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TERN 1

강재원展 / KANGJAEWON / 姜材園 / sculpture   2018_0727 ▶ 2018_0809

강재원_Swallow1_Inflatable_240×530×280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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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0727_금요일_06:00pm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01:00pm~07:00pm

스페이스 XX SPACE XX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128가길 1 B1 www.facebook.com/spacexx

패턴은 형태를 만들고, ● 강재원의 개인전 『PATTERN1』은 그가 작업의 재료로 자주 사용해온 인플레이터블(Inflatable)의 효과와 그것을 다루는 기술 및 경험에 대한 맥락을 포괄하고 있다. 강재원은 그동안 시각적이고 조형적으로 다루어왔던 인플레이터블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그(와 우리)가 그 재료에 대해 부여하는 분석적 행위와 사용의 원리를 이번 전시에 포함시켰다. 뿐만 아니라, 그는 『PATTERN1』에서 작업의 재료를 매개로 자신이 습득한 조각적 훈련과 대비시켜 일련의 형태에 대한 지각과 경험의 간극을 살피기도 했다. 때문에 그가 자신의 작업을 확장시켜 나가면서 사유하고 실험했던 "용어들"에 집중하여, 『PATTERN1』이라는 전시 결과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해볼 필요가 있다.

강재원_Swallow1_Inflatable_240×530×280cm_2018

(가상의) 패턴과 질감 ● 강재원의 작업 과정과 각각의 단계에서 파생되는 형식들을 지켜보면, 그가 이번 전시의 제목으로 "패턴"이라는 단어에 주목하게 된 정황을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다. 크고 작은 변화의 폭을 가지고 그는 대략 2015년부터 인플레이터블을 작업의 소재로 꾸준히 사용해왔는데, 최근에 참여한 두어 번의 그룹전(『조각스카웃』(2017), 『비둘기 오디오 & 비디오 페스티벌』(2017))부터는 표면의 무늬가 유독 강조됐다. 아마도 형태의 추상성 때문에 더욱 그러했을 것도 같다. 그전까지는 도미라든가 비둘기나 문어처럼 특정 생물의 형태를 크게 모형화 해놓은 인플레이터블을 제작했다면, 앞서 말한 전시들에서는 보다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형태로 전환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형태의 표면에 드러나 있는 색과 무늬에 시선이 집중됐다. 주로 무채색의 광석 같은 느낌을 자아내던 형태의 표면은, 강재원이 만든 임의의 거대한 형태들의 시각적 정체성을 뒷받침할만한 단서들로 다뤄졌다. 이를테면, 돌(대리석) 같고 혹은 금속(청동) 같은 매체로 만들어낸 추상적 형태(조각)라는 오래된 관습적 논리에 기초한 인식처럼 말이다. 이번 전시에서 단연 눈에 띠는 두 개의 커다란 형상을 보면, 하나는 상대적으로 큰데 하나는 그것보다 작은 유선형으로서 그 형태가 지닌 추상성은 여전하지만 표면이 쉽게 가늠할 수 없는 무늬들로 채워있어 추상적인 덩어리들의 정체는 다소 흐릿하게 위장되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느낌마저 든다.

강재원_Swallow1_Inflatable_240×530×280cm_2018
강재원_Swallow1_Inflatable_240×530×280cm_2018_부분

3D 그래픽 프로그램을 통해 획득한 이 두 개의 추상적 형상들의 이름은 「swallow1」(2018)과 「swallow2」(2018)다. 강재원은 인플레이터블 모형을 제작하는 기술에 3D 그래픽 프로그램의 도구와 알고리즘을 적극 활용하여 일련의 결과물을 산출해냈다. 이 과정에서 그가 두 가지 관점에서의 "패턴"에 동시 접근했음을 가늠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단순한 의미에서 "물체의 겉면에 나타난 일정한 모양"을 뜻하는 "무늬(pattern)"이고 또 다른 하나는 "평면재단에 의해" 만들어지는 "본(pattern)"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의미의 패턴이 만들어지고 기능하는 맥락은, 인플레이터블 제작 기술과 3D 그래픽 프로그램의 실행을 통해 서로 교차하고 충돌하면서 구체화된다. 이를테면, 강재원은 「swallow1」과 「swallow2」의 표면 패턴을 만들기 위해 3D 그래픽 도구를 활용해 일종의 타일처럼 하나의 기하학적인 표본 단위를 설정했다. 특히 진흙이나 우레탄처럼 점성이 강한 재료를 직접 주물러서 직조한 것 같은 질감에 색과 음영 등 여러 데이터 값을 추가 설정한 뒤 자신이 원하는 최종적인 질감 효과를 손쉽게 도출해냈다. 이 단위 패턴의 크기를 다양하게 변형하여 임의로 맵핑된 3D 형태에 적용시키면 하나의 완전한 표면과 덩어리를 지닌 3D 오브제가 된다. 이 과정에서 강재원은 또 하나의 중간 결과물을 도출하게 되는데, 그것은 인플레이터블 전개도로 마치 3D 오브제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폴리곤(polygon)을 구축하듯 완전한 형태의 윤곽을 위해 (가상의) 입체를 잘게 해체하여 각각의 접합면을 같은 값(수)으로 촘촘히 연결하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이렇게 도출된 전개도는 옷감처럼 하나의 "본"으로 마름질되어 최종적인 3D 형태에 대한 가상의 2D 표본으로 존재한다.

강재원_Swallow2_Inflatable_180×400×200cm_2018
강재원_Swallow2_Inflatable_180×400×200cm_2018
강재원_Swallow2_Inflatable_180×400×200cm_2018_부분

결국 강재원이 산출한 두 개의 중간 결과물로서의 "패턴들"은 완전한 입체를 상상하며 구축하기 위한 가상의 평면적 시도라 할 수 있다. 그는 기하학적 수치로 생성된 폴리곤의 구축물로서 가상의 3D 형태를 설정해 놓고 실재하는 특정 형태의 질감을 재현하는 패턴들을 모색했다. 이때, 새로운 형태에 대한 상상과 실제적인 구축의 과정은 관습적인 경험에 의해 매개되는데, 강재원은 한편으로는 그것을 조각적 관습이 작동되는 미학적 체계와 나란히 두려는 듯 하다. 요컨대, 그가 만들어낸 일련의 "패턴들"은 상상과 실재를 직접 매개하기 위해 관습적 경험들을 기반으로 치밀하게 작동되며, 그중에서도 조각에 대한 훈련과 경험이 새로운 도구로서의 패턴을 형성하는 데 있어 남다른 방식으로 기여했다는 말이 된다.

강재원_Leather of shape 1_인조가죽에 프린트_175×134cm_2018

(조각적) 형태와 공간 ● 거대한 부피감을 과시하며 전시공간 속에 놓인 「swallow1」과 「swallow2」를 다시 보자. 유선형의 추상적인 형태라는 건 분명하나, 표면의 무늬에 적용된 색과 음영 등의 그래픽 도구값은 간혹 그것을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매끄럽지 않은 큰 바위이거나 혹은 뭔가 비정형적으로 흘러내리다가 서서히 굳어버린 금속 덩어리의 윤곽처럼 지각하도록 다수의 착시를 유도한다. 이는 이 형태들에 앞서 이미 중간 결과물로 도출해낸 "패턴들"이 그의 조각적 경험의 틀에서 파생되었기 때문일 테다. 색, 크기, 형태, 질감, 양감 등의 조형적이고 미학적인 요소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그는 매우 기본적인 조각 매체의 특징들을 끌어들였다. 이를테면, 대리석이나 흙, 청동, 우레탄 같은 재료들이 지닌 물성을 시각적으로 재현하려 했던 셈이다. 동시에, 그는 3D 프로그램의 어떤 특정 알고리즘에 의해 도출된 "텍스처 맵(texture map)"이라는 2D 상태의 결과물을 "조각의 가죽"으로 새롭게 상상하면서, 인플레이터블 전개도와는 사뭇 다른, 즉 이미 완성된 3D로 존재했다가 다시 2D로 완전하게 펼쳐진 시간성을 제시하면서 (사실상 불가능한) 조각의 껍데기 정도로 보려 했던 모양이다.

강재원_Leather of shape(2, 8_2, 4_2)_인조가죽에 프린트_195×126×85cm_2018

총 6점을 제작하여 약간의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설치한 「leather of shape」(2018) 시리즈는, "조각의 형태"를 구현할 일련의 패턴(특정 무늬와 형태의 본)을 모두 함의하고 있다. 이 패턴들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만 형태의 윤곽 안에 잠재되어 있는 움직임의 공간을 끌어내 우리의 오랜 경험 속에 있는 형상을 구체화할 역량을 지니고 있다. 확실히 강재원은 이 점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예컨대, 「swallow1」은 실제로 제 형태 안에서 언제고 2D의 가죽으로 납작하게 펼쳐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강재원은 그 높이가 신체 사이즈를 넘어서서 거대한 부피감이 느껴지는 「swallow1」에서, 내부로 진입할 수 있는 장치를 추가해 형태에 대한 이중의 경험을 유도했다. 누군가 지퍼를 열고 인플레이터블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그 문턱에서 형태의 내부를 채우던 공기가 서서히 빠져나가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이때 "조각적 형태"를 지탱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형태의 윤곽으로서의 외피뿐 아니라 그 익숙한 외피의 윤곽을 또 다른 방향에서 임의로 결정하고 변형시킬 수 있는 공기로만 채워진 공간이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결국 강재원이 제안한 "조각적 형태"의 "내부 공간"에서 관람자가 경험하게 되는 시차는, 외부의 윤곽선과 균형 있게 맞서고 있는 내부의 또 다른 윤곽이 존재한다는 것을 경험함으로써 직접 겪게 될 것이다.(이것은 몇 해 전, 「#1-7」(2015)에서 그가 도미 모형의 인플레이터블 안에 들어가 현실의 시간을 중층적으로 경험했던 것과 유사해 보인다.)

강재원_Motion_Inflatable_가변크기_2018

어쩌면 이러한 정황에 맞춰 「swallow」 시리즈와 「leather of shape」가 한 공간에서 긴밀하게 서로의 형태를 암시하고 있는 것과 달리, 따로 분리된 공간에 속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형태의 「motion」(2018)을 갖다 놓은 작가의 속내를 살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leather of shape」에 대해 나와 이야기를 나눌 때 잠깐 "조각의 두께"라는 말을 꺼냈는데, 이는 다분히 평면적인 시각에서 나온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삼차원적인 시각에서 조각의 특성을 규정할 때, 두께라는 말 대신 보통은 양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조각의 덩어리감, 즉 입체감을 말하는 양감은 거의 조각의 매체적 특성과 그것을 다루는 조각가의 기술에 의해 적절하게 구현된다. 그런데 강재원은 어떤 측면에서는 조각의 양감을 전제로 한 일련의 패턴을 제작하면서도, 그것과는 다른, 말하자면 가상의 "패턴들"이 구축하는 "조각의 (실제적인) 두께"와 그 두께를 지탱하고 있는 안팎의 공간들에 대한 물리적 상호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큰 꾸밈없이 갖다 놓은 「motion」이야말로 이번 전시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입장을 가장 마지막까지 고민스럽게 담아낸 결과물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조각적) 형태와 그것을 지탱시키는 공간에 대하여, 또 (가상의) 패턴들과 그것을 현실에 성립시키는 실제 사물의 질감에 대하여, 그는 지금 자신이 만든 현실의 시나리오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가는 중이다. ■ 안소연

Vol.20180727f | 강재원展 / KANGJAEWON / 姜材園 / sculpture

2025/01/01-03/30