지 않고서는 이 굴다리를 지날 수 없단 말이지. 그것이 굴다리 멤버들 각자가 터널 속에 투영시킨 내면의 풍경이던 혹은, 이 터널이 우리의 망막에 찰나에 던져주어 가시화하기 애를 먹었던 데자뷰이든 말이다.
그리해서 Now Collector는 굴다리를 하찮고 쓸모없어져 외면받는 존재들에 대한 추도의 공간으로, 박공주는 복제물 '박'이 존재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굳센의지_하지만 그것이 안개어서 다소 허무한_의 선언공간으로 만들었다. SORA LAND는 굴다리에 낯선 시간과 공간의 창을 내어 인지가능하지만 공존 불가능한 세계를 만들었고, 이어진은 도로표지판과 노면문구를 통해 만든 허구의 이야기를 굴다리 터널로 끌어와 불완전한 기억의 공간을 굴다리에 투영했다.
여름 한가운데 습한 굴다리 안에서 PROJECT527 각자가 도로 주워온 제 파편을 조립하느라 땀을 흘릴 때 굴다리 터널은 그 안에서 발생하는 온갖 소리_조깅을 하는 주민의 힘찬 발걸음, 자전거바퀴의 회전, 꺄르륵 즐거운 연인의 대화 들_을 공명시키고 일그러뜨리며 말을 걸었다. 사실 그것은 굴다리가 말을 걸었다기 보다 굴다리 안에서 스스로 촉발시킨 질문이었고 그 질문이 확인시켜준 우리 안 터널의 울림 역시 2018년 역대급 기온을 갱신했던 여름과 함께 강렬했던 감각적 기억으로 남았다. 그래서 굴다리의 시간은 언제나 여름일 것만 같다. ■ 이강소
Vol.20180804i | 굴다리 환영-2018 한강몽땅축제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